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충격 대응 내세운 편성…포괄 지원으로 넓어진 판 [추경, 명분과 계산①]

박진석 기자 (realstone@dailian.co.kr)

입력 2026.03.19 07:00  수정 2026.03.19 07:00

ⓒ게티이미지뱅크

중동 전쟁 장기화로 정부와 여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과 에너지 수급 불안이 민생과 산업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배경이다.


당정은 최근 중동사태 경제대응 TF 2차 회의에서 향후 3개월간 비축유를 단계적으로 방출하고 3월 말까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쪽으로 뜻을 모았다.


회의 안건도 에너지 수급 안정, 석유류 가격 등 물가 안정,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지원, 외환·금융시장 안정, 추경 편성으로 넓게 잡혔다. 중동발 충격에 대응한다는 출발점은 분명하지만 편성의 외연은 이미 에너지 대응을 넘어서는 흐름이다.


중동 상황의 긴박성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 IEA는 3월 석유시장 보고서에서 이번 사태로 세계 석유 공급 차질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금 상황이 실제로 추경까지 갈 정도의 국내 충격인지, 민생안정자금 위주 편성이 산업계 위기 대응과 맞닿아 있는지가 이번 편성의 핵심 쟁점이다.


실제로 산업통상부는 지난 5일 원유·가스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 단계로 발령하면서도 현재까지 국내 에너지·자원 수급에 직접적인 차질은 없고 비축 물량과 도입선 다변화 등을 감안하면 단기 수급 여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국제 정세는 급박해졌지만 국내 실물 충격은 아직 선제 대응 단계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이 민생안정자금 중심으로 짜일 경우 산업계 위기와의 연결고리는 한층 옅어진다. 현재 산업 현장의 직접 위험은 원자재 도입 차질, 물류 불안, 수출 지연, 비용 급등에 가깝다.


실제 추경이 유류비 경감, 바우처, 경영안정자금 같은 민생안정 성격 위주로 짜이면 산업 충격을 정밀하게 겨냥한 예산이라기보다 파급 부담을 완화하는 완충재에 가까워진다. 추경의 명분은 산업계 위기인데, 돈의 방향은 체감형 지원으로 쏠릴 수 있다는 뜻이다.


거시 여건도 포괄 지원의 필요성을 곧바로 키워주진 않는다. 한국은행은 3월 보고서에서 물가를 안정세로, 성장을 개선세로 판단했다. 중동 리스크가 커졌더라도 곧바로 대규모 추경이 불가피한 국면으로 보긴 어렵다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해 11월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2026년 성장률을 1.8%로 제시하며 내수 회복세를 전망했다. 결국 이번 추경은 중동 충격의 심각성보다 그 충격이 어떤 예산을 정당화하느냐가 더 중요한 국면에 들어섰다.


KDI는 “재정정책은 경기 회복 속도에 맞춰 확장적 정책기조를 점차 정상화해 나가는 방향으로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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