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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대선불복 아냐" 청중 "약해 약해"


입력 2013.08.11 02:14 수정 2013.08.12 10:07        조소영 기자 / 정광성 인턴기자

<현장 2보>민주당 '조심조심' 연설에 청중들 불만

기자실 찾아와선 "왜놈의 앞잡이들은 다나가!" 소동

10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6차 범국민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회복과 국정원개혁촉구 2차 국민보고대회'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0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 주최로 열린 '6차 범국민 촛불문화제'에서 5만 여명의 참가자들이 민주주의 대형 현수막을 펼쳐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10일 서울광장에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민주주의 회복과 국가정보원(국정원) 개혁 촉구 2차 국민보고대회와 시민단체가 주최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가운데 민주당의 ‘입장’과 촛불집회 참석자들 간 ‘입장’에서 미묘한 파열음이 감지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촛불집회 주최자들은 해당 집회가 ‘대선불복’으로 변질되는 것을 우려해 발언 한 마디마다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으나 집회에 참석한 일부 시민들은 관계자들이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지 않는 것에 대해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회가 무르익은 오후 8시10분께 단상에 오른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국민의, 민심의 요구는 단호하고 명쾌하다. 선거 결과를 바꾸자고 하는 게 아니니 너무 쫄지 말라”며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국정원을 개혁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재발방지와 사과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경 시민들’의 입장은 달랐다.

전 원내대표의 이 말에 일부 시민들은 “아니요!”라고 외치거나 “약해, 약해”라며 탐탁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더 강한 발언’을 원한다는 뜻이었다.

앞서 단상에 올랐던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도 ‘대선불복’과는 거리를 둔 터였다.

그는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나서서 사과해야 한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즉각해임 해야 한다”면서도 “야당들이 대선불복이 아니라는데 청와대, 새누리당, 조중동은 대선불복이 아니냐고 윽박지른다. 찔리는 게 있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 원내대표의 뒤를 이어 단상에 오른 이정희 통합진보당-천호선 정의당 대표의 발언은 다소 그 수위가 셌다.

이 대표는 “이 사건의 핵심은 박근혜캠프가 조직적으로 국정원과 경찰청 수뇌부를 불법 동원해 정권을 차지했다는 것”이라며 “한국 현대사에서 수구매국세력의 권력 유지 방법은 분열공작”이라고 외쳤다.

천 대표는 “우리는 국정원 댓글조작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안다”며 “그들은 국무총리실에서 민간인을 사찰하던 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 와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석고대죄 해야 한다”, “총만 안 든 중앙정보부, 국정원이 정치에 개입하고 정치인을 탄압하고, 시민들의 뒷조사를 하는 이런 세상, 그대로 내버려 두겠는가”라고 언급했다.

당 관계자들 향해 "앉아있는 꼴 좀 보라"

아울러 집회에 참여한 일부 시민들의 강경한 모습은 광장 한편에 위치한 민주당 천막당사에서도 벌어졌다. 오후 8시께 40대로 보이는 여성 2명은 촛불을 들고 이곳으로 들이닥쳐 홍익표 전 원내대변인 등 당 관계자들을 향해 “앉아있는 꼴 좀 보라”고 소리쳤다.

이들은 그러면서 “저 앞에서 경찰들이 시민들을 못 들어오게 한다”며 “새누리당을 봐라. 자기네를 지지하면 별 걸 다해주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박용진 대변인과 인사를 나누는 등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삽시간에 심각해졌다.

특정 언론을 향한 과격한 반응 또한 여전했다.

천막당사 안 당 관계자들의 본부 옆에 위치한 기자석 앞으로 다가온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은 일부 언론을 겨냥한 문구를 들고 보란 듯이 서있었다. 그는 빨간 바탕에 ‘국정원 개색희야’라고 적힌 주간지 ‘한겨레21’ 앞에 ‘KBS, MBC, YTN, 종편, 조중동’이라고 쓰인 문구를 붙여 ‘KBS, MBC, YTN, 종편, 조중동 개색희야’라는 문구를 만들었다.

60대로 보이는 남성은 당 관계자들에게 “기자석을 줄여!”라면서 “조중동 빨리 나가라고 그래, 왜놈 앞잡이들”이라고 항의했다. 뒤편으로 집회 질서유지를 위해 투입된 전경들에게는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전자기기를 들이대며 “지금 녹음되고 있다”며 위협키도 했다.

‘박근혜 하야하라’, ‘박근혜 사기정부’와 같은 대선불복성 내용을 담은 손피켓 또한 여럿 보였다. 이외에는 ‘원세훈-김용판, 안나오면 쳐들어간다’, ‘권영세-김무성, 안나오면 김새’ 등 국정원 국정조사 증인채택과 관련된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저 사람들 시위하는데 왜 우리까지..."

한편, 이날 집회 도중 집회 참가자들 및 일부 시민들과 경찰 사이에서 30여분간 욕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질서유지를 위해 서울광장과 덕수궁을 잇는 횡단보도를 경찰버스로 막은 것에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

집회 참가자인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이모 씨(52·여)는 “아이들을 데리고 구경을 왔는데 경찰이 차로 길을 막고 있어 이동하는데 불편하다”며 “공산국가도 아니고 왜 이동을 통제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집회에 참가하려던 장애우 5여명도 경찰이 “지하보도로 돌아가 달라”고 하자 “어떻게 계단이 많은 지하로 내려가라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40대 후반의 한 남성은 “경찰이 국민의 세금을 먹고 부정한 일을 하고 있다”며 “당장 차를 빼지 않으면 우리가 밀어버릴 것”이라고 항의했다. 익명을 요구한 50대 여성은 “이게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저 사람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데 왜 우리까지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빨리 차를 빼고 길을 내라”고 소리쳤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길 건너편에 시위대가 너무 많아 자칫하면 시민들이 다치는 일이 발생할까 우려돼 길을 막고 있는 것”이라며 “시민들이 이를 좀 더 이해해줬으면 좋겠는데 다짜고짜 멱살부터 잡고 욕을 한다”고 말했다.

앞서 행사를 진행하던 관계자는 “지금 덕수궁 횡단보도를 경찰이 막고 있는데 길 좀 열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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