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완봉승 임팩트…비웃지 못할 신인왕 꿈
에인절스 강타선 맞이해 완봉승 위업
출국 전 “신인왕 목표” 당찬 포부..성큼 성큼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LA다저스)이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11경기 만에 무사사구 완봉승 위업을 달성했다.
류현진은 29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2013 메이저리그’ LA 에인절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미국 전역에 생중계 된 지역 라이벌전에서 데뷔 첫 셧아웃(shutout)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인 투수가 완봉승 기염을 토한 것은 박찬호에 이어 류현진이 두 번째. 박찬호는 세 차례나 완봉승을 기록한 바 있다.
9이닝 2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류현진 시즌 6승째를 수확했고, 경기 전까지 3.30이던 평균자책점은 2.89까지 크게 내려갔다. 내셔널리그에서 2점대 이하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투수는 이 부문 1위인 동료 클레이튼 커쇼(1.68)를 비롯해 16명에 불과하다.
류현진 자신의 메이저리그 커리어에서 하이라이트가 될 만한 경기였다. 2회, 8회를 제외하고 모든 이닝을 삼자범퇴로 끝냈다. 단 1개의 볼넷도 허용하지 않았다. 경기 도중 타구가 왼발에 직접 맞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지만, 침착하게 고비를 넘기며 호투를 이어갔다.
더군다나 상대는 가공할 공격력을 자랑하는 LA 에인절스였다. 지난 7경기에서 무려 6명의 타자들이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할 만큼 끓고 있었다. 다저스 선발 잭 그레인키 역시 전날 에인절스 불방망이 앞에서 4이닝 10피안타 6실점(4자책)으로 무너졌다. 그런 무시무시한 LAA 타선을 류현진은 95마일의 강속구와 체인지업을 섞어가며 잠재웠다.
2573만 달러(한화 약 280억원)의 포스팅 금액을 적어낸 다저스와 6년간 총액 3600만 달러(약 380억원)의 계약을 체결한 류현진은 지난 1월 출국 기자회견에서 “신인왕 목표엔 변함이 없다”며 “10승은 물론 2점대 방어율도 노릴 것”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혀 화제가 됐다. 그때만 해도 현장에 있던 취재진조차 그의 ‘당당함’에 더 주목했고, 일부 야구팬들은 그저 웃고 말았다.
마치 주변의 우려와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류현진은 성큼성큼 목표치를 향해 쾌속 질주하고 있다.
팀이 서부지구 꼴찌라는 예상 밖 침체에 빠져 있음에도 류현진은 11번 선발 등판 만에 벌써 6승을 챙기며 팀 내 다승 1위까지 올랐다. 이런 추세라면 10승 돌파는 무난할 전망이다. 유지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2점대 방어율에도 진입했다.
그렇다 보니 가장 크고 상징적인 목표였던 신인왕 수상도 요원한 것으로만 볼 수 없게 됐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도 류현진 완봉승 기사를 메인에 띄우며 “유력한 신인왕 후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인왕은 일생에 단 한 번 있는 잊지 못할 영예다.
이날 경기 포함 류현진의 성적은 11경기 6승(2패) 71.2이닝 23실점 평균자책점 2.89다. 다승은 팀 내 1위, 평균자책점은 커쇼에 이어 2위다. 현지에서 내셔널리그 신인왕으로 가장 많이 거론하는 선수는 우완 셸비 밀러(23·세인트루이스)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던 밀러는 현재 5승(3패) 62⅓이닝 평균자책점 2.02를 기록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승률 1위-팀 평균자책점 1위-팀 퀄리티스타트 2위의 세인트루이스에서 당당히 선발 로테이션 한 축을 지키고 있는 투수다. WHIP도 0.98로 빼어나다.
이미 한 차례 퍼펙트게임에 가까운 완봉승(콜로라도전)을 기록, 신인왕 경쟁에서 가장 앞서있었다. 하지만 류현진도 이날 완봉승을 달성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에인절스 강타선을 틀어막은 장면은 미국 전역에 전파를 탔다.
물론 아직 갈 길은 없다. 하지만 류현진의 큰 꿈이 결코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히 드러났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완봉승 임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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