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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항명' 진영 괘씸하지만 사표 수리는...


입력 2013.09.30 10:35 수정 2013.09.30 12:03        김지영 기자

사표 받자니 기초연금 실패 논란 부추기고

안받자니 기강 흔들리고 '진퇴양난' 원망

기초연금의 국민연금 연계를 명분으로 사의를 표명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거취 문제를 놓고 청와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진 장관이 만류를 뿌리치고 장관직에서 물러날 경우 정부의 향후 복지공약 이행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30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각에 대해서는 어제 국무총리실에서 발표한 내용이 맞다. 개각은 없다”면서 “다시 한 번 밝히지만 개각은 전혀 사실 아니다”고 밝혔다. 진 장관의 의사와 별개로 복지부를 비롯한 중앙 정부부처 수장을 교체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앞서 진 장관은 지난 27일 이메일을 통해 복지부 출입기자들에게 사의를 밝혔다.

이에 정홍원 국무총리는 27일 “현재 새 정부 첫 정기국회가 진행 중이고 국정감사도 앞두고 있으며, 복지 관련 예산문제를 비롯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들도 많다”면서 진 장관의 사표를 반려했다. 이와 관련, 이 수석은 같은 날 춘추관에서 “정 총리의 진 장관 사표 반려는 대통령과 상의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진 장관은 지난 29일에도 서울 캐롤라인빌딩에서 열린 장관실 직원 결혼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업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당시 그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하는 것에 여러 번 반대했고 이런 뜻을 청와대에도 전달했다”며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안을 반대해온 사람이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 이것은 양심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쉬고 싶다”면서 “그만 사의를 허락해 달라”고 덧붙였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수위 부위원장시잘인 지난 2월 13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에서 박근혜 정부 2차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데일리안

진 장관 사퇴로 기초연금에 '실패한 정책' 낙인찍어

당장 청와대는 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진 장관이 기초연금 공약 수정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힌 만큼, 진 장관이 사퇴한다면 기초연금은 실패한 정책으로 낙인찍힌다. 이 경우 향후 정부의 복지공약 이행에도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또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도 하락한다.

특히 진 장관이 이대로 물러난다면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가 복지부를 비롯해 정부 부처를 상대로 한 투기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서 정부부처가 받는 타격은 고스란히 청와대에 전해진다.

문제는 진 장관의 처신이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22일 진 장관의 측근 발언을 인용해 진 장관이 65세 이상 국민에 대한 월 20만원 이상 기초연금 지급 공약 후퇴의 책임을 지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이때까진 발언의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얼마든 논란을 수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진 장관은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던 25일 새벽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퇴를 고민했던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공약 이행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얘기는 와전된 것”이라면서도 “2주전쯤 내가 국민이 요구하는 복지부 장관으로서 역할을 하기 어렵겠다고, 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오히려 진 장관은 기초연금 공약을 둘러싼 정부와 자신의 입장차를 이유로 공식적으로 사퇴를 표명했다. 사퇴설 보도 이후의 상황을 보면 진 장관이 여론에 휩쓸린 감이 있다. 이미 결정된 정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라도 상황을 직접 수습해야 할 자리에서 정부의 복지공약 추진동력을 약화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 향후 정책 추진에 있어서 공약 수정에 대한 정부의 부담감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제2의 진영 사태가 나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또 한 가지 공약을 이행하는 과정에서도 이견으로 장관이 사퇴하는 모습은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릴 소지가 크다.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정책을 바라보는 진 장관의 시각이다. 정부부처는 장관의 공약과 이상을 실현하는 곳이 아니지만 진 장관은 노골적으로 기초연금 최종안에 반기를 들며 ‘양심’을 내세워 사의를 표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국정운영 지도자는 대통령인 만큼, 대통령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다.

한편, 진 장관의 사의와 관련해선 진 장관이 속해있는 새누리당 내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30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런 처신이 모든 공직자들에게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면서 “바람직하지도 않고 모범이 되지도 않는다”고 질타했다.

황 대표는 또 “대통령의 결정이 있었다면 보좌하는 장관으로서 일을 잘 마친 후에 서로 뜻이 달라 직무수행에 대한 열정을 상실했거나 직무수행에 대한 자신이 없을 때 사퇴하는 게 옳다”면서 “사전에 자리를 뜨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모범이 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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