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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국회서 ‘인사’ 검증가이드라인 제시하라


입력 2013.03.26 11:35 수정         이상휘 정치부선임기자

<칼럼>청문회도 해보지 못하고 낙마하는 인사들이 더 문제

혼란스럽다. 안보위기, 사이버 테러, 줄 이은 인사실패, 성 동영상 사건 등 바람 잘 날이 없다. 외부적 요인은 내부의 대응여건에 따라 변한다. 내부가 강해야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불안하다.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줄 이은 인사실패 때문이다.

인사는 사람의 골격과도 같은 것이다. 골격이 시원치 않으면 움직일 수 없다. 그게 잘못되니까 ‘인사가 망사’라는 말이 나온다.

원래 인사는 말이 많다. 상대가 있기 때문이다. 대상이 백 명이라면 단 한사람만이 만족하는 게 인사다. 나머지는 비난을 한다.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박 정부 출범이후 여섯 번째 낙마다. 역대 정부에서는 없던 경우다. 할 말이 없다.

곰곰 살펴보면 이렇다. 김용준 전 인수위원장부터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차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만수 전 공정위원장 내정자까지다.

이 중 청문회 대상이 아닌 사람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과 황철주 전 내정자다. 나머지는 청문대상 인선직이다.

청문대상 중에서는 유일하게 김병관 전 장관 후보자만이 청문회를 했다. 나머지는 청문회를 하기도 전에 중도 사퇴를 했다. 또한 대부분의 낙마사유도 쓴맛을 다시게 한다. 주식 백지신탁에 대한 무지, 각종 비리 의혹, 세금탈세 등등이다.

이런 문제들은 기초적인 검증에서도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인사라인과 검증라인은 전문적 집단이다. 이 정도의 체크는 기본적인 사항이라는 의미다. 더구나 검증을 하지 않고 내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청문회도 해보지 못했거나 청문회 대상이 아니었던 장차관급 고위 공직 낙마자들. 사진 왼쪽부터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황철주 전 중기청장 내정자, 한만수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그러면 왜 그랬을까. 유추하면 간단하다.

첫째, 복수의 후보를 두고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보군이 단수든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였다는 의미다. 이 경우는 결국 후보자 인선이 단수후보로 윗선에서 내려왔다는 가정이다. 단수로 검증은 실무라인에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인선이 늦어진 상황이다. 문제가 있어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둘째, 후보 인선과정의 폭이 넓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인사수요가 발생하면 인선 추천을 다양한 경로로 받는다. 조직시스템, 각계의 추천, 인사DB 등이다. 그렇게 될 경우 후보 선택의 폭이 작아질 수 없다. 따라서 검증을 하더라도 차선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인선과정이 조직적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인선과정에 다양한 의견수렴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제대로 인식해야 할 점이 있다.

인사검증은 법적 사항이 아니다. 다만 합리적인 인사를 하기 위해 만든 활용적 사안이다. 국민의 정서, 인사의 공평성 등을 감안한 업무다.

첫째, 현재의 인사검증은 수직적 관계에 있다.

청와대 민정라인이 인사검증을 하고 있다. 독립되어 있지 않다. 대통령의 지시에 수직적 관계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추천후보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점이 늘 고민되는 부분일 것이다. 그렇다고 감사원이나 행정안전부로 검증을 이관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검증을 할 만한 행정적 권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인사검증은 국세청, 검찰청, 출입국 등등 전 부처를 망라해 조사를 한다. 감사원이나 행안부가 이들을 통할할 위치와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만약 검증의 공정함을 위해서 감사원이나 행안부가 검증을 한다고 치자. 제도적 권한을 줄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제도적 권한이 있다고 해서 수직적 관계가 개선될까. 그렇치 않을 것이다. 청와대의 의중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결국 인사검증의 독립성은 어디서도 담보 할 수 없다. 따라서 대통령과 청와대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

둘째 그러면 근본적인 개선방법은 없는 것인가를 봐야 한다.

가만히 살펴보면 인사청문회는 그야말로 고무줄이다. 경우마다 다르다. 어떤 때에는 병역문제가 크게 다루어져 낙마사유가 된다. 또 어떤 때에는 아무 문제도 없이 통과된다. 국회 마음대로다.

까만 콩을 하얀 콩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국회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굳이 해결방법을 찾는다면 간단하다. 인사검증 가이드라인을 국회에서 제시해주면 된다.

구체적인 국가직마다 검증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제도화 시키는 것이다. 인사검증이 활용이 아니라 제도화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방장관의 경우는 병역면제, 무기업체 관련 등등은 부적격 요소로 공정위원장은 로펌근무, 세금탈루 등을 부적격 요소로 제도화 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인사검증으로 인한 병폐는 없다. 아예 그런 부적격자들은 추천대상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선택은 국회에서 할 몫이다. 국민을 대신해 청문회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 그럴 경우 국회는 별로 재미가 없다. 후보를 두고 폼나게 따져야 하는데 그럴만한 꺼리가 없어진다. 그러나 나라가 시끄러운 것보다야 낫지 않겠는가 싶다.

여러 가지 점에서 살펴봤다.

집권 한 달이 되었다. 아직 무엇을 탓할 단계는 아니다. 지켜봐야할 상황이다. 그러나 출발이 삐끗거리니 문제라는 것이다. 산뜻하게 출발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앞으로 나가고 있다는 기대는 줘야 하는 것이다.

나라가 잘됐으면 좋겠다. 무조건 비판이 좋은 건 아니다. 이런 기회에 다른 대안은 없는지 차분하게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실패를 경험한 만큼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상휘 기자 (shon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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