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17년 전 패퇴…류현진, 노모 반면교사
1996년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진출 ‘3연패 패퇴’
홈런은 조심 또 조심…류현진 1회 징크스 극복 관건
LA 다저스가 기록적인 반등으로 지구우승을 차지하며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한 가운데 관심은 과연 여세를 몰아 월드시리즈까지 진격할 수 있느냐에 쏠린다.
서부지구 우승팀 자격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LA 다저스는 오는 5일(한국시각) 터너필드서 벌어지는 애틀랜타와 원정 1차전을 시작으로 5전 3선승제의 디비전 시리즈에 돌입한다.
LA 다저스와 애틀랜타의 포스트시즌 만남은 한 차례 있었다. 바로 17년 전인 1996년의 일이다. 당시 서부지구에서 샌디에이고에 이어 2위를 차지해 와일드카드를 획득했던 LA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우승팀으로 승률 1위였던 애틀랜타를 만났지만 3연패로 물러났다.
당시에는 1,2차전이 승률이 높은 팀이 아닌 승률이 낮은 팀 또는 와일드카드 팀 홈구장에서 열렸다. 대신 3차전부터 5차전을 모두 승률이 높은 팀의 홈구장에서 가졌다. 때문에 LA 다저스는 1,2차전을 모두 다저스타디움서 치렀다.
LA 다저스가 3경기 만에 물러났던 것은 홈 1,2차전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1차전에서 4회초 선제점을 내주고도 5회말 동점을 만들어낸 LA 다저스는 연장에 돌입했지만, 연장 10회초 하비 로페스에게 솔로 홈런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2차전에서는 1회말 선취점을 뽑으면서 앞서나갔지만, 2-1로 앞서던 7회초 프레드 맥그리프와 저메인 다이에게 홈런 하나씩 허용하며 2-3 역전패했다.
홈에서 열렸던 1,2차전을 모두 내주면서 궁지에 몰린 LA 다저스는 애틀랜타-풀턴 카운티 스타디움에서 가진 3차전에서 별 힘을 쓰지 못했다.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가 1회말 선제 실점하면서 부담이 가중됐고 4회말 4점을 내주면서 무너졌다. 그 해 16승 11패, 3.1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노모는 3차전에서 3.2이닝 만에 강판됐고, 그것이 노모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등판이 되고 말았다.
17년 전 맞대결은 현재 LA 다저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 번째 시사점은 LA 다저스가 '최강의 원투펀치'를 내세우고도 승리를 따내지 못한 것이 스윕을 당하는데 결정적이었다는 점이다.
LA 다저스는 1차전에서 그해 15승(6패)에 3.4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에이스 라몬 마르티네스를 내세웠지만 애틀랜타 선발 존 스몰츠를 공략하지 못한 채 연장에서 무너졌다. 2차전에서도 15승(7패)을 기록하며 3.32의 평균자책점을 올렸던 이스마엘 발데스를 올려 1승 1패 균형을 노렸지만 홈런 3개를 얻어맞고 말았다. 결국, 운명의 3차전에서 16승의 노모까지 무너졌다.
이 점은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의 '원투펀치'를 내놓고도 따내지 못한다면 17년 전 아픔이 되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쇼와 그레인키가 잘 던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공격이라는 얘기다. LA 다저스는 원투펀치를 내놨던 17년 전 1,2차전에서 겨우 3점 밖에 뽑아내지 못했다.
두 번째는 결국 챔피언십 시리즈에 나가기 위해서는 상대 선발투수를 제대로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LA 다저스는 스몰츠에 이어 그랙 매덕스, 톰 글래빈까지 '원투쓰리 펀치' 앞에서 다저스 타선이 무장을 해제하면서 넉다운됐다. 올 시즌 애틀랜타 선발 마운드가 17년 전만큼은 아닐지라도 LA 다저스 못지않게 탄탄, 다저스 타선이 이를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그런데 맷 켐프가 시즌 아웃됐고 안드레 이디어도 수비가 아닌 대타로만 나서 상황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세 번째는 역시 큰 경기에서는 홈런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1차전에서 결승점을 내줬던 것도 로페스 홈런이었고, 2차전에서는 발데스가 홈런 3개를 맞고 3실점하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반면 LA 다저스는 당시 3경기를 치르면서 단 1개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3차전 홈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류현진이 1회 징크스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3차전에 출전했던 노모가 팀이 2패를 안은 것에 대한 부담이 1회말 선제 실점으로 배가되면서 무너졌다. 17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라면 류현진 역시 제 아무리 '포커페이스'라도 1회에 실점한다면 의외로 쉽게 무너질 수 있다.
류현진이 베이징올림픽 결승전 같은 큰 경기에 대한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것이 꽤 오래됐다.
신인이었던 지난 2006년 KIA와 플레이오프 2차전, 삼성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패전을 기록했던 류현진은 이듬해 삼성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등 1승 1홀드에 0.90의 평균자책점으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두산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선발로 나와 1회초에 3점을 내주는 등 고전 끝에 패전투수가 됐다. 이것이 류현진의 마지막 포스트시즌 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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