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두환 대표 “고향사랑기부는 돈보다 관계를 보내는 제도”

배군득 기자 (lob13@dailian.co.kr)

입력 2026.03.17 14:10  수정 2026.03.17 14:11

위기브, 지난해 235억원 모금…민간 플랫폼 점유율 58.9% 기록

“답례품 경쟁 넘어서야”…시민참여형 지역재정 모델 제시

“10만원 기부에 머물러선 한계”…생활 플랫폼 전략으로 확장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고두환 대표는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지역소멸과 상생 발전이 가능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의 확신에 찬 포부는 지역에 작은 희망과 불씨가 되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4년 차에 접어들며 단순한 답례품 경쟁을 넘어 ‘지역 문제 해결형 기부’로 진화할 수 있을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5년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액은 1515억원, 기부 건수는 139만2000건으로 나타났다. 매년 수직 상승으로 어느 정도 궤도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기부의 98.4%가 여전히 10만원 이하에 몰려 있다. 제도 외형은 커졌음에도 참여 방식은 아직 단일 구간에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이 흐름 속에서 사회적기업 공감만세가 운영하는 민간 플랫폼 ‘위기브’는 2025년 235억원을 모아 민간 플랫폼 모금액의 58.9%를 차지했다.


고두환 공감만세 대표는 “(고향사랑기부는) 단순히 돈을 보내는 방식이 아니라 시민이 지역과 관계를 맺는 참여 모델”이라며 “공공이 제도 신뢰를 만들고 민간이 참여 접점을 넓히는 구조가 자리 잡아야 제도가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고 대표는 고향사랑기부제야말로 지역상생의 해법이라고 말한다. 향후 답례품을 넘어 지역재정 모델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공정여행에서 고향사랑기부까지…핵심은 지역과의 관계 회복”


고 대표는 자신을 “여행, 지역, 시민참여를 기반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해 온 사회적기업가”라고 소개했다.


공감만세는 지난 2011년 고용노동부에서 인증한 사회적기업이다. 회사 홈페이지에는 비전을 ‘공정함에 감동한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공감만세는 공정여행과 지역 기반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2023년 고향사랑기부 민간 플랫폼 위기브를 열며 사업 축을 한 단계 넓혔다.


그는 공감만세의 출발점을 해외 현장에서 찾았다. 태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주민들의 삶을 가까이서 보면서 ‘단순히 소비하는 모델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점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그 경험은 공정여행으로 이어졌고, 다시 지역의 일과 소비, 관계를 복원하는 지역혁신 모델로 확장됐다.


고 대표는 “지금 고향사랑기부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시민이 지역을 직접 응원하고 연결되는 관계 기반 참여 모델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목은 공감만세의 기존 궤적과도 맞닿아 있다. 공감만세는 설립 초기부터 관광을 단순 소비가 아니라 지역과 공존하는 방식으로 해석해 왔다.


위기브 역시 지역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고 대표가 고향사랑기부를 ‘생활 속 기부 플랫폼’으로 정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부를 특별한 결심의 영역에 가두지 않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지역과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제도 구조도 이런 설명과 맞물린다. 개인은 주민등록상 거주지를 제외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할 수 있다. 연간 기부 한도는 1인당 2000만원이다.


지자체는 기부액의 30% 이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다. 세액공제는 10만원까지 전액,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는 44%, 20만원 초과분은 일반 지자체 16.5%, 특별재난지역은 요건 충족 시 33%가 적용된다. 행안부는 이 제도를 세액공제와 답례품, 그리고 지역 재정 확충을 결합한 구조로 안내하고 있다.


고 대표는 이 구조를 두고 “시민이 지역 재정에 직접 참여하는 시민참여형 지역재정 모델”이라고 표현했다. 세제 혜택만으로 제도를 보면 고향사랑기부의 확장성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세액공제는 참여 문턱을 낮추는 장치이고, 답례품은 지역을 경험하게 만드는 장치”라며 “여기에 지정기부 같은 공감 기반 프로젝트가 결합돼야 시민 참여의 의미가 커진다”고 강조했다.


위기브는 지난해 고향사랑기부제 참여 민간기업 가운데 58.9%라는 압도적인 점유율도 제도 안착의 기틀을 마련했다. 올해도 지자체들의 협력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공감만세의 위기브가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정착에 분명한 씨앗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민간의 일은 확산”…생활 플랫폼 접점이 위기브 성장 이끌어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를 참고해 도입됐다. 일본은 2008년 제도 도입 이후 답례품과 지역 마케팅, 세제 유인을 결합해 시장을 키웠다.


한국은 2023년 제도 시행 이후 온라인 기반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올해부터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 구간의 세액공제율이 기존 16.5%에서 44%로 높아지면서 제도 참여를 유도할 여지도 더 커졌다.


