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현(33·롯데)과 임경완(37·SK), 두 베테랑 불펜투수는 올 시즌 나란히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올 시즌이 끝나고 나란히 FA 자격을 얻은 둘은 공교롭게도 13년 동안 롯데 소속이던 임경완이 SK로, 11년 동안 SK 소속이던 정대현이 롯데로 가게 됐다. 어쩌다보니 주력 셋업맨끼리 맞트레이드처럼 되어버린 모양새다. 그것도 10년 넘게 뛰던 팀과 결별한 케이스라 더 찌릿하다.
정대현과 임경완은 같은 언더핸드 투수로서 지난 시즌까지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정대현은 SK 시절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주역이고, SK 트레이드마크 벌떼마운드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여왕벌’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임경완도 롯데가 구단 역사상 최다인 최근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루는데 없어서는 안 될 투수로 활약했다.
나란히 FA 자격을 얻은 둘은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나는 길을 선택했다. 임경완은 3년 총액 11억 원에 SK로 옮겼다. 정대현은 당초 메이저리그 진출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개인사정이 겹쳐 결국 미국행을 포기하고 롯데와 4년간 총액 36억 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야구에서 불펜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기 중후반 1~2이닝을 안정적으로 책임질 불펜투수의 가치는 3할대 타자 이상의 공헌도가 있다는 게 최근 인식이다. 검증된 불펜요원의 몸값이 날로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두 셋업맨과 마무리까지 불펜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다음 시즌 SK와 롯데 팀컬러가 큰 폭으로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이들의 활약은 직접적인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롯데 양승호 감독과 SK 이만수 감독은 정대현과 임경완의 활용도를 놓고 마무리보다는 중간계투 요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
롯데는 이미 지난 시즌을 통해 김사율이라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찾았다. 정대현은 김사율의 앞에 등판하는 셋업맨 역할이 유력하지만, 상황에 따라 언제든 더블 스토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경완은 롯데 시절 마무리로도 종종 등판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마무리 시절 블론세이브가 잦다는 이유로 ‘임작가’라는 유쾌하지 못한 별명이 따라붙기도 했다.
하지만 셋업맨으로는 준수한 활약을 선보이며 롯데 불펜의 필승계투조로 활약했다. 선수 본인도 부담스러운 마무리보다는 계투 요원을 선호하고 있다. 이만수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정대현에게 맡겼던 셋업맨의 역할을 임경완에게 부여할 예정이다.
SK와 롯데는 최근 몇 년간 신흥 라이벌로 치열한 자존심싸움을 펼쳐왔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도 5차전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쳤다. 주력선수들이 각각 유니폼을 바꿔 입고 펼치는 승부는 더욱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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