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통제vs과제] “안 살면 팔아야”…다주택 넘어 ‘똘똘한 한 채’도 세제 압박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6.03.26 07:35  수정 2026.03.26 07:35

‘비거주’는 모두 투기수요 간주, 시장 혼란 확대

매물 쌓이는데 전월세 씨 말라…무주택자 주거 불안 심화

투기성 판단 기준 모호, 형평성 논란 및 재산권 침해 우려

이재명 대통령.ⓒ뉴시스

정부가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까지 규제 범위를 넓히면서 시장 혼선도 확대되고 있다. 자녀 교육이나 직장 등으로 거주지를 옮기면서 일시적 비거주가 된 수요도 적지 않은데 이들을 모두 투기수요로 간주하고 다주택자와 묶어 일괄 규제하는 건 과도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실거주 중심의 규제 강화 기조가 연쇄적으로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무주택 서민의 주거 불안을 심화시킨단 지적도 적지 않다.


26일 관가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들어 다주택자를 비롯해 1주택자여도 거주하지 않은 경우는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공직자 중에서도 다주택자, 비거주 고가주택 소유자 등은 앞으로 주택·부동산 정책 논의·입안·보고·결재 과정에서 모두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사실상 실거주 주택 1채를 제외하곤 모두 투기성 자산으로 보겠단 의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일몰을 앞두고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여기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까지 크게 뛰면서 일명 ‘똘똘한 한 채’를 소유한 집주인들도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매물이 풀리면서 서울 아파트 매물은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7만9533건으로 8만건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1월 5만7001건 정도였던 매물이 불과 3개월 여 만에 39.5% 확대됐다.


세 부담 확대…다주택자·고가 1주택자 매물 출회 ‘속도’
대출규제 가로막혀, 무주택자 ‘전월세’ 눌러앉기 심화
보유세 개편 등 정부 규제 구체화 전까지 혼선 불가피


시장에서는 투기수요를 차단해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도모하겠단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규제로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단 우려가 제기된다.


서울 아파트 매물이 늘어나는 동안 전월세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아파트 전세물량은 올 초 2만3060건에서 지난 25일 1만7011건으로 월세는 같은 기간 2만1364건에서 1만5759건으로 각각 26.3% 빠졌다.


서울 전역이 규제로 묶이고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서 매매시장 진입이 막힌 무주택자들이 임대차 시장에 머무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압박으로 신규 임대 물량 공급도 제한적인 상황이라 수급불균형은 더 심화하고 있다. 기존 세입자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통해 눌러앉기를 택하고 신규 계약은 연일 신고가에 거래되면서 주거비 부담은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뉴시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값보다 전세가가 더 오를 수는 없다”며 “부동산시장을 하향 안정화 추세로 유도하는 것이 전월세 무주택자에게 이익”이라고 전세 대란은 ‘기우’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전월세 매물이 줄고, 입주물량 감소까지 맞물리면서 서민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하는 임대차 시장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비거주 1주택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한 데 대해선 현실성이 떨어진단 분석이다. 당장 관가에서도 지난 2012년 정부부처의 세종 이전으로 업무상 2주택을 유지하거나 서울에 주택을 보유하면서 세종에서 전월세로 거주하는 등 구조적 비거주 수요가 적지 않다.


학업이나 직장, 자녀 교육이나 가족 사정 등으로 거주지를 옮긴 수요가 상당한데 이를 모두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기수요로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투기성 여부를 판단할 기준을 세우기도 쉽지 않아 자칫 형평성 논란 및 재산권 침해에 대한 분쟁 소지만 늘어날 수 있다.


국토부는 다주택자는 물론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를 포함해 보유세를 개편하는 대책을 준비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기 전까지 시장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다주택자에서 이제는 똘똘한 한 채까지 규제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데 적용 대상이나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시장 혼란이 더 가중되는 모양새”라며 “집값 안정에 대한 정부 의지가 여느 때보다 강한 건 알겠으나 공공·민간할 것 없이 공급이 막힌 데다 세제 개편 역시 향방을 가늠할 수 없는데 대통령 발언에 따라 시장이 휘청거리는 건 바람직하진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실거주 외 주택은 모두 처분해야 한다면 적어도 시장에 풀린 매물은 살 수 있는 환경은 만들고 주택 소유자들을 압박하는 게 맞지 않냐”며 “지금은 집 있는 사람은 집 있는 사람대로,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대로 고통받는데 탈출구가 없다 보니 자칫 시장 전체가 마비될 우려만 키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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