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와 함께 FA 최대어로 평가받았던 정대현(33)의 종착지는 볼티모어가 아닌 롯데였다.
롯데는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대현과 4년간 총액 36억원(계약금 10억원+연봉 5억원+옵션 6억원)에 FA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4년 LG와 4년간 총액 30억원에 계약한 진필중의 역대 FA 불펜 최고액을 뛰어넘는 금액이다.
정대현이 최고 대우를 받으며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된 이유는 3가지로 분석된다.
① FA 풍년, 불펜의 중요성
올 시즌 FA 시장에는 무려 17명의 자유계약 자격을 얻은 선수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 가운데 이대호, 정대현 등 대어급부터 준척급 선수들이 대거 포함돼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 했다.
초대형 계약이 예상된 이대호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 입단했지만 이택근(넥센, 4년간 50억원)으로부터 시작된 몸값 과열 상승은 한화로 복귀한 김태균이 역대 최고액(연봉 15억원)을 찍으며 화끈한 돈 잔치로 이어졌다.
특히 불펜의 중요성이 강조된 점도 정대현 ‘잭팟’의 이유로 분석됐다. 최근 5년간 우승을 네 차례나 차지한 SK(3번)와 삼성(1번)은 불펜의 야구로 대변되는 팀. 따라서 그동안 FA 시장에서 찬밥 신세였던 구원 투수들은 이번 스토브리그서 극진한 대우를 받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로 인해 송신영(한화, 3년간 13억원), 이승호(롯데, 4년간 24억원), 정재훈(두산, 4년간 28억원) 등은 몸값 상승의 수혜를 입었고, LG 이상열과 SK 임경완·이승호(등번호 37번) 등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② 메이저리그 도전, 어쩔 수 없었던 몸값 상승
지난 2001년 SK에 입단한 정대현은 프로 11년 통산 32승 22패 76홀드 99세이브를 기록한 특급 마무리다. 게다가 1.93의 평균자책점은 500이닝 던진 현역 투수들 가운데 전체 1위이며, 통산에서도 선동열(1.20)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불펜이 강하기로 소문난 SK에서도 정대현은 늘 불펜의 중심으로 활약해왔다. 이에 붙여진 별명 또한 ‘여왕벌’이다. 또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미국전과 2008 베이징 올림픽 결승 쿠바전 등 국제대회에서도 늘 인상적인 피칭을 해와 오승환과 함께 국내 최고의 마무리로 손꼽히고 있다.
FA 자격을 얻은 정대현은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할 선수가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볼티모어와의 계약이 지지부진 이어진데다가 급기야 메디컬테스트 과정에서 이견이 생겨 국내로 복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확실한 마무리를 원한 다수의 구단들이 이를 놓칠 리 없었고, 정대현의 의도와 달리 그의 주가는 날로 치솟았다. 정대현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행 추진이 몸값을 올리려는 액션은 결코 아니다”란 점을 강조했지만 국내에서 정대현을 기다리던 구단들의 생각은 달랐다.
③ 특급 마무리가 절실했던 롯데
정대현이 국내로 복귀할 움직임이 보이자 가장 먼저 여왕벌을 채간 것은 다름 아닌 롯데였다. 롯데는 양승호 감독이 직접 정대현 영입을 원한다고 밝힐 정도로 불펜 보강이 늘 고민거리인 팀.
롯데는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도 다음 라운드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허술한 불펜 때문이었다. 물론 올 시즌에는 김사율이라는 새로운 클로저가 등장했지만 아무래도 안정감 면에서 정대현에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이대호의 일본행으로 인한 자금의 여유도 이승호와 정대현에게 거액을 쏟아 부을 수 있는 원동력으로 이어졌다. 롯데가 이들과 계약한 금액은 4년간 총 60억원. 물론 큰 액수임에는 분명하지만 100억원으로 평가받았던 이대호의 몸값에 비하면 절반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늘 마무리 부재로 고민하던 롯데의 강한 의지는 이승호 영입을 시작으로 정대현으로 마무리 짓게 됐다.[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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