“빠르게 쏟아지는 단편 정보들 속…깊은 성찰 담은 벽돌책이 더 인기 얻고 있다.”
500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벽돌책’이 독자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고 있다. ‘완독’ 인증이 선사하는 쾌감도 있지만, ‘두꺼운’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깊이’에 독자들의 만족감도 큰 모양새다.
ⓒ제인 오스틴 특별판
SNS에 ‘벽돌책’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읽어보면 좋을’ 벽돌책 추천글부터 벽돌책을 잘 읽는 방법, 나아가 벽돌책을 독파했다는 인증까지. 다양한 게시글이 쏟아진다. 대표적인 벽돌책으로 꼽히는 ‘사피엔스’, ‘총, 균, 쇠’, ‘코스모스’ 등은 ‘함께’ 읽자는 제안도 SNS 게시글을 통해 이어진다. 이중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지난해 예스24 자연과학 분야 연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해 독자들의 독서 욕구를 실감케 했다.
독자들의 이 같은 반응에 출판사도 적극적으로 호응 중이다. ‘저먼 지니어스’, ‘량치챠오 평전’ 등 1000 페이지가 넘는 책으로 ‘벽돌책’ 전문 출판사로 꼽히는 출판사 글항아리는 8권 분량의 ‘정사 삼국지’를 최근 출간했다. 민음사는 제인 오스틴의 작품과 함께 해설서를 담은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과 제인 오스틴 특별판 세트를 출간하는 등 ‘분량’으로 독자들의 만족감을 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챌린지’를 통해 벽돌책 독파를 인증하고, 특별한 책을 소장하는 경험에 방점을 찍는 요즘 독자들의 취향을 파고드는 모양새다.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의 경우, 제인 오스틴의 세계를 파고드는 재미도 있지만, 알록달록한 표지에 대한 만족감 가득한 후기도 이어졌었다.
서점가는 관련 이벤트로 독자의 니즈를 겨냥했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는 젊은층 사이에서 뜨는 ‘벽돌책 챌린지’를 돕기 위해 ‘AI 독파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점을 질문하면, ‘AI 독파밍’이 대답해 주는 방식으로, 독자들의 ‘적극적인’ 독서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 밀리의 서재에 따르면 이 서비스를 통해 밀리 독자들은 436페이지 분량의 ‘머니 트렌드 2026’를 비롯해 ‘결핍은 우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변화하는 세계질서’ 등 난도 높은 벽돌책을 즐겼다.
교보문고는 ‘도전, 벽돌책 깨기’ 기획전을 통해 다양한 벽돌책을 소개했다. 과학 교양서의 바이블로 꼽히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632쪽)를 비롯해 인류의 역사에 대한 통찰을 담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648쬭),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719쪽) 등이 추천 명단에 올랐다. 인간의 폭력성을 조명한 스티븐 핑커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1408쪽)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합본판(1200쪽)도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도전, 벽돌책 깨기’ 기획전의 홈페이지 방문자는 약 9만명, 댓글 작성자는 1230명으로 활발한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
도서 판매로도 ‘벽돌책’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을 읽을 수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벽돌책의 대표 주자인 ‘이기적 유전자는’ 작년 대비 95%, 직전 동기간 대비 33% 판매량이 신장했으며, ‘코스모스’는 작년 대비 122%·직전 동기간 대비 9%, ‘총, 균, 쇠’는 작년과 직전 동기간 대비 13% 신장했다고 설명했다.
AI 시대, ‘검증된’ 정보를 추구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는 분석도 나왔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빠르게 변하는 단편 정보들 속에서 오히려 더욱 사랑받을 수 있는 인간의 본질, 깊은 성찰들을 담은 벽돌책이 더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고전 벽돌책으로서 검증된 논픽션 도서들을 읽으려는 경향도 함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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