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홍정호 헤딩골, 노림수 제대로 적중했다"
기성용-장현수 수비 미드필더 호흡도 나쁘지 않아
김신욱 장단점 모두 파악, 효율적으로 활용 가능
7년 5개월만에 스위스와 A매치에서 설욕하는데 성공한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의 헤딩골은 완벽한 노림수가 적중한 것이라고 밝혔다.
홍 감독은 15일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벌어진 스위스와 평가전에서 2-1로 역전승한 뒤 기자회견에서 "사실 세트 플레이 연습은 수비만 했지 공격 쪽으로는 별로 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장신 수비수들이 앞쪽으로 쏠려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먼 쪽 골대(파 포스트)를 노리라고 했는데 이것이 제대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후반 13분에 터진 홍정호의 헤딩 동점골은 홍명보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이근호(상주 상무)의 절묘한 헤딩슛이 골키퍼 디에고 베날리오의 선방에 막혀 코너킥을 얻은 가운데 기성용(선덜랜드)이 정확하게 올려준 코너킥이 스위스 수비수 필립 센데로스(풀럼)의 키를 넘어 정확하게 홍정호의 머리에 적중했다. 절묘하게 자신의 머리 뒤로 넘어가면서 실점하는 장면에 센데로스도 잠시 멍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홍 감독은 먼저 실점한 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들의 모습에 무척 고무적이었다.
홍 감독은 "먼저 실점하고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를 거머쥔 우리 선수들에게 칭찬을 보낸다"며 "우리가 준비한 것 이상으로 잘 맞아 떨어진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또 김신욱(울산 현대)의 활용에 대해서도 홍 감독은 해법을 찾았음을 시사했다.
홍 감독은 "동아시안컵 당시에는 김신욱의 장점을 어렴풋이 알았기 때문에 머리를 노리고 헤딩만 살리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스피드가 떨어지고 체력만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그러나 김신욱은 헤딩도 있지만 기술적으로 우수한 선수다. 헤딩보다는 발로 연결해주는 것을 준비했는데 잘 맞아 떨어졌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스위스전에서는 이전보다 김신욱의 머리를 향하는 패스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후반 12분 이근호의 아쉬운 헤딩슛 시도 역시 김신욱의 왼쪽 크로스에 의한 것이었다. 장신 김신욱이 한가운데 버티고 서 있는 '진격의 거인'이 아니라 좌우 양 측면에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이근호의 슈팅은 무위에 그쳤지만 곧바로 홍정호의 동점 헤딩골로 연결되는 코너킥을 얻었기에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만 했다.
한편 홍 감독은 기성용과 장현수(FC 도쿄)의 호흡도 비교적 만족함을 표시했다.
홍 감독은 "둘이 처음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완벽하진 않았지만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스위스의 장점이 높이인데 장현수가 미드필드에서 비교적 좋은 역할을 해줘 수비진 부담을 덜었다"며 "또 경기하다보니 호흡적인 문제도 잘 맞아 들어갔다. 그래서 교체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김보경(카디프 시티)이 비교적 부진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홍 감독은 "컨디션에서는 문제가 없었지만 김신욱과 호흡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유럽에 있는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소속팀에서 벤치에만 앉아있으면 대표팀에게 큰 손해다. 이런 것이 장시간 이어지면 대표팀에 손해가 될 수 있지만 선수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에 감독 입장에서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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