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노동 규제 겹치며 플랫폼 정책 불확실성 확대
새벽배송 근로시간 제한 논의에 물류 경쟁력 위축 우려
노란봉투법 시행 후 교섭 요구 급증…현장 부담 확대
규제 속 일자리 확대 요구까지…기업 어려움 가중
서울 시내 한 쿠팡 배송 캠프에서 택배기사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정부와 여당이 온라인 플랫폼과 배송 산업에 대한 규제 논의를 잇달아 추진하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고용 확대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기업들의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규제 의지를 드러냈다. 그 축이 바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이다.
온플법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점행위를 막고, 이용자와 소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으로 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온플법은 중개·광고·결제 서비스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이거나 연간 거래액이 1000억원 이상인 플랫폼 기업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
일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거래상 지위 남용, 자사 우대, 불공정 계약 관행 등에 대해 사전적 행위 규제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쿠팡을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등 국내 주요 플랫폼 기업과 일부 해외 사업자까지 포괄적으로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커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온플법 추진은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로 제동이 걸린 상태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미국 정부가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 여부를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온라인플랫폼법을 비관세 무역장벽으로 지목하면서 외교적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온플법 관련 19개 법안은 현재까지 약 1년 6개월째 국회에 계류돼 있다.
현재 여당은 독점규제법 대신 거래공정화법을 우선 추진하는 방침을 세우고 국회 정무위원회 상정 후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내외 변수로 법안 추진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상태지만 논의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 규제 방식과 법안 구조를 일부 조정해 재추진될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어 플랫폼 기업들 입장에서는 잠재적인 정책 리스크로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온플법과 함께 이커머스 기업의 핵심 역량 중 하나인 물류·배송 산업을 둘러싼 규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새벽배송을 둘러싼 근로시간 제한 논의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열린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택배노조가 ‘새벽배송 전면 금지’를 제안한 이후 관련 방안을 검토했지만, 업계와 소비자 반발이 거세지자 현재는 야간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9일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제3차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 전체회의가 국회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야간 배송 작업 시간을 주 5일 기준, 최대 46시간으로 제한하는 안을 논의했다. 당초 외부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주 5일·40시간' 근무안이 검토됐으나, 배송사들이 운영상 현실적인 어려움을 호소하며 46시간으로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수정안에 대해서도 이해당사자 간 입장이 엇갈리며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새벽배송을 주력으로 하지 않는 CJ대한통운, 한진, 롯데, 로젠 등 주요 택배 4사는 주 46시간 제한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 역시 당초 요구했던 0시~오전 5시 배송 금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과로 방지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보고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새벽배송이 핵심 사업 모델인 쿠팡과 컬리 등 이커머스 플랫폼 업체들은 주 46시간 제한이 도입될 경우 서비스 운영 자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주 최대 50시간을 요구하며 강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새벽배송을 둘러싼 근로시간 규제가 논의되면서 이커머스 산업의 핵심 경쟁력에 대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벽배송은 물류 혁신을 기반으로 온라인 유통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아 왔다.
근로시간 제한이 강화될 경우 서비스 운영 효율이 떨어지고 배송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새벽배송 중심으로 물류망을 구축한 플랫폼 기업들은 규제가 현실화 될 경우 서비스 축소나 운영 방식 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시행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역시 기업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해당 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 기업의 사용자 책임을 확대하고, 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로 인해 법안 논의 초기부터 기업을 향하는 교섭 요구가 늘어나면서 기업의 부담해야 할 책임 범위가 지나치게 커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물류센터 직고용 인력 비중이 높은 이커머스 기업이나 택배업체의 경우 노조가 파업 등 집단 행동에 나설 경우 출고 중단이나 배송 차질 등 영업 전반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표적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의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는 직고용 배송기사인 쿠팡친구와 개인사업자 개념인 ‘퀵플렉서’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 되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일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18일까지 하청노조 총 683곳이 원청사업장 287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에 소속된 총 조합원 수는 12만7019명으로 10만명을 훌쩍 넘겼다.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은 원청사업장 287곳 중 교섭요구 사실 공고 및 창구단일화 절차에 들어간 사업장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노동 규제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정치권의 고용 확대 요구는 이어지고 있다. 특히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고용을 창출해 온 이커머스 기업들을 향해 일자리 확대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정치권에서는 쿠팡 등 주요 플랫폼 기업에 물류센터 신설이나 증설을 통한 지역 일자리 확대를 요청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가 지어지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어마어마하고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그런 요구가 기존부터 많이 있어 왔다"고 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에 고용 확대까지 요구하는 정책 방향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 규제와 플랫폼 규제가 동시에 강화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고용 확대 여력도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규제와 고용 확대라는 상반된 정책 목표가 동시에 추진될 경우 기업들이 정책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신규 채용을 축소하거나 고용 확대를 미루는 등 보수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강화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며 "노동 뿐 아니라 각종 규제가 확대될 경우 책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관련 리스크를 낮추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 문제의 경우 인력을 활용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로 인식될 경우 기업들은 사람 대신 자동화나 AI 투자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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