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헐크 감독…부끄럽지 않은 재평가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2.11.02 09:52  수정

부상자 속출-설화 딛고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이끌어

야신 그림자 벗어나 지도자로서 색깔-능력 인정받아

올 시즌 이만수 감독의 능력이 재평가 받는 장면은 위기관리와 극복이었다.

´헐크´ SK 이만수(54) 감독은 사령탑 데뷔 이후 줄곧 마음고생이 많았다.

감독 취임 초기부터 전임 김성근(고양 원더스) 감독 자리를 빼앗았다는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상처를 입었다. 전임자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야구철학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지난해 감독대행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음에도 감독 이만수 지도력에 대한 평가는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올해부터 감독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지만, 정작 올 시즌 SK는 전문가들로부터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4강도 힘들다”고 보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FA 자격을 얻어 롯데로 이적한 정대현-이승호 공백보다 지난 5년간 SK 야구의 절대자였던 김성근 감독의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다.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두고 선발 로테이션도 제대로 확정하지 못할 만큼 고민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이만수 감독은 세간의 평가에 주눅 들지 않았다. ‘기본, 집중, 팀’이라는 자신의 야구관을 바탕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 했다. 타성에 젖은 선수들에게 자발적인 책임감을 주문했고, 한 번 믿은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올 시즌 이만수 감독의 능력이 재평가 받는 장면은 위기관리와 극복이었다.

SK는 올 시즌 그야말로 부상대란에 시달렸다. 지난 5년간의 호성적 뒤에 가려진 주축 선수들의 부상 후유증이 올 시즌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수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투수들이 부상으로 한 번씩은 2군에 내려가 재활을 했다.

선발진에서 풀시즌 뛴 투수는 윤희상이 유일했다. 타자들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제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경기가 많았고, 타선 슬럼프가 장기화되는 경우도 잦았다. 박희수와 정우람이 빠졌던 7월초엔 8연패에 빠지며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SK는 무너지지 않았다. 한때 6위까지 떨어지며 4강도 위태롭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8월부터 타선이 서서히 살아났고, 박희수-정우람의 부활과 제대 후 가세한 채병용의 복귀는 지친 마운드에 큰 힘을 불어넣었다. 2위 경쟁이 치열했던 8월과 9월에 월간승률 1위를 기록, 두산과 롯데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결국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SK는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만난 롯데와 5차전까지 치르는 혈전 끝에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삼성을 상대로도 전력 열세과 체력적 부담을 딛고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비록 역전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위기에서 쉽게 무너지지 않는 SK의 뚝심은 “우리에겐 가을 DNA가 있다”는 이만수 감독의 말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입증하기에 충분했다.

이만수 감독 개인에게도 올해는 많은 배움의 시간이었다. 연이은 부상자 속출로 선수단을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많았고, 생각지 못한 설화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지나치게 감정표현에 솔직하고 직선적인 세리머니 때문에 상대팀들로부터도 종종 오해를 받았고, LG 김기태 감독과는 불편한 사이가 되기도 했다. 시리즈마다 극과 극을 오고갔던 단기전 용병술도 아직은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올 시즌 SK는 사실상 시즌 내내 100% 전력을 한 번도 갖추지 못했음에도 또 세간의 예상을 깨고 정규시즌 2위에 올랐고,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명가의 전통을 지켜냈다는 점이다. 지금도 전임 감독의 그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적어도 올 시즌의 경험을 통해 이만수 감독이 자신의 색깔과 능력을 상당 부분 인정받은 것은 확실하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경현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