기부 문화의 기반도 무시하기 어렵다. 복지부와 국세청 자료를 인용한 정부 공개 콘텐츠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전체 기부금 규모는 16조281억원, 개인 기부금은 11조5445억원으로 집계됐다.


고 대표가 고향사랑기부를 단순한 세제 제도에서 벗어나 ‘참여 경험 중심 기부문화’로 키울 수 있다고 보는 배경도 이 같은 토양 위에 있다.


위기브의 성장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2025년 전체 고향사랑기부금은 1515억원, 이 가운데 민간 플랫폼을 통한 모금은 399억원이었다. 위기브는 이 중 235억원을 모아 민간 플랫폼 점유율 58.9%를 기록했다. 올해 3월 기준 협력 지자체 수는 69개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고 대표는 이 성장의 배경을 ‘기술보다 접점’에서 찾았다. 그는 “기부 참여는 의지보다 접점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수도권 직장인을 중심으로 커피, 쇼핑, 결제, 콘텐츠 플랫폼 같은 생활 채널 안에서 자연스럽게 기부를 접하도록 설계한 것이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실제 위기브는 각종 생활형 플랫폼과의 제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위기브 홈페이지에도 페이코, 엘포인트, 편의점, 외식, 영화관 등 일상 서비스와 연계한 기부 이벤트가 다수 소개돼 있다.


그는 답례품 중심 경쟁보다 지정기부를 키운 점도 위기브의 특징으로 꼽았다. 경북 영덕군 산불 지정기부 사례를 대표적 장면으로 들었다.


산불 발생 뒤 약 12시간 만에 모금을 열어 시민 참여 창구를 선제적으로 만들었고, 이는 고향사랑기부가 재난 대응 재원으로도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당시 행안부는 2025년 산불 피해 8개 지역에 184억원의 기부금이 몰렸다고 밝혔다. 위기브 역시 2025년 경북 산불 피해 복구와 유기동물 보호, 장애인 문화 지원 등 109건의 지정기부를 운영했다.


고 대표는 공공 플랫폼 ‘고향사랑e음’과 민간 플랫폼의 관계를 경쟁이 아닌 역할 분담으로 정리했다. “공공은 제도 신뢰와 일관된 표준 절차를 제공하고, 민간은 시민 참여 확산과 생활 속 접점 확대, 캠페인 운영을 맡는 구조”라는 것이다.


고두환 대표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는 견해다. 좋은 제도가 분명한 만큼 '생활형 반복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그의 바램이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10만원 집중 구조는 한계”…연중 참여 설계와 제도 보완 필요


고 대표는 제도가 아직 10만원 참여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고 진단했다. 행안부는 2025년 기부의 98.4%가 10만원 이하, 연말정산을 앞둔 12월 모금액 비율이 50.9%에 달했다고 밝혔다. 참여가 특정 금액, 특정 시점에 집중되는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그는 “올해부터 10만원 초과 20만원 이하 구간에 44% 세액공제가 적용되지만, 여전히 ‘10만원 전액 세액공제’라는 메시지가 가장 강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금 확대를 위해서는 전액 세액공제 구간을 더 넓히는 논의도 필요하다”며 “연말 한 번에 몰리는 구조를 완화하고 상·하반기 등 연중 분할 참여가 가능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제도의 성장 방향을 ‘고액 기부자 확보’보다 ‘생활형 반복 참여’에 두는 시각으로 읽힌다.


민간 플랫폼 운영의 현실적 어려움도 언급했다. 제도 인지도는 공공 플랫폼 중심으로 쌓인다. 하지만 실제 참여 유도와 마케팅 비용은 민간이 더 많이 부담하는 구조다.


특히 지정기부는 단순 결제 시스템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기획과 스토리 설계, 현장 연계, 사후 결과 공유까지 수반돼 운영 난도가 높다.


고 대표는 “모금은 결국 상품을 팔듯 참여를 설계해야 하는 마케팅 영역과 닿아 있다”며 “지자체가 이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함께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앞으로의 플랫폼 경쟁 방향에 대해서도 그는 선을 그었다. 단순 결제 기능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고, 결국 시민 참여 경험을 얼마나 잘 설계하느냐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그는 “생활 플랫폼 안에서 자연스럽게 참여가 일어나고, 결과 공유와 재참여로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답례품 경쟁보다 지역 스토리와 문제 해결 프로젝트 중심 플랫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향사랑기부는 단순한 기부 제도를 넘어 시민참여형 지역재정 모델로 발전해야 한다. 공공과 민간, 지자체가 역할을 나눠 협력한다면 지역경제 선순환을 만드는 새로운 참여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며 “위기브도 민간 플랫폼 선두 주자로서 지역 균형 발전과 지역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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