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공장 500m 옆 폐기물 시설 논란…주류업계 “품질·신뢰 흔들린다”

임유정 기자 (irene@dailian.co.kr)

입력 2026.03.24 14:32  수정 2026.03.24 15:04

현도산단 500m 인접…식품공장 ‘품질 저하·위생’ 직격 우려

집행정지 기각 후 항고…기업 vs. 지자체 법적 충돌 확산

“밀폐형이라 문제없다” vs. “HACCP 흔들린다”

타 선별장 현장ⓒ독자 제공

청주시가 현도일반산업단지 내 재활용 폐기물 선별시설 건설을 추진하면서 주류업계를 중심으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소비 침체로 업황이 둔화된 상황에서 품질 저하와 생산 환경 및 브랜드 이미지에 동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이 큰 상황이다.


주류업계는 입지 선정 과정의 공정성 논란까지 제기하면서 갈등이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평가 기준이 행정 편의와 단기 비용 중심으로 설계됐고, 기업 영향과 산업 특수성이 사실상 배제됐다는 지적을 내놓으면서 ‘짜맞추기 평가’라는 의혹 마저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해당 시설이 밀폐형 공정으로 운영되는 재활용 선별시설로 환경 영향이 제한적이며, 법적 절차에 따라 추진된 사업이라는 입장이다. 주민 의견 수렴과 저감 대책을 반영해온 만큼 과도한 우려라는 점을 강조하며, 주류업계와 거세게 맞서는 중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오비맥주 등 현도산단 입주 기업들은 최근 산단 계획 변경 승인에 대해 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항고장을 제출했다. 폐기물 선별장 건립을 둘러싼 갈등이 행정소송으로 번지며 기업과 지자체 간 법적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산업단지 용도 변경으로 식품공장 약 500m 내 폐기물 선별시설이 추진되면서 촉발됐다. 하이트진로·오비맥주 등으로 구성된 입주기업협의체는 폐기물 시설 인접 생산이라는 인식이 형성될 경우 소비자 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협의체는 특히 위생 관리 측면에서의 부담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청주시는 환경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인근 하이트진로·오비맥주 등 식품 기업들은 30년 이상 운영해 온 공장 제조 환경과 브랜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1994년 조성된 현도산단은 공해 없는 쾌적한 산업단지 운영이라는 관리 방향 하에 음식료품, 펄프·종이 및 종이 제품 제조업 등 업종을 유치했다. 입주우선순위로 특정 유해물질 배출이 없는 업체를 꼽는 등 공해 관리를 철저히 했다. 30년간 ‘청정 구역’으로 관리됐다.


청주시청 임시청사 앞에서 한 노동조합 관계자가 재활용 폐기물 선별시설 추진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독자 제공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는 입지선정이다. 입지 평가에서 영향을 받는 사람과 산업의 비중이 지나치게 낮게 반영됐다는 것이다. 주민 민원과 입주기업 영향은 갈등과 피해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임에도, 평가표에서는 사실상 변수가 되지 못했다.


또한 입주기업과 주민들은 입지 선정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자료 공유도 없었다. 후보지 비교가 실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 왜 다른 후보지가 아닌 현도가 최종 낙점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자료 공개 역시 부족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기업 측은 “식품 제조공장과 근로자 생활공간이 밀집한 산업단지라는 특수성을 사실상 평가에서 빼버린 채, 점수상으로만 현도산단을 유리하게 만들었다”며 “결국 이번 사안은 단순한 부지 선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산업단지와 지역사회에 중대한 결정을 밀어붙인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재활용 폐기물 선별시설은 법적으로 주민 의견 수렴 대상 시설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폐기물 관련 법령상 입지 선정위원회 구성과 주민 의견 수렴이 의무화된 시설은 소각장과 매립장에 한정된다고 전했다.


다만 시는 사업 초기인 2022년부터 주민 반대가 이어지자 약 2년간 설명회와 개별 접촉, 타 지자체 시설 견학 등을 통해 의견 수렴과 설득을 지속해왔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제기된 우려를 반영해 저감 대책과 시뮬레이션 검토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해당 시설은 밀폐형 공장 구조로 운영되며, 대기·소음 등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이 아니다”며 “주민 건강에 영향을 줄 수준의 시설이었다면 법적으로도 규제가 강화됐을 것이다. 우려만큼 환경 피해가 발생하는 시설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타 선별장 작업 사진ⓒ독자 제공

기업들은 나아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유지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주류업체는 원료 관리부터 생산, 보관, 유통 전 과정에 걸쳐 엄격한 위생 기준을 적용해 HACCP 인증을 유지하고 있지만, 공장 인근에 재활용 폐기물 선별시설이 들어설 경우 외부 오염 요인 통제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환경·안전 리스크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폐기물 선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악취, 분진, 해충 등은 식품 제조 공정의 위생 관리와 직결되는 요소로 품질 논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근로자 근무·주거 환경 문제도 제기된다. 인근 기숙사까지 영향권에 들 경우 악취·소음 등 생활 불편이 누적되며 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근로 만족도 저하와 생산성 하락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염려도 뒤따른다.


가장 큰 걱정은 브랜드 이미지 하락이다. 식품·주류 산업은 위생과 품질 신뢰도가 핵심 경쟁력인 만큼, 생산시설 인근에 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선다는 사실만으로도 소비자 인식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청주시 관계자는 해당 부지가 과거 주류공장에서 발생한 ‘오니(슬러지)’를 매립하던 시설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에는 기업이 배출한 폐기물을 매립하던 곳이었던 만큼, 동일 부지에 밀폐형 재활용 선별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두고 반대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시 자체 사업이 아닌 환경부 공모를 통해 선정된 국비 사업으로,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전면 백지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시는 2년간 주민 의견을 반영해 저감 대책 등을 검토해왔다. 향후에도 주민과 기업 측과의 협의와 소통은 지속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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