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선임안 채택으로 과반 유지
의결권 제한·표결 기준 공방 속 갈등 확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52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려아연
표결 기준을 둘러싼 공방과 주주총회 지연 등 혼선 속에서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이사회 과반을 지키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고려아연은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52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전체 7개 의안, 총 36건의 세부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의 핵심은 이사회 구성을 좌우하는 이사 선임 안건이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5명으로, 최윤범 회장 측 추천 이사 11명, MBK·영풍 측 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임기가 만료되는 6명 자리를 놓고 양측 간 표 대결이 벌어졌다.
고려아연 측은 개정 상법에 따른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을 염두에 두고 이사 5명만 선출한 뒤 1석을 남겨 향후 감사위원으로 활용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MBK·영풍 측은 이사회 영향력 확대를 위해 6명을 모두 선임해야 한다며 맞섰다.
표결 결과,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5인 선임안’이 채택됐다. 해당 안건은 참석 주주 대비 62.98% 찬성을 얻어 52.21%를 기록한 ‘6인 선임안’을 제치고 다득표 원칙에 따라 최종 채택됐다.
이어진 집중투표 결과 최윤범 회장 측 추천 후보 3명, MBK·영풍 측 후보 2명이 각각 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존 ‘11대 4’에서 ‘9대 5’로 재편돼 기존처럼 최 회장 측 우세가 유지됐다.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도 관전 포인트였다. 일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권고와 국민연금의 중립 결정에도 불구하고 집중투표를 통해 표를 결집하며 무난히 재선임에 성공했다. 또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황덕남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재선임됐고, 크루서블JV가 제안한 월터 필드 맥랠런이 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되며 우호 진영 이사회 구성이 유지됐다.
반면 MBK·영풍 측도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최연석 MBK 전무와 이선숙 변호사가 각각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되며 이사회 내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번 결과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 향후 경영 구조에도 의미를 갖는다. 최 회장 측이 이사회 주도권을 유지했지만, MBK·영풍 측 비중이 26.7%에서 35.7%로 확대되면서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견제와 갈등이 동시에 심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이 이번 주총에서 이뤄지지 못한 점은 변수로 남았다. 현 경영진 측은 개정 상법에 대비해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2인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을 추진했으나, 영풍 측은 이를 특정 이사를 재선임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반대했다. 해당 안건은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결국 부결됐으며, 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 분리 선출 감사위원을 추가로 선임하지 못하게 됐다.
이번 주총에서는 의결권 제한을 둘러싼 갈등도 빚어졌다. 고려아연은 자회사인 SMH가 영풍 지분 10.03%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해 영풍이 보유한 자사 주식 중 10주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영풍 측은 자사 의결권 제한이 위법하다며 문제를 제기했지만 고려아연은 법원 선례를 들어 영풍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또한 외국인 주주의 의결권 처리 방식을 둘러싼 표결 기준 공방도 이어졌다. 고려아연은 시스템상 과소 반영되는 의결권을 보정하기 위해 비례배분 방식을 적용했다며 “주주의 의사를 온전히 반영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면 MBK·영풍 측은 “의결권을 임의로 재배분하는 것은 주주 의사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개회 전부터 의결권 집계를 둘러싼 양측의 날 선 대립으로 파행을 겪었다. 이날 주총은 당초 오전 9시 개최 예정이었으나 지분율이 비슷한 양측이 중복 위임장 분류 등 의결권 위임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고 결과를 협의하는 데 오전 시간을 사용하면서 정오가 지나 개회했다.
주총장 인근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노동조합원들이 집결해 경영권 침탈 반대를 외치는 시위를 벌이며 긴장감이 고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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