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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속한 타선' 새드 엔딩으로 끝난 오승환 호투쇼


입력 2013.10.26 00:03 수정 2013.10.26 09:16        데일리안 스포츠 = 박상현 객원기자

4이닝 탈삼진 8개 역투하다 오재일에 홈런 허용

연장 10·11회에 끝내지 못한 것이 패배 불러

오승환의 호투는 타선 불발로 끝내 빛을 보지 못했다. ⓒ 삼성 라이온즈

네덜란드 설화에 '한스 이야기'가 있다. 정작 네덜란드에는 이런 이야기가 없다지만 무너지는 둑을 팔로 막다가 이마저도 안 되자 온몸으로 새는 바닷물을 막았다는 얘기다. 한스는 결국 죽고 말지만 네덜란드는 홍수의 위기에서 무사할 수 있었다.

오승환의 한국시리즈 2차전을 보면 바로 한스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러나 원작 한스 이야기와 달리 오승환은 팀도 구해내지 못했다. 한스 이야기의 경우 어른들이 달려 나와 뒤늦게 둑을 막기라도 했지만 삼성에는 그럴만한 타자가 없었다.

1차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한 삼성은 25일 대구 구장에서 계속된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끝판 대장'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려 4이닝을 던지게 하고도 연장 13회초 오재일에게 결승 솔로 홈런을 허용하면서 무너져 1-5로 패했다.

7전 4선승제에서 1·2차전을 내준 것은 너무나 뼈아프다. 그것도 홈에서 2연패를 당했다. 물론 두산이 SK에게 원정 2연승 뒤 4연패를 당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삼성도 3차전부터 제 모습을 찾는다면 역전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승환이 무려 53개의 공을 던지는 역투를 펼치고도 무너진 것은 삼성에게 크나큰 악재다.

두산이 8회초 선취점을 낸 뒤 삼성 역시 상대 구원투수 홍상삼이 흔들리는 틈을 타 8회말 동점을 만들어내 승부를 팽팽하게 가져갔다. 그리고 9회초 1사부터 오승환을 등판시켜 '끝장'을 보려고 했다. 홈경기를 치르는 삼성으로서는 오승환이 두산의 타격을 봉쇄하고 9회말 또는 연장에서 끝내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오승환이 9회초에 2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은 뒤 연장 10회초에도 두산의 클린업트리오 김현수와 오재일, 홍성흔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낼 때만 해도 삼성의 뜻대로 경기가 풀릴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연장 10회말에는 정형식의 볼넷과 도루, 박석민의 1루수 희생번트로 1사 3루의 기회를 만들어 승리 직전까지 갔다. 그러나 최형우의 볼넷와 채태인의 고의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에서 이승엽이 몸쪽으로 들어온 공에 어설프게 방망이가 나가면서 홈에서 3루 주자가 아웃됐고 계속된 2사 만루에서도 우동균의 유격수 플라이로 점수를 내지 못한 채 이닝을 마쳤다.

그래도 오승환은 꿋꿋했다. 연장 11회초에도 김재호와 오재원을 삼진으로 잡아내 9회초 2사부터 여섯 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냈다. 두산의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그러면서 연장 11회말에 삼성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진갑용의 안타와 정현의 희생번트, 배영섭의 볼넷으로 1사 1, 3루의 기회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정형식이 정재훈의 포크볼에 당하면서 삼진을 당해 흐름이 끊긴 게 컸다. 박석민이 고의 볼넷으로 걸어 나가 2사 만루 상황이 됐지만 4번 타자 최형우는 이미 대주자 강명구로 교체된 뒤였다. 강명구마저 2루수 앞 땅볼에 그치면서 허무하게 두 번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쯤 되자 오승환에게도 한계가 찾아왔다. 연장 13회초 1사후 오재일에게 던진 초구가 그대로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버렸다. 오승환이 워낙 많은 공을 던지기도 했거니와 전 타자인 김현수에게 9구까지 가는 승부를 펼치면서 이미 한계 투구수를 넘긴 뒤였다. 그렇게 오승환은 쓸쓸하게 마운드를 내려왔다.

오승환이 내려가자마자 삼성은 속수무책이었다. 양의지의 안타와 김재호의 볼넷으로 맞은 1사 1·2루 위기에서 오재원의 1루수 강습 타구가 실책이 되면서 1-3이 됐다. 계속된 2사 2·3루 상황에서는 손시헌의 2타점 적시타로 4점차로 벌어졌다. 바닷물을 막는 둑이 무너지듯 삼성의 마운드 역시 그대로 붕괴됐다.

오승환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을 때 연장 10회말 또는 11회말에라도 단 하나의 안타만 더 나왔어도 1승 1패로 잠실로 갈 수 있었다. 오승환을 내고도 뼈아픈 2연패를 당한 삼성의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삼성이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에 실패한다면 오승환의 패배가 가장 결정적이 될 것이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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