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정치' 알고보면 의원들의 검색어 집착때문

김수정 기자

입력 2013.07.16 11:43  수정 2013.07.16 14:27

정책으로 인정받기보다 단기간에 존재감 부각 '인식'

너도나도 거친 언어와 듣기좋은 내용으로 SNS 활용

최근 일부 국회의원들이 ‘막말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태가 이미 예고된 참사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대선이나 지방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이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여론의 관심에서 늘 벗어나 있는 정치인들의 경우 상당수가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보다 더 자극적인 ‘언행’으로 이목을 끌어 왔다.

여기에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횡포가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을 잠식하면서 정치권 역시 ‘검색어 여부’에 따라 관심의 높낮이가 결정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구글코리아가 선정한 ‘2013 상반기 최다 검색어 TOP 10’ 순위에 따르면 △뽀로로 △무한도전 △류현진 △강남스타일 △박시후 등 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강세를 나타낸 반면, 지난해 대선과 올 초 새 정부 출범으로 관련검색어 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 정치인이나 정책현안 등 정치이슈는 순위권 내 전무했다.

이는 곧 우리사회 내 만연한 ‘정치적 무관심’ 풍토를 보여주는 동시에 국민에게 각인될 만한 민생법안이나 정책을 선보인 정치계 인물이 없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수많은 정치인들이 실효성 있는 정책 및 대안을 연구해 이를 국민에게 쉽고, 설득력 있게 전달함으로써 각자의 진정성을 확보하기 보다는 마치 ‘검색어’ 선점을 하기라도 하듯 자극적인 말을 앞세워 ‘상대방 헐뜯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 상당수가 정작 국회 내 무수히 쏟아지는 법안이나 정책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파생적으로 야기되는 자극적인 단어나 언쟁에만 노출돼 있다.

대표적인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 구글의 검색어 리스트. 인터넷 화면 캡처.

홍익표 민주당 전 원내대변인의 ‘귀태 발언’도 그렇다.

홍 의원은 지난 11일 ‘귀태(鬼胎, 태어나지 않아야할 사람이 태어났다)’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아베신조 일본총리와 유사하다고 비판, 청와대와 여당이 강하게 반발했다.

심지어 새누리당은 민주당 지도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12일 일시적 ‘국회 보이콧’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 전국을 ‘귀태 논란’으로 뜨겁게 달궜다.

이날 각종 포털 사이트의 상위권 검색어마다 ‘귀태’로 도배가 됐으며 해당 논란은 끊임없이 재생산됐다.

그러나 정작 우리 국민들 상당수가 ‘왜’ 이런 말이 등장했으며, 누구의 입에서 나온 것인지, 어떤 맥락에서 해석해야 되는 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채 그저 검색어 상위에 랭크된 ‘귀태’라는 말 자체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산에 사는 회사원 박모씨(33·남)는 “‘귀태’라는 말을 처음 듣기도 했지만 아직도 왜 이것이 이토록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이 외에 2007년 남북정상회의록 열람,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모두 끊임없이 검색어에 오르지만 정확히 내용을 꿰뚫고 있는 일반인들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씨는 이어 “물론 정치에 무관심한 국민들의 의식도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무엇보다 정책보다는 ‘정당 간 언쟁’만 부각되는 정치소식에 피로를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며 “알맹이는 없고 겉만 요란한 정치인들의 행태가 이어진다면 이 같은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나친 정쟁구도가 낳은 ‘검색어 정치’에 국민들은 갸우뚱

한편, ‘귀태 발언’외에도 정치인들의 막말이 낳은 검색어 대란은 이미 여러 차례 발생해 왔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대선 전 당시 야권 단일화를 비판하면서 “국민을 마치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폭언해 ‘홍어X’이 최다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으며 2009년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대정부질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쥐박이, 땅박이, 2MB” 등으로 표현해 포털 사이트를 강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의 이 같은 ‘막말 정치’ ‘검색어 정치’가 갈수록 만연해지는 이유로 ‘과도한 정쟁 구조’와 ‘포털 사이트와 언론사 간 얽혀있는 기이한 공생관계’를 꼽았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15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좀 더 튀는 언행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세력 간 ‘정쟁의 도구’로 사용할 때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윤 실장은 이어 “특히 이런 소모적인 싸움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정작 자신들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호도한 채 말초적인 관심을 끌려는 모양새”라며 “이 경우 정치권을 향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극적인 소재만 찾아 속보경쟁에 매몰된 언론의 보도 행태도 문제”라며 “또한 포털 사이트가 ‘검색어’를 지정하면 언론이 이를 더 쫓고, 쫓게 되는 연결고리 역시 ‘검색어 정치’를 부추기는 이유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윤 실장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국회 윤리위원회에 앞서 당 차원에서도 막말이나 의원으로서 어긋난 행동을 한 당사자에게 징계가 책임소재가 따라야 한다”며 “무엇보다 의원들 스스로의 자정능력과 절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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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기자 (hoho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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