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변비' 한국축구…해외파 합류해도 오리무중

홍명보 감독 취임 후 4경기 득점은 겨우 한 골

대표팀, 최근 7경기 겨우 1승…5경기 연속 무승

홍명보 감독 부임 후 대표팀은 4경기 연속 무승에 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만성 변비에 걸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그리고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분명 배가 아프고 변을 보고 싶은데 정작 변기에 앉으면 나오질 않는다. 정말 화장실에 가는 것이 곤욕일 정도다. 지금 한국 축구 대표팀의 모습이 그렇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이 14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은행 초청 페루와 친선경기에서 김동섭과 조동건을 모두 투입했지만 끝내 승리에 필요한 골을 넣지 못한 채 0-0 비겼다.

홍명보 감독이 겪었던 지난 세 경기와 달리 페루는 남미의 숨은 강호다. 동아시안컵에서 만났던 상대들이 아시아권인데다가 일본과 호주는 2군에 가까웠던 반면 페루는 파울로 게레로(코린치안스)와 클라우디오 피사로(바이에른 뮌헨), 헤페르손 파르판(샬케04) 등을 모두 데려온 정예멤버였다. 겉으로 봐서는 어느 정도 성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다. 전반전에는 거의 일방적으로 공격을 퍼부었지만 끝내 페루의 골망을 흔들지 못했다. 조찬호와 윤일록이 때린 슈팅은 골문을 넘어가기 일쑤였다. 후반 역시 이근호와 조찬호, 한국영 등이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골키퍼에 막히거나 골문을 외면했다.

이쯤 되면 한국 축구의 공격력이 '만성변비'에 걸린 것이 맞다고 할 수 있다. 대장 안에 변이 잔뜩 쌓여 딱딱해질 대로 굳어 나오지 않는 것이 만성변비이듯 한국 축구의 공격력도 기회는 어찌어찌해서 만들어 가는데 결정적인 한 방이 나오지 않는다.

홍명보 감독이 취임한 이후 네 경기에서 겨우 한 골을 넣었다. 물론 홍명보 감독이 페루전을 포함해 네 경기를 모두 유럽파 없이 치렀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 이전의 대표팀에서도 공격력 부재는 계속 이어졌다. 그 때는 손흥민(바이에르 레버쿠젠) 등도 있었다.

최근 대표팀의 7경기 전적을 보면 1승 3무 2패다. 이 가운데 무려 네 경기에서 득점을 넣지 못했다. 득점을 한 세 경기 역시 한 골에 불과했다. 그나마 한 골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나온 상대의 자책골이었다. 그야말로 '어거지'로 넣고 이긴 경기였다.

이쯤 되면 다음 달 세르비아와 평가전에서 유럽파가 모두 합류한다고 해도 공격력이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물론 손흥민이나 이청용(볼튼 원더러스), 김보경(카디프 시티) 등의 공격력은 현재 국내파 선수들보다 수준이 높다고는 하지만 그들이 있었던 상황에서도 득점력은 좋아지지 않았다.

이제 대표팀은 5경기 연속 무승(3무 2패)의 부진에 빠졌다. 같은 날 일본은 우루과이에 2-4 완패했지만 그래도 가가와 신지와 혼다 게이스케가 한 골씩 넣으며 홈팬 앞에서 체면을 차렸다. 더욱 강화하고 튼튼하기에도 시간이 촉박한데 홍명보 감독은 꽉 막힌 장부터 뚫어야 하는 난제에 빠졌다. 해외파가 돌아온다고 해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문제이기에 홍 감독의 마음은 더욱 심란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