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반의 류현진’ 위상바뀐 꼴찌 한화
1년 구단 운영비 맞먹는 수입 기대
류현진 밀어준 한화..FA시장 큰손?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초대박’이다.
한화는 10일 "메이저리그 구단이 류현진(25·한화)을 영입하겠다고 써낸 최고 응찰액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최고 응찰액을 써낸 구단은 LA 다저스로 무려 2,573만7,737달러33센트(약 280억원)를 내걸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도 11일 다저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에 가장 많은 금액을 적어낸 구단은 LA 다저스"라고 공식 발표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다저스는 통산 6차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명문 구단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1994년 국내 선수로는 최초로 입단했던 팀으로 친숙하다.
류현진은 이제 30일 이내 연봉 계약만 마무리하면 된다. 류현진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 측은 1년 연봉으로 최소 500만 달러(약 54억원) 이상을 자신하고 있다. 최대 4년 계약을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류현진은 고대하던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루게 됐다. 그동안 사실상 유명무실했던 7년차 FA의 ‘구단동의 하에 해외진출’이 처음으로 성사됨에 따라 이제 능력 있는 선수들은 좀 더 일찍 해외진출의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류현진 사례로 인해 우승전력과 거리가 있는 구단도 좋은 선수를 키워내면 미국이나 일본 같은 더 큰 시장으로 해외진출을 장려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한화의 대승적 결단이 빚은 나비효과는 류현진 뿐만 아니라, 한국야구가 세계시장을 개척하는데 긍정적인 첫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사실 에이스 류현진을 포스팅 시스템에 내놓을 때도 한화 구단은 반신반의했다.
내심 입찰이 시원치 않아서 류현진을 2년 더 붙잡아두기를 바라는 계산도 아예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당장의 이익에만 연연하지 않고 선수 본인과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 결단에 대한 보답으로 한화 역시 상상 이상의 잭팟을 터뜨렸다.
한화이글스는 류현진이 최종적으로 LA다저스에 입단하게 되면 무려 2573만 달러의 거금을 손에 쥐게 된다.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응원하던 한국 야구팬들마저 깜짝 놀랄 만큼 충격적인 금액이다. 한화가 지난 7년간 류현진을 국가대표 에이스로 키우기 위해 투자한 돈의 5~6배도 훌쩍 넘는 금액이다.
잘 키운 선수 1명의 가치로 한국 프로구단의 1년 운영비에 맞먹는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그것도 꼴찌 한화라는 것은 아이러니다.
한화는 당초 류현진을 놓고 싶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류현진을 보유하고도 4년간 세 번이나 꼴찌에 머물렀던 한화로서는 팀 전력의 절반을 차지하는 에이스를 해외로 내보낸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화의 결단은 류현진도 살고, 구단도 사는 최상의 결과로 이어졌다.
한화가 비록 에이스 류현진을 잃었지만 이를 상쇄할 만큼의 자금력을 확보함에 따라 내년도 전력보강을 위한 ‘통큰 투자’도 단행할 수 있게 됐다.
이대호가 일본 오릭스로 건너갈 때는 9년차 ‘완전 FA’라 롯데는 이적료 한 푼 챙기지 못했지만, 한화는 ‘7년차’ 류현진을 2년 일찍 풀어주면서 포스팅 기준액으로 여겼던 1000만 달러(약 109억 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챙기게 됐다.
당장 류현진을 잃게 된 한화는 특급용병 뿐만 아니라 FA 시장에서도 공격적 투자를 할 가능성이 크다. 올 겨울 FA 시장에서 권리행사를 선언한 선수는 모두 11명. 16일까지인 우선협상에서 원 소속구단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선수가 FA 시장에 나올 경우, 곧바로 영입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화는 FA 2~3명의 움직임에 큰 관심을 갖고 체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화의 대승적 결단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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