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밀양 송전탑 공사 더 이상 미룰 수 없다(상)

데일리안=김영진 기자

입력 2013.10.02 16:25  수정 2013.10.02 16:37

(상)대승적 차원으로 접근해야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1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를 앞두고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한국전력
"밀양 주민 여러분의 대승적인 이해와 협력을 호소합니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1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를 하루 앞두고 발표한 호소문의 내용이다.

조 사장은 내년 여름철 발생할 전력난을 고려해 더 이상 공사를 미룰 수 없는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밀양주민에게 이해와 협력을 호소했다.

대승(大乘)은 불교용어로 자신의 깨달음도 중요하지만 나뿐만 아닌 남도 함께 깨달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조 사장이 밀양 주민들에게 대승적 이해를 호소한 것은 의미가 크다.

지난 2007년 정부의 승인을 받은 이 공사는 그 동안 철탑 161기 중 109기는 이미 세워졌지만 밀양 4개 면을 지나는 52기가 문제가 돼 전체 공정이 아직 완료되지 못하고 있다.

밀양 4개면에 사는 주민 가운데 송전탑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은 200여명이 채 되지 않으며, 이 중에서도 적극적인 시위 참가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조상에게 물려받은 땅을 고스란히 지켜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고, 그곳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어 하는 소박한 마음이다.

하지만 밀양 송전탑 공사는 신고리 원전 3·4호기에서 경남 창녕군 북경남 변전소에 이르는 공사 중 아주 중요한 구간인 국가기반사업이며, 전력난 해결을 위해서도 꼭 성사돼야 하는 사업니다.

굳이 님비(NIMBY,자기중심적 공공정신 결핍)현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밀양 주민들의 반대는 대승적 이해를 얻기 힘들다.

밀양 송전탑 사태를 지켜본 한 시민은 "민주주의는 다수를 위해 소수가 양보할 수 있는 게 원칙"이라며 "내가 조금 양보해 다수가 편리해지고 또 그것이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면 기꺼이 양보할 줄 아는 시민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산속을 관통하는 송전탑 설치에 200여명도 안되는 소수의 주민이 결사반대한다고 해서 이 같은 사업이 지연되거나 중단된다면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 지연으로 잃게 되는 국가 경쟁력 및 손실은 이 보다 더 클 수 있다.

대한전기학회장을 지낸 이은웅 충남대 명예교수는 "식량과 에너지, 환경과 국방은 국가의 존망을 좌우하는 안보사항"이라며 "이중 전력은 휴전선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에서 자력으로 해결해야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현대 생활에서 의식주와 전력이 부족한 행복추주는 허구"라며 "분명한 것은 전력설비 증설이 미뤄지는 만큼 국력과 생활향상이 늦춰지고 결국에는 국제 경쟁에서 밀려나 쇠락하게 된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2일 오전 재개된 밀양 송전탑 공사는 예상대로 반대주민과 경찰, 한전 직원들 사이에 충돌이 빚어지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제 밀양 송전탑 공사는 단순히 한전과 밀양 시민들 간의 갈등이 아닌 한국의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성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비쳐지고 있다.

올해 전력난으로 힘들었던 국민들은 이번 밀양 송전탑 공사 지연에 따른 피해가 밀양 시민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전 국민들에게도 돌아갈 수 있음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김영진 기자 (yjkim@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