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SK의 2012년 한국시리즈는 양팀 모두 'DNA'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증명한 한 판이었다.
삼성은 1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장원삼과 안지만, 오승환 등 3명의 투수가 고작 2개의 안타만을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묶고 박석민의 2점 홈런 등으로 4회초에서만 6점을 뽑아내며 SK에 7-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 및 한국시리즈 통합우승과 함께 'V6'를 달성했다. 특히 삼성은 홈에서 벌어진 1, 2차전을 모두 이기고도 원정 3, 4차전을 허무하게 내줘 위기에 몰릴 뻔 했지만 잠실 5, 6차전을 잡아냈다. 특히 6차전은 투수와 타자 모두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며 SK와 힘의 대결에서 압도했다.
무엇보다도 삼성은 '징크스 DNA' 또는 '저주 DNA'가 사라진 것이 반갑다.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 번의 실패도 없던 김응룡 감독을 자리에 앉혀놓고서도 지난 2001년 두산에게 허무하게 2승 4패로 물러났던 삼성이 '징크스 DNA'를 떨쳐버린 것은 지난 2002년이다.
삼성은 2002년 당시 김성근 전 감독이 이끌던 LG를 상대로 멋진 모습을 보이며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삼성은 3승 1패로 앞서고도 5차전을 잡지 못하는 바람에 LG에게 추격의 빌미를 허용했고 6차전에서도 9회말을 맞이하기 전까지 점수를 뒤져 7차전까지 가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설상가상으로 LG의 마운드는 마무리 이상훈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이승엽이 이상훈을 상대로 통쾌한 3점 홈런을 터뜨려 9-9 동점을 만든 뒤 마해영이 최원호를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터뜨리며 대구를 열광의 분위기로 만들었다.
이때부터 삼성은 징크스에서 완전히 탈피했다. 물론 지난 2004년 현대와 9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이며 3승 2무 4패로 물러나기도 했지만 한국시리즈만 되면 벌벌 떠는 삼성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2005년에는 두산을 상대로 가볍게 4승을 거두며 통산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2006년에도 한화를 상대로 4승 1무 1패를 거두며 2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0년에는 SK에게 4패로 물러나긴 했지만 지난해와 올해 다시 SK를 만나 각각 4승 1패와 4승 2패로 이기며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삼성은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치러진 12차례의 한국시리즈 가운데 모두 7차례 나와 모두 5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SK가 3번 우승, 현대가 2번 우승, KIA와 두산이 각각 1번씩 우승을 차지한 것을 감안할 때 지금까지는 삼성이 '21세기의 팀'이라 불릴 만하다.
반면 SK도 'DNA'가 사라졌다. 삼성이 '징크스 DNA'가 사라지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반면 SK는 정밀하고 좀처럼 실수가 없는 '시스템 야구 DNA'가 없어졌다.
지난 2007년 김성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SK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정밀한 시스템 야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이 치른 4차례 한국시리즈에서 3번이나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정밀한 야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해 시즌 도중 김성근 감독이 경질되고 이만수 감독이 부임하면서 정밀하고 세밀한 야구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김성근 감독 때는 위기의 순간을 정밀한 야구로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부터는 오히려 SK 답지 않은 실수를 연발하며 위기를 자초하거나 애써 찾아온 기회를 날리기 일쑤였다.
이번 한국시리즈 들어 가장 극적인 사례가 바로 5차전 이호준이 홈에서 협살당하는 모습이었다. SK는 분명 동점 또는 역전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맞았지만 더블 스틸 과정에서 이호준이 협살당하며 허무하게 이닝을 마치고 말았다. 이날 SK가 1-2로 패한 것을 감안할 때 5차전의 패배는 뼈아팠고 그 여파는 6차전까지 이어졌다.
SK는 분명 강팀이다. 하지만 SK가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게 무릎을 꿇었다. SK는 세밀한 시스템 야구가 되살아나지 않는다면 '21세기의 팀' 삼성을 넘어서기에 힘이 모자라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뼈저리게 느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