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낯선 조기강판, 한국 투수 MLB PS 잔혹사
김병현, 애리조나 시절 양키스에 홈런 3방 맞고 침몰
박찬호도 포스트시즌 1패만…한국인 투수 승수 '0'
한국인 투수들에게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은 악연인가.
'몬스터' 류현진(26·LA다저스)이 한국 출신 투수로는 세 번째로 포스트시즌 무대에 섰지만 큰 경기에 대한 긴장감에 스스로 무너졌다.
류현진은 7일(한국시각) 다저 스타디움서 벌어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2013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 3차전 홈경기에서 3이닝만 소화한 채 4실점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팀이 4-2로 앞선 3회말 타석 때 마이클 영과 교체됐기 때문에 승패 기록은 없었다.
류현진이 5이닝 이상 소화하지 못한 것은 한 번 밖에 없었다. 바로 콜로라도 로키스와 올시즌 페넌트레이스 마지막 경기였다. 그러나 이 경기는 당초 투구수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었다. 진정한 의미의 조기 강판은 디비전 시리즈 3차전이 처음이라는 얘기다.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인 투수들의 포스트시즌 잔혹사에 관심이 모아진다. 사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은 한국인 투수가 제대로 넘지 못한 벽이었다.
첫 주자는 김병현(넥센)이다. 애리조나의 특급 마무리로 군림했던 김병현은 지난 2001년 세인트루이스와 디비전 시리즈에서 1.1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챙겼고, 애틀랜타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도 두 차례 세이브를 챙겼다.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시리즈 4경기 치르면서 평균자책점은 0이었고 3개의 세이브를 챙겼다.
하지만 월드시리즈는 김병현에게 큰 아픔으로 남았다. 뉴욕 양키스와 월드시리즈 두 차례 경기에서 무려 3개의 홈런을 맞고 그대로 무너졌다. 양키스타디움서 두 차례나 무너졌던 김병현은 가장 중요한 7차전에서도 기용되지 못했다. 월드시리즈 반지를 차지하긴 했지만 김병현에게 큰 아픔이다.
이듬해도 김병현은 월드시리즈에 나갔지만 세인트루이스전에서 1이닝 2실점으로 무너졌다. 2003년 보스턴 레드삭스로 건너간 이후에도 1경기에 나섰지만 0.2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이러면서 2001년 디비전시리즈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의 호투는 그대로 가려졌다.
박찬호도 세 차례나 포스트시즌에 나섰으나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다. 2006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으로 1경기에 나서 2이닝을 던졌던 박찬호는 2008년 다저스에서 무려 4경기나 포스트시즌에 나섰지만 역시 승패가 없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와 다저스에서 포스트시즌에 다섯 차례 등판하면서 자책점이 없었던 것은 위안으로 남는다.
하지만 박찬호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시절이던 지난 2009년 다저스를 상대로 패전을 기록했다. 10월 16일에 1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았으나 다음날 경기에서는 세이브 상황에서 0.1이닝 2실점으로 무너지는 바람에 패전을 기록하고 말았다.
물론 팀은 월드시리즈에 나갔고 박찬호는 뉴욕 양키스와 벌인 월드시리즈에서 네 차례 나서 승패 없이 3.1이닝 무실점으로 잘 막긴 했지만 우승 반지는 양키스의 것이었다. 박찬호는 당시 마쓰이 히데키가 영웅이 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한국인 투수로는 세 번째로 포스트시즌에 출전한 기록을 안게 된 류현진은 첫 선발투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무려 4점을 잃었고 승리투수도 되지 못했다. 아울러 한국인 투수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기록도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런 악연을 깰 수 있는 선수도 지금으로서는 류현진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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