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선발 장원삼의 역투와 타선의 응집력을 앞세워 SK 와이번스를 7-0으로 대파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단 1안타에 그쳤던 박석민이 4회초 1사 1루에서 축포를 쏘아 올렸고, 이승엽은 2사 만루에서 주자 일소 3루타를 작렬시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마운드에선 장원삼이 7이닝 동안 9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팀 승리의 수훈갑이 됐고, 오승환이 마지막 우승의 순간을 장식했다.
이날 승리로 삼성은 4승2패를 거둬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이자 통산 6번째 우승(1985년 전후기 통합 우승 포함)을 달성했다. 삼성의 통산 6회 우승은 KIA(전신 해태 포함 10회)에 이어 2위에 해당한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만 5번째 우승(2002년, 2005년, 2006년, 2011년)의 대업을 이루며 21세기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했다.
부진 거듭, 시즌 초 급추락
시즌 개막 전 삼성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혔다. 상대가 없어 보였다. 우승 멤버는 그대로 유지한 채 전력 보강을 통해 한층 강화된 전력을 꾸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민타자’ 이승엽의 9년 만의 친정팀 복귀는 화룡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시작은 좋지 못했다. 개막전 LG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삼성은 4월 한 달간 7승10패라는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급기야 성적은 추락했고 7위까지 내려앉았다. 삼성은 5월 마지막 날이 되서야 21승1무21패, 5할 승률에 턱걸이 할 정도로 총체적인 난국이었다.
투타 불균형은 더욱 심각했다. 이승엽과 박석민이 고군분투했지만 그 외 선수들이 집단 침체에 빠지니 감독으로서도 달리 손 쓸 방도가 없었다. 팀 자책점은 3.75로 전체 1위에 올랐지만 팀 타율은 0.256로 전체 6위로 처졌다.
지난 시즌 타격 3관에 오르며 맹활약을 펼친 최형우와 신인왕 배영섭은 동반 부진에 빠졌고, 2년 연속 10승을 기록하며 삼성 에이스로 우뚝 선 차우찬도 2승 6패, 평균자책점 7.86으로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최형우는 개막 후 6월까지 타율 0.225, 51안타 3홈런 34타점에 그쳤다. 배영섭도 타율 0.206, 40안타 15타점 15도루로 테이블세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지키는 야구’의 핵심 불펜진도 불안을 노출했다. ‘끝판 대장’ 오승환은 4월24일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대거 6실점을 하며 체면을 구겼다. 이는 지난 2011년 5월20일 두산전 이후 341일 만의 블론 세이브였다.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류중일 감독은 서두르지 않았다. 선수들에 대한 믿음과 신념을 바탕으로 묵묵히 인내하며 기다렸다.
고공비행, 이변은 없었다
절치부심한 삼성이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 않았다. 타선의 부활과 불펜진이 안정을 찾은 6월이 되자 이내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6월 중순에 접어들자 삼성은 차츰 도약하기 시작했다. 6월 한 달간 15승을 수확하며 0.545의 승률로 단숨에 2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1위를 위협했다.
기세를 타자 삼성은 거침이 없었다. 7월 1일 넥센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37승2무30패, 승률 0.552로 시즌 첫 단독 1위로 올라선 삼성은 7월 8일 이후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7월 한 달 동안 무려 14승3패, 승률 0.824로 경이로운 성적을 남겼다.
시즌 막판 타선 슬럼프로 인해 2위 팀의 거센 추격도 받았지만 한 번 안정을 찾은 삼성은 쉽사리 도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전 선수들이 고루 활약한 덕분에 삼성은 10월1일 LG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정규리그 2년 연속 우승을 확정지었다.
강력한 타선과 탄탄한 선발진은 1위 탈환의 원동력이 됐다. 지난해 부진을 말끔히 씻어낸 장원삼(17승)을 축으로 탈보트(14승), 고든(11승), 배영수(12승)로 이어지는 사각 편대는 모두 10승 대열에 합류했다. 이는 삼성 구단 역사상 무려 19년 만의 일이다.
이와 함께 시즌 초 극심한 부진을 보이던 최형우가 살아나며 공포의 클린업도 위용을 회복했다. 이승엽-박석민-최형우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는 58홈런 253타점을 합작하며 상대의 실투를 허락하지 않았다.
후방은 ‘삼성의 자랑’ 필승 계투진이 든든히 지켰다. 올 시즌 홀드 2위에 오른 안지만(28홀드)을 비롯해 권혁(18홀드), 권오준(10홀드) 과 ‘끝판대장’ 오승환(37세이브)으로 구성된 계투진은 상대의 역전에 대한 희망을 꺾어버렸다.
6번째 챔피언, 맞수 SK 제압
정규리그를 2년 연속 제패한 삼성의 상대는 플레이오프에서 롯데와 혈전을 치르고 올라온 SK였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3년 연속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충분히 휴식을 취한 삼성은 시리즈 1,2차전에서 SK를 힘으로 압도했다. 1차전에선 윤성환의 호투와 이승엽의 홈런 한 방이 승리를 안겨다 줬고, 2차전에선 최형우의 만루포로 일찌감치 승부를 결정지었다.
2승을 먼저 거둔 삼성은 주도권을 움켜쥐었다. 경기 내용도 전혀 결점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투타에 걸쳐 완벽했다. 일방적인 삼성의 4연승 우승도 점쳐졌다. 하지만 비가 돌발 변수가 되버렸다. 27일 열릴 예정이던 3차전이 하루 연기가 된 게 화근이었다.
인천으로 장소를 옮긴 3·4차전에서 삼성은 수비 불안과 타격 난조 속에 SK에게 연거푸 덜미를 잡혔다. 시리즈 전적 2승 2패 동률을 허용하며 순식간에 분위기는 급반전 됐다.
그러나 삼성의 저력은 위기에서 빛났다. 전열을 재정비한 삼성은 1차전에 이어 5차전 선발로 나선 윤성환이 또 한 번 역투를 펼쳐 다시 한 걸음 앞서나갔고, 세밀한 수비와 강력한 불펜도 승리를 거들었다.
결국 삼성은 6차전에서 SK에 한수 위의 기량을 선보이며 시종일관 경기를 지배한 끝에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한편, 9년 만에 한국무대에 복귀한 이승엽은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 MVP까지 거머쥐는 감격을 누렸다.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23타수 8안타(타율 0.348) 7타점 4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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