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쵸우 HTC 대표가 지난 2010년 11월 방한 간담회에서 자사 스마트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0분 정도 사용해 봤는데, '값싼 디자인(its design is cheap)'에 불과했다"
지난 2010년 10월 피터 초우 HTC 대표가 아시아지역 기자단과의 공식 행사에서 갤럭시S를 직접 지목하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평가절하했던 발언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얕볼 정도로 한때는 안드로이드폰의 대표 주자로 군림했던 HTC가 삼성전자의 위용에 무릎 꿇고 한국 시장에서 짐을 싸게 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HTC 한국법인이 지난 2009년 1월 설립 후 3년 6개월여만에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HTC 한국법인은 최근 철수 작업을 진행 중이며 직원들을 명퇴그룹, 정리그룹(6개월~1년간 철수를 진행하기 위해 남는 직원)으로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TC가 갑작스레 한국 시장 철수를 선언하자 외산 스마트폰 업체들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 올해 들어 애플을 제외하고는 한국에서 신제품을 출시한 외산 스마트폰은 단 한대도 없을 정도다.
한국이 스마트폰을 처음 도입할 당시 트렌드에 민감하고 얼리어답터 스타일의 유저 특성을 공략하겠다며 해외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저마다 신제품을 출시, 야심찬 각오를 보였지만 지금은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삼성 스마트폰 얕보던 HTC…굴욕적인 사업철수
HTC의 한국 철수 결정은 최근의 사업부진과 구조조정까지 단행되는 악재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지만 삼성전자의 막강한 지배력을 비롯한 국내 제조사들의 예상 밖 강세에 '시장 포기' 카드를 선택했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HTC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신흥 강자였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를 내놓으면서 애플과 경쟁 구도를 시작하려 할 때만 해도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은 HTC부터 이기고 가라"고 비꼬았을 정도다.
삼성전자 모델이 갤럭시S3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만큼은 한 수 아래라고 여겼던 삼성전자가 이 같은 전망을 비웃고 국내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그나마 있는 틈새마저 애플과 LG전자, 팬택 등 나머지 제조사들이 버티고 있어 HTC에겐 희망이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상반기 국내 휴대폰 점유율은 70%에 육박하며, LTE스마트폰 점유율도 67%에 달한다. 나머지 30% 가량은 외산폰 중 유일하게 선전하고 있는 애플과 토종 제조사인 LG전자와 팬택의 몫이다. 반면 HTC 한국 시장 점유율은 현재 1%에도 못 미친다.
HTC는 지난해 12월 `센세이션 XL`을 출시한 뒤 반년이 지나도록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했다. 한국지사장은 지난 5월 임기 1년도 못 채우고 퇴사하더니 임원급 담당자도 여럿 회사를 떠났다.
노키아, 모토로라, 림…"남일 같지 않네"
HTC의 전격적인 철수 선언에 동병상련을 겪고 있는 다른 외산 스마트폰 업계도 우울하긴 마찬가지다. 일련의 상황이 남일 같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노키아, 모토로라, 림, 소니모바일 등 애플을 제외한 외산폰 업계는 최근 한국에서 이렇다 할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물론 이들 업체들은 연내 한국 시장에 LTE 스마트폰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아직 출시 일정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이처럼 최근 한국 시장은 외산 휴대폰들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시장을 절대적으로 주도하고 나머지를 LG전자와 팬택이 경쟁하는 구도로 자리잡고 있어 상대적으로 외산 휴대폰들은 힘을 쓰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면서 "국산 브랜드의 강세 분위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외산폰의 추가 철수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국내 시장에 LTE가 트랜드로 자리잡으면서 외산폰들에겐 더 큰 악재가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비슷한 주파수를 쓰는 3G에 비해 LTE는 나라마다 다른 주파수를 쓰기 때문에 해외 제조사들이 맞춤 제품을 따로 출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실제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국내 제조사들이 LTE에 주력하고 있고 이동통신사 역시 LTE 투자에 올인하고 있어 이 같은 부담은 앞으로도 더 크게 작용할 전망이다.
외산 휴대폰 제조사에 몸 담았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구도로 고착화 되면서 다른 해외 스마트폰 업체들은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며 "그들에게 삼성전자가 지배하고 있는 한국 시장은 포기하는 게 올바른 수순"이라고 말했다.[데일리안 =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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