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펜웨이파크 '타이타닉 파고 넘어 MLB 성지까지'
[MLB 구장방문기①]보스턴 레드삭스 펜웨이파크 편
유구한 역사 자랑하는 그린몬스터..세대 잇는 문화의 공간
메이저리그(MLB)에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야구장인 펜웨이파크.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위치한 이곳은 1912년 4월 20일 개장한 이래 100년이 넘는 오랜 전통을 자랑한다. 2013시즌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펜웨이파크는 숱한 명승부를 연출, 역사에 남을 환희와 눈물 등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메이저리그 역사의 산실 중 하나다.
펜웨이파크 개장 5일 전인 1912년 4월 15일. 뉴욕을 향해 첫 출항한 타이타닉호가 침몰하는 비극적 사건이 있었다. 타이타닉 참사가 연일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펜웨이파크의 개장소식은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 해 여름까지도 펜웨이파크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해 보스턴은 월드시리즈에서 뉴욕 자이언츠를 꺾고 정상에 등극,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펜웨이파크는 외관부터 그 역사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외관 일부는 야구 박물관을 연상케 할 정도의 과거와 현재가 묻어난다.
영구결번 숫자들이 외관 벽을 수놓은 가운데 Gate B 근처에 있는 테드 윌리엄스 동상(우측 하단)과 팀메이츠 동상은 팬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동상에서 윌리엄스는 왼쪽 어깨에 배트를 지고 꼬마에게 자신의 모자를 씌워준다.
팀메이츠 동상의 주인공들은 7시즌 동안 팀메이트로 활약, 1946년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주도했다. 모두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평생 친구'로 남았다(펜웨이파크 방문 1주일 뒤에는 테드 윌리엄스 동상과 팀메이츠 동상 사이에 칼 야스트렘스키 동상이 세워졌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펜웨이파크 주변은 경기 시작 2~3시간 전부터 수많은 팬들로 북적인다. 야구경기가 있는 하루가 보스턴 팬들에겐 축제다. 메이저리그에서 뜨겁기로 유명한 팬들답게 다른 구장과는 차별화된 경기 전 분위기다.
펜웨이파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좌측 담장 ‘그린 몬스터’다.
37.168피트(11.329m)의 높은 벽은 마치 펜웨이파크를 지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홈플레이트에서 그린몬스터의 좌측까지는 310피트(94.5m)로 아주 짧다. 하지만 그 높이 때문에 수많은 홈런성 타구를 안타로 떨어뜨려 몬스터로 불린다.
1912년 나무재질로 섰던 그린 몬스터는 1934년 스코어보드가 생기면서 강철과 콘크리트로 바뀌었다. 1947년 현재와 같은 녹색의 그린 몬스터가 되기 전까지는 광고들로 가득했다. 따라서 처음엔 그저 ‘The Wall’로만 불렸다.
구단 측은 펜웨이파크의 이 명물을 더 부각시키기 위해 2003년 그린몬스터에 관람석을 만들었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리몬스터 좌석에 앉아보길 원할 정도로 그린몬스터석 인기는 펜웨이파크에서 단연 최고다.
가장 인기 있는 좌석인 만큼, 구단 측은 공평한 배분을 위해 그린몬스터 좌석에 한해서 2004년부터 추첨을 통해 예매를 실시하고 있다. 누구나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예매 신청을 할 수 있다.
한편, 그린몬스터에 위치한 스코어보드에서 'AT BAT' 좌측에 있는 문을 열면 3명의 직원이 수작업으로 스코어보드를 관리한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NL 스코어보드는 밖에서 작업을 할 수밖에 없어 이닝이 바뀔 때마다 밖으로 나와 바삐 움직이며 수작업 한다.
페스키폴은 펜웨이파크 우측 파울 폴로 302피트(92m)다.
메이저리그 구장 폴을 통틀어 가장 짧다. 이 폴은 죠니 페스키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그의 통산홈런은 불과 17개. 이 중 페스키는 펜웨이파크에서 단 6개의 홈런만 기록했다. 이 중 몇 개의 홈런볼이 파울폴 근처에 떨어지면서 붙은 명칭이다.
우측에 페스키 폴이 있다면, 좌측엔 피스크 폴이 위치하고 있다. 이는 보스턴에서 활약했던 칼튼 피스크 이름에서 따왔다.
피스크는 1975년 신시내티와의 월드시리즈 6차전 12회말 6-6 동점 상황에서 이 폴 근처로 극적인 끝내기 홈런을 쏘아 올렸다. 당시 홈런타구는 이 폴 근처로 날아갔다. 당시 피스크는 페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측으로 손짓했다. 이 순간은 월드시리즈 명장면으로 자주 소개되기도 한다.
펜웨이파크 우측 외야석 수많은 녹색의자 중 유일하게 빨간색 의자 하나를 볼 수 있다. 이는 구장 역사상 가장 멀리 친 홈런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로 1946년 6월 9일 테드 윌리엄스가 친 홈런볼이 정확히 이곳에 떨어졌다. 홈 플레이트로부터의 거리가 무려 502피트(153m). 당시 그 홈런볼은 졸고 있던 관중이 맞았다고 전해진다.
윌리엄스는 은퇴까지 줄곧 레드삭스 유니폼만 입고 활약한 보스턴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통산성적은 타율 0.344 521홈런 1839타점.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포함 선수시절 중간을 군대에서 보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그가 남긴 성적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윌리엄스는 1941년 타율 0.406을 기록하며 현재까지 마지막 4할타자로 불리고 있다.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윌리엄스는 타석에서 극단적으로 잡아당기는 타자였는데 보스턴 구단은 펜웨이파크 우중간에 불펜을 만들어 윌리엄스가 더 많은 홈런을 치도록 배려했다. 이 불펜은 윌리엄스 버그라고 불리게 됐다.
좌측부터 테드 윌리엄스-조 크로닌-바비 도어-칼 야스트렘스키-칼튼 피스크-죠니 페스키-짐 라이스-재키 로빈슨. 단, 로빈슨의 42번은 전 구단 영구결번이다.
좌측펜스 310피트(94.5m)
가운데펜스 389피트(118.8m)-휴스턴 미닛메이드 파크 다음으로 길다
우중간펜스 420피트(128m)
우측펜스 302피트 (92m)
100년의 역사, 그리고 11번의 월드시리즈
개장 후 100년이 넘는 세월과 1926년과 1934년 두 번의 화재까지 겪었지만, 지속적인 보수공사로 현재까지 살아남은 펜웨이파크. 구장 일부에서는 아직도 그 개장 당시의 오리지널 좌석도 볼 수 있다.
펜웨이파크는 보스턴 시민들에게 단순히 야구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윗 캐롤라인(Sweet Caroline)을 함께 부르며 공감대가 형성되는, 세대를 이어주는 문화의 공간이다. 또 과거에는 풋볼경기장, 예식장으로, 현재는 공연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물론 대다수 야구팬들에겐 수많은 역사를 간직한 메이저리그의 성지처럼 여겨진다. 2013년 펜웨이파크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109회 월드시리즈를 개최하며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었다(총 월드시리즈 11회 개최).
펜웨이파크는 베이브 루스(1910년대), 테드 윌리엄스(1940~1950년대), 칼 야스트렘스키(1960~1970년대) 로저 클레멘스(1980~1990년대), 페드로 마르티네즈(1990년~2000년대)와 같은 한 시대를 풍미한 레전드들의 자취와 땀이 배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들을 숙연케 하는 야구장, 아니 미국 역사 속 하나의 성지로 숨 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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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MLB 구장방문기② 내셔널스 파크(워싱턴 내셔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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