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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신' 28년 일했더니 '짐짝'이라고?


입력 2013.05.01 08:35 수정         김명신 기자

'권고사직' 편, 만년 과장 사연의 '뭉클+감동'

'직장의 신' 시청률.

이번에는 중장년층의 공감어린 눈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KBS2 월화드라마 '직장의 신' 이야기다.

만년 계약직이지만 슈퍼갑인 미스김(김혜수)을 둘러싼 직장 내 애환과 웃음을 그린 드라마 '직장의 신'이 이번에는 '권고사직' 편을 선보이며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감동을, 누군가에게는 다시금 무언가를 생각케 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야말로 힐링이었다.

지난 달 30일 방송된 드라마 '직장의 신' 10회 '고과장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편에서는 고과장이 입사 때 받은 아날로그 시계를 빗댄 것으로, 고과장의 권고사직 사연을 담았다.

이날 방송에서 와이장 식품에 구조조정 칼바람이 불어 닥친 가운데 만년과장 고정도 과장이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다. 장규직(오지호) 팀장과 무정한(이희준) 팀장, 그리고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김혜수)까지 합세해 고 과장 구출 작전에 나섰지만 고 과장의 권고사직 철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28년간 한 직장에 몸담은 베테랑 중견사원이지만 시류에 편승하지 못해 고장난 아날로그시계처럼 구닥다리 취급을 받는 만년과장 고과장. 그의 시계도 수명을 다했다. 후배 직원들이 그를 권고사직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도 모르고 자신을 위한 시장 조사 현장에서 술에 취해 길가에 드러누웠다. 그런 고 과장에 대해 미스김은 "(마케팅영업)지원부의 짐짝 같은 존재"라고 야멸치게 평가했고, 그는 결국 권고사직을 통보받고 자리를 비우게 된다.

하지만 구닥다리 아날로그시계도 필요할 때가 있는 법. 계약만 성사되면 마케팅영업부 최대 실적이 될 '옹자염' 기획 건이 수기계약서 하나 때문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사내 시스템 다운으로 수기계약서를 써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천하의 미스김도 글씨는 악필로 옹아집의 노여움을 사게 된 것.

미스김이 고과장을 구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악필을 선보였을 수도 있지만 결국 고과장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시기가 온 것만은 확실했고 미스김은 단골 식당 주인(명계남)과 술잔을 기울이던 고 과장을 빛의 속도로 옹아집 옹 앞에까지 데려 왔다. 예상했던 대로 아날로그식 고 과장은 일명 '송조체'로 필체를 과시하며 옹옹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하며 구원투수가 됐다.

'직장의 신' 스틸.

막내딸 졸업할 때까지만 회사에 남아 있고 싶다는 소망이 직장생활 마지막 바람인 고정도 과장. 동갑내기 황부장 앞에서도 늘 존대하며 허리를 굽혀야 하고 젊은 사원들에게는 ‘짐짝’처럼 짐이 되기만 하는 고 과장의 모습에서 우리들의 아버지,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슬픈 자화상을 마주해야 했다.

가까스로 권고사직 위기에서 벗어난 고 과장이 마지막 순간 자신을 도운 미스김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그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또 한 번 눈물을 훔쳤다. 자신을 ‘고장난 시계’ 미스김을 ‘첨단시계’에 비유한 그는 차갑게 돌아서는 미스김에게 “혼자서는 못 가. 작은바늘도 가고 큰 바늘도 가고 그렇게 다 같이 가야 갈 수 있는 거지. 다 같이 가니까 나 같은 고물도 돌아가는 거야”라며 인생 선배로 다가갔다.

"혼자서 큰 바늘, 작은 바늘 다 돌리면 너무 외롭다"고 조언하는 고과장에게 요점이 뭐냐고 받아치는 미스김에게 "밥 먹고 가"라고 아빠 미소를 짓는 고과장을 보면서 보는 이들은 물론이고 미스김조차 눈물을 쏟아냈다.

이날 방송 직후 시청자 게시판에는 눈물어린 소감이 이어졌다. 보는 내내 자신의 이야기인 것 같아 눈물 흘렸다는 시청자부터 아버지가 생각나 슬펐다는 시청자까지 글들이 쏙아지고 있다.

계약직 뿐만이 아닌 직장내 벌어지는 일들로 인해 진한 감동과 공감을 얻고 있는 '직장의 신'은 호평에 힘입어 시청률 상승에도 성공했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이날 방송된 '직장의 신'은 14.5%를 기록했다. 지난 방송분 13.5%보다 1.0%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물론 MBC '구가의 서'가 기록한 16.4% 보다는 조금 못미치는 성적이지만 큰폭의 하락도, 상승도 없이 꾸준히 13~4%의 성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승기 수지의 '구가의 서'도, 김태희 유아인의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반격에도 부동의 인기를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날 '장옥정'은 김태희와 유아인의 합방신이 예고됐지만 0.4% 하락한 7.8%에 그쳤다.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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