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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에 홀린 삼성벤치 ‘이젠 오리무중’


입력 2012.10.28 19:41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SK 빠른템포 교체에 말린 마운드운용

치욕 역전패로 오리무중 양상 가능성

지난 24일 대구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시작 전 삼성 류중일 감독과 SK 이만수 감독이 악수하고 있다

정규시즌 8.5게임차 앞선 1위 삼성 라이온즈의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졌다.

삼성은 28일 인천 문학구장서 열린 SK와의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생각지도 못한 8-12 역전패를 당하며 충격에 휩싸였다. 3회초 무사 만루에서 이승엽 2타점 역전 중전 적시타에 이어 5번 최형우 우월 3점포는 쐐기포로 보였다. 1이닝 6득점의 가공할 ‘화력쇼’에 3차전은 끝났다고 예상했던 이가 대부분이었다.

정근우를 제외하곤 방망이가 전혀 가동하지 않던 SK인 데다 타선 응집력과 마운드의 위압감이 대단했던 삼성이라 5점차 리드는 뒤집히기 어려운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선발 부시에 이어 스윙맨 채병용까지 물러난 뒤라 삼성 벤치에는 여유가 흘렀다. 리그 최강의 삼성 불펜진과 힘이 넘치는 삼성 마운드를 감안했을 때, 5점차는 뒤집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SK에는 '비'가 있었다. 27일 인천에 내린 비로 하루 연기된 3차전. 그 비로 인한 꿀맛 같은 휴식은 피로에 지친 SK의 타격 집중력을 회복시키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SK 주축 선수들은 전날 자발적 팀 미팅을 가지며 전의를 다지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2차전까지 SK를 투타 모두 힘으로 제압한 삼성 입장에선 비로 인한 하루 연기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삼성 선수들은 최형우의 스리런이 터지자 승부가 끝난 듯 벤치에서 자축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조기등판 안지만 '삼성 자충수'

6회 안지만의 등판 자체가 삼성에 큰 실수였다. 안지만은 삼성이 자랑하는 필승계투진의 셋업맨이다. 오승환 앞에서 끝에서 두 번째로 등판해야 하는 투수다. 빨라도 7회에 등판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안지만은 6회에 조기 등판했다.

안지만이 그 위기를 막았더라도 삼성은 패할 확률이 높았다. 필승 방정식이 사실상 붕괴됐기 때문이었다. 안지만 이후 오승환 등판까지 공백이 너무 길었다. 결과론이지만 고든을 먼저 등판시키고 안지만을 올렸더라면, 오히려 삼성 마운드는 안정적으로 운용됐을지 모른다.

보통 8회에 등판하던 안지만으로서는 생소한 6회 조기 등판에 심리적으로 흔들렸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6회 안지만 조기 등판은 결국 차우찬-심창민-권혁 등 필승계투조를 길게 운용하지 못한 삼성 벤치의 조급함에서 비롯된 자충수다.


SK 페이스에 말린 삼성 벤치

선발 배영수 역시 3이닝 동안 7피안타 부진을 보이고 조기 강판당한 상태. 삼성은 4회초까지 6-3으로 앞서고 있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의 ‘1+1’ 전략에 의해 차우찬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다.

차우찬은 SK 선두타자 박진만에게 좌월 솔로포(비거리 110m)를 맞고 추격의 빌미를 허용했다. 이후 정근우에게 내야안타를 허용한 뒤 심창민에게 마운드를 넘겨주고 조기 강판했다. 그 다음 심창민은 불안한 제구력을 보이더니 결국 폭투로 추가 실점, 6-5로 바짝 추격당했다.

이후 삼성은 5회 권혁에 이어 6회 안지만을 조기에 등판시키는 초강수를 뒀지만 안지만이 와르르 무너지며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특히, 시즌 SK전 평균자책점이 0.61에 불과했던 안지만은 1이닝 동안 김강민에게 쐐기 스리런을 허용하는 등 3피안타 4실점 4자책점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내려갔다.

삼성 배터리의 가장 큰 실수는 박정권의 고의사구에 이은 김강민의 좌월 3점포다. 박정권을 피하고 승부를 택한 김강민에게 맞은 홈런의 데미지는 표면적인 3실점 이상이다. 삼성이 가장 자랑스럽게 여기던 승리방정식의 붕괴를 의미하는 치욕의 한 방이었다.

선발 데이브 부시의 부진에 즉각 대응한 SK 이만수 감독. 채병용의 강판 역시 한 템포 빠르게 이어갔다. 이런 분위기에 삼성 벤치도 너무 빠른 투수 교체 타이밍으로 응수했다. 차우찬에 이어 심창민, 그리고 권혁에서 안지만으로 넘어가는 투수 교체 타이밍이 마치 SK 템포에 말린 듯한 감을 지울 수 없다.

삼성 벤치는 투수 교체에만 급급했을 뿐, 불붙은 SK 타선의 템포를 늦출 작전은 없었다. 베테랑 포수 진갑용 역시 마찬가지. 관록의 야전사령관이 해 야 할 몫이 바로 경기의 맥을 끊는 인사이드웍이다. 차우찬과 심창민은 최소 1이닝 이상을 책임져야 할 주축 투수들이다. 이 투수들을 1이닝도 쓰지 못하고 조기 강판을 결정했다. 먼저 2승을 거둔 삼성이 성급한 투수 교체로 무덤을 스스로 판 격이다.


1패 이상의 충격 '시리즈는 오리무중'

삼성이 3차전에서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8-12로 대역전패 당한 1패는 단순한 1패 이상의 충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권혁-안지만으로 이어지는 불펜의 승리 방정식이 완전히 깨졌다. 게다가 ‘선발 1+1’ 전략의 핵심이던 차우찬 역시 불안한 투구, 삼성 마운드 운용에 균열이 생겼다.

반면, SK 타선은 17개의 장단타를 몰아치며 삼성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정근우를 필두로 최정-김강민-박진만이 모두 3안타 경기를 기록했다. SK 타선의 집중력이 상하위 가릴 것 없이 이제 정상 작동한다는 의미다. 게다가 가장 부진했던 4번 이호준이 8회말 좌월 솔로포를 터뜨리며 타격감 회복에 돌입했다.

SK의 타선 부활이 삼성의 필승조를 상대로 해냈다는 점에 의미가 크다. 삼성은 1패 이상의 패배를 당했고, SK는 1승 이상의 대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은 1-2로 SK가 뒤지지만 현재는 SK가 2승 이상을 일궈낸 분위기다. 4차전부터는 물고 물리는 대역전의 난타전 시리즈가 전개될 공산이 커졌다.

삼성이 4차전에서도 SK 화력을 잠재우지 못할 경우, 시리즈 향방은 오리무중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 일방적인 삼성의 시리즈로 전개되리라 예상됐던 '2012 팔도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재미있는 시리즈로 급변했다.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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