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잔혹사’ 롯데…이대호는 어떨까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입력 2011.11.16 09:36  수정

최동원-염종석-박정태 쓸쓸한 마무리

'롯데 상징' 이대호 초대형 잭팟 터질까

전설로 한 걸음 다가서고 있는 이대호에게 롯데가 과연 어떤 대우를 해줄지 관심이 모아진다.

롯데는 1982년 프로 출범 이후 삼성과 함께 구단명이 바뀌지 않은 유이한 구단이다. 오랜 전통을 지닌 만큼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을 배출했다.

80년대에는 ‘무쇠팔’ 고(故) 최동원이 프로야구를 평정했고, 90년대 초반에는 ‘혹사의 대명사’ 염종석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90년대 말에는 ‘악바리’ 박정태가 그 유명한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롯데 아이콘이었던 이들은 팀을 우승 또는 우승에 근접시켰고, 팬들은 이들을 ‘레전드’로 부르고 있다. 전설들이 추앙받는 이유는 단지 실력이 뛰어나서만은 아니다. 이들은 실력 외에 자이언츠에 대한 남다른 사랑과 승부욕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이언츠를 떠나는 모양새가 좋지 못했다.

최동원은 1984년 한국시리즈 4승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세우며 롯데에 첫 우승을 안겼다. 이후 1987시즌까지 매년 두 자릿수 승수, 2점대 이하의 평균자책점 2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롯데 마운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최동원은 1989시즌을 앞두고 돌연 삼성으로 트레이드된다. 섭수협의회를 결성하려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보복성 트레이드를 당한 최동원은 2년 뒤 미련 없이 글러브를 내려놓았다.

은퇴 후 최동원은 방송과 정치 등 외도를 하면서도 “자기가 돌아갈 곳은 야구장”이라는 말을 수차례 언급했다. 2001년 이후 한화에서 투수 코치와 2군 감독 등을 역임했지만 그토록 몸담고 싶었던 롯데에서는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한줌 재가 되어서야 고향팀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롯데는 지난 9월 최동원의 등번호 1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1992년 데뷔한 염종석은 그해 팀의 두 번째 우승을 이끌고 신인왕을 차지했다. 염종석의 슬라이더는 선동열의 그것보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였다. 팬들은 고졸 루키가 앞으로 롯데의 10년을 책임질 재목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문제는 혹사였다. 신인 첫해부터 200이닝을 던진 그의 어깨는 만신창이가 되어있었다.

이후 염종석의 야구 인생은 부상과의 싸움이었다. 그의 어깨에는 숱한 수술의 흉터가 남았다. 그러던 2008년, 염종석은 롯데와 굴욕적인 계약을 체결, 큰 파장이 일었다. 이른바 ‘은퇴 계약’이 그것이다.

당시 롯데는 염종석과 1억7000만원에서 5000만원 삭감된 1억2000만원에 재계약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계약서에는 ‘8승을 올리지 못할 경우 은퇴해야 한다’는 조항이 삽입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은퇴 기준이었던 8승은 염종석이 2002년 이후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성적이었다. 선수의 의지는 반영되지 않은 사실상 은퇴종용이었다. 결국 시즌이 끝난 뒤 구단 측은 염종석을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했고 염종석은 은퇴식 없이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영원한 캡틴’ 박정태는 지난 6월 KBO가 발표한 '프로야구 30주년 레전드 올스타 베스트10' 투표에서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롯데 선수다.

그러나 박정태와 롯데도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했다. 박정태는 FA 자격을 취득한 2002년, 구단과 협상 시작부터 끝까지 난항을 겪었다. 박정태는 3년-16억원을 원한 반면, 구단 측은 지난 2년간의 부진한 성적을 이유로 2년-6억원을 제시했다. 박정태는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고 싶었고, 롯데는 전성기가 지난 선수에게 큰돈을 쓸 맘이 없다며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양측 모두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던 협상은 해를 넘겨 최종협상까지 이르렀다. 박정태가 2년간 10억원으로 자존심을 굽혔지만 그래도 구단 측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결국 박정태는 구단의 요구(2년간 6억원)대로 계약서에 싸인을 마쳤고, 계약기간만 뛴 뒤 미련 없이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2000년대 들어 롯데의 상징은 당연히 이대호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란 이대호는 부산의 대동중-경남고를 거쳤다. 프로에서도 부산이 연고지인 롯데에서만 11년째 뛰었고, 최근 팀의 4년 연속 포스트시즌의 일등공신이다. FA 자격을 얻게 된 그는 여전히 롯데를 사랑하고 조건만 맞는다면 롯데에 남길 원한다.

하지만 협상은 진통이 예상된다. 롯데가 이대호를 만족시킬만한 금액을 제시할지 의문이며 여기에 일본의 오릭스가 적극적인 영입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롯데는 머니게임에서 일본 구단을 이길 자신이 없다. 구단 측은 “역대 최고 대우는 분명하다”고 말하면서도 “이대호와 구단, 팬들이 존중할 만한 상식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대호가 상식선을 넘어서는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선을 그었다. 초대형 잭팟이 터질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팬들은 팀의 레전드들에게 감사하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화려했던 선수 생활과 달리 말년에는 못한 모양새로 팀을 떠났기 때문이다.

만약 이대호마저 정든 팀을 떠난다면 롯데팬들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설로 다가서고 있는 이대호를 잡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나선다는 롯데가 과연 어느 정도의 ‘상식선’을 제시할지 관심이 모아진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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