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일본무대서 결국 명예회복에 실패한 것을 아쉬워하는 반응도 있었다. 이미 전성기가 지난 게 아니냐는 회의적인 평가도 따라다녔고, 심지어는 “일본에서 실패하고 들어온 이승엽이 잘해봐야 한국야구 수준만 우습게 되는 꼴”이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고향에 돌아온 기쁨도 잠시, 이승엽에게는 새로운 부담이 생겼다. 삼성은 이승엽이 돌아오기 직전에 이미 한국시리즈를 넘어 아시아시리즈까지 제패한 팀이었다. “내가 와서 우승못하면 모양새가 우스워진다”고 고백할 만큼 기대치는 컸다.
10년 전의 이승엽이 풋풋한 20대의 영건이었다면 이제는 후배들을 이끄는 맏형이 됐다. 37세라는 나이에도 여전히 이승엽의 이름이 주는 클래스를 기대하는 팬들의 눈높이는 한없이 높았다.
이승엽은 마음을 비웠다. 자신보다 팀을 먼저 위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다짐했다. 개인적인 목표를 내세우지도 않았고, 오로지 팀의 우승과 동료들에게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노라고 스스로와 약속했다.
하지만 세상은 이승엽의 어깨가 가볍도록 놔두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부동의 4번 타자였던 최형우의 갑작스러운 부진은 고스란히 이승엽이 감당해야할 몫으로 넘어왔다. 이승엽은 시즌 내내 3번 타순에서 3할대를 웃도는 타율에 21홈런(5위) 85타점(3위), 150안타(4위)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적을 기록했다.
어느덧 베테랑으로서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처할 때마다 후배들을 다독이며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도 달라진 이승엽의 역할이었다. 고참 선수임에도 요령을 피우지 않고 누구보다 한발 앞서 훈련장에 출근해 성실한 모습을 보였고, 경기장에서는 팀을 위해서라면 몸을 사리지 않았다. 이승엽 같은 대스타가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니 후배들도 자연히 분위기에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이승엽의 가치는 중요한 한국시리즈에서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한국시리즈 직전까지 사실 이승엽의 타격감은 최악에 가까웠다. 그러나 이상하리만큼 큰 경기, 중요한 순간만 되면 빛을 발하는 이승엽의 클러치 본능은 이번에도 변함이 없었다.
이승엽은 1차전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선제 투런포를 터뜨리며 3-1 승리를 이끌었다. 4차전에서 어이없는 주루사와 수비에서의 실책성 플레이 등으로 잠시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이에 흔들리지 않고 5차전이후로 다시 공수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실수를 스스로 만회했다. 6차전에서는 4회 승부에 쐐기를 박는 주자일소 싹쓸이 3타점 3루타를 작렬하며 7-0 완승을 이끌었다.
이승엽은 6경기에 22타수 8안타(타율 0.364) 1홈런 7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최형우와 박석민 등 다른 중심타자들이 시즌 내내 다소 들쭉날쭉한 컨디션을 보이는 가운데서도 태산처럼 우뚝 솟아있는 이승엽의 존재감은 삼성을 부동의 최강팀으로 이끄는데 기여했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이승엽만의 클래스였다.
10년 만에 돌아온 한국시리즈에서 우승과 MVP까지, 이승엽은 한국으로 돌아오며 스스로에게 했던 약속을 120% 지켰다. 이승엽은 "이번 MVP는 정말 의미가 각별하다. 오랜만에 돌아와서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후배들과 함께 우승을 차지하니 의미가 남다르다. 정말 행복하다"며 남다른 감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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