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에 커진 경영진 소송 리스크…상장사 10곳 중 7곳 임원보험 들었다

김민환 기자 (kol1282@dailian.co.kr)

입력 2026.03.28 09:00  수정 2026.03.28 09:00

국내 D&O보험 시장 672억원…10년간 연 15.5% 성장

상장사 가입률 20년 새 31.6%→70% 이상 상승

보험연구원 “보장 고도화·중견기업 확산이 과제”

기업 경영진을 둘러싼 책임 리스크가 커지면서 임원배상책임보험(D&O)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게티이미지

기업 경영진을 둘러싼 책임 리스크가 커지면서 임원배상책임보험(D&O)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상법 개정과 ESG 확산, 디지털 전환 등이 맞물리면서 내부통제 실패나 공시 오류, 감독의무 위반 등이 임원 개인의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D&O보험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6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15.5%씩 성장한 수치다.


계약 건수는 2024년 기준 1712건으로 2014년보다 5배 늘었고, 국내 상장기업의 D&O보험 가입률도 2003년 31.6%에서 2023년 70% 이상으로 상승했다.


D&O보험 수요 확대의 직접적 배경으로는 제도 변화가 꼽힌다. 지난해 7월 공포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와 대주주 의결권 제한(3% 룰)도 도입되면서 이사회 독립성과 견제 기능이 한층 강화됐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가 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나 배임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이전보다 커졌다는 분석이다.


기술혁신도 경영진 책임 구조를 바꾸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 경영이 확산하면서 알고리즘 오류, 데이터 관리 실패, 사이버 침해 등 복합 리스크가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 실패를 실무부서의 운영 문제로 보는 시각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AI 거버넌스가 이사회 책임 영역으로 이동하면서 사이버 사고나 시스템 장애 등이 경영진 배상책임 리스크로 이어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사이버 침해사고 신고 건수도 2010년 53건에서 2025년 2383건으로 급증한 점에 주목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할수록 기술 리스크가 단순 운영 리스크를 넘어 경영진 책임 리스크로 전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국내 D&O보험 시장은 상장기업 중심 구조가 뚜렷해 양적 성장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상장사의 가입률이 높은 수준까지 올라온 만큼, 앞으로는 가입 기업 수 확대보다는 보장한도 증액과 방어비용 선지급 구조 강화, 주주 간 분쟁 담보 범위 명확화 등 보장 수준을 고도화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산업안전과 개인정보 보호 등 법적 책임 범위가 넓어지면서 중견·비상장기업으로 수요 기반이 점진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보험업계의 인수·심사 역량 강화도 과제로 꼽혔다. 현재 D&O보험은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등 정성적 평가 비중이 높은 상품인데도 보험사별 언더라이팅 수준 차이가 커 동일한 위험군에서도 보험료와 담보조건 편차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재무정보 중심 심사를 넘어 ESG 관리 체계와 사이버 대응 역량 등 비재무 위험요소까지 반영할 수 있는 평가모형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험연구원은 제언했다.


제도적 보완 필요성도 제기됐다. 현재는 일정 규모 이상 상장사에 보험 가입 여부만 공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보장한도나 자기부담금 등 핵심 정보는 제한적으로 공개되고 있다.


보험연구원은 지배구조 공시와 연계를 통해 D&O보험이 형식적 가입을 넘어 기업의 실질적 리스크관리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와 함께 중견·중소기업의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표준약관 마련과 정보 제공 강화, 상품 단순화 등을 통해 시장 인프라 구축도 요구된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결국 기업 리스크의 복합화와 경영진 책임 확대는 D&O보험을 선택적 비용이 아닌 기업 지배구조와 리스크관리 체계를 보완하는 전략적 인프라로 재위치시키고 있다”며 “이에 상응하는 상품 고도화와 정책적 정비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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