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소 역투?’ 이대호 11년 만에 마운드

이경현 넷포터

입력 2011.11.14 08:31  수정

부산고-경남고 라이벌 빅매치서 투수로 출전

1.2이닝 3실점..제구력은 꽤 날카로워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서 열린 ´경남고-부산고 출신 라이벌 빅매치´에서 경남고 출신 이대호가 전력투구하고 있다.

오랜만에 ‘투수 이대호’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무대가 열렸다.

13일 부산 사직구장서 열린 ‘경남고vs.부산고 라이벌 빅매치´에서 경남고 OB 자격으로 출전한 이대호는 8-3으로 앞선 5회말 투수로 깜짝 변신해 마운드에 올랐다.

이대호가 투수로 등장한 것은 경남고 시절 이후 무려 11년만이다. 이대호가 마운드에 오르자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들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진귀한 장면에 폭소를 터뜨렸다.

이대호는 5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았지만 6회에는 연속안타를 얻어맞으며 대거 3실점하고 2사 1루 상황에서 교체됐다. 1⅔이닝 6피안타 3실점. 내용 면에서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경기장을 메운 팬들과 동료 선후배들은 평소 보기 힘든 이대호 ‘역투’에 즐거워하며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대호는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유연한 투구폼을 선보였다. 스피드는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스트라이크존을 예리하게 파고드는 제구력은 제법 날카로웠다. 36개의 공을 던져 무려 25개나 스트라이크를 기록할 정도.

특히, 6회 부산고 김민준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는 큰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이대호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사실 지금의 ‘강타자 이대호’만을 생각하는 팬들에게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이대호는 투수출신이었다. 그냥 평범한 투수가 아니라 고교 시절에는 경남고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활약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보다는 가냘픈(?) 체구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투수로서 국제무대에 출전한 경험도 있다.

2000년 8월, 캐나다 에드먼튼서 열린 제19회 세계청소년야구대회에서도 타자가 아닌 투수로 발탁됐다.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세 번째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4⅓이닝 3피안타 2실점 호투,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프로에 입문하면서 완전히 타자로 전향했다. 유연한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투수였지만, 덩치에 비하며 의외로 스피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캐나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 그를 처음엔 투수로 발탁했던 당시 고 조성옥 감독도 훈련 과정에서 이대호의 파워와 타격센스를 눈여겨보고 중심타선에 중용했다. 순간의 선택이 십년 뒤의 미래를 바꾼 셈이다.

이대호가 프로무대에 와서도 타자가 아닌 투수로서 활약했다면 어땠을까. 야구팬들은 타격 7관왕을 잃은 대신, 제구력이 괜찮은 평범한 투수를 얻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한편, 이날의 시구는 '피겨여제' 김연아가 맡았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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