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욕설 논란 김동욱, 진정한 속죄는
FA 대박 이후 부상 악재, 팀 성적도 곤두박질
극심한 스트레스 속 선배 김승현과 충돌
농구선수가 된 이래 이렇게 많은 관심과 비난을 한 몸에 받아본 때가 있었을까.
오리온스 주포 김동욱(32)은 올 시즌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동욱은 지난 6일 ‘2013-14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삼성전에서 선배 김승현(35)과의 신경전으로 도마에 올랐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며 거친 몸싸움을 벌인데 이어 선배 김승현에게 욕설까지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
공교롭게도 둘은 2년 전 삼성과 오리온스의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유니폼을 바꿔 입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김승현은 경기 후 공개적인 인터뷰에서 예의를 거론하며 김동욱에게 노골적으로 불쾌함을 표하기도 했다. 결국, 김동욱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이 사건이 남긴 파장은 컸다. 김동욱은 한 순간에 예의도 모르고 매너 없는 선수가 됐다.
사실 김승현과의 욕설 공방이 벌어지기 전부터 김동욱은 오리온스 팬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감자였다. 먹튀 논란과 플레이스타일을 놓고 끊임없이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김동욱은 오랜 식스맨 생활을 거쳐 삼성 시절 기량이 만개, 한국프로농구(KBL) 정상급 포워드 반열에 올랐다. 오리온스로 이적한 이듬해에는 FA 대박을 터뜨리며 연봉 4억 5000만원의 ‘귀하신 몸’으로 거듭났다. 포워드면서도 리딩까지 가능할 정도로 다재다능하고 힘과 기술을 겸비한 김동욱은 추일승 감독이 선호하는 포워드 농구의 전술적 핵심이 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후 김동욱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FA 계약 이후 첫 시즌부터 부상 악몽이 찾아왔다. 전태풍, 최진수와의 공존도 도마에 올랐다. 오리온스는 지난 시즌 6년 만에 플레이오프 6강에 진출했지만 멤버에 비하면 기대에 못 미친 성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동욱 활약도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다.
올 시즌은 더욱 어려운 상황이 김동욱을 기다리고 있었다. 추일승 감독은 김동욱의 전술적 비중을 크게 늘렸다. 팀의 주장으로까지 선임하면서 리더이자 에이스로서 전폭적인 신뢰를 드러냈다. 하지만 부담이 오히려 독이 됐는지 김동욱 활약은 기대와 어긋났다. 시즌 초반 3할대 이하로 떨어진 야투성공률과 비효율적인 볼 소유시간은 김동욱 활용도에 의문부호만을 남겼다. 계속된 부진은 전태풍, 최진수를 잘 활용하지 못하면서 김동욱을 중용하는 추일승 감독의 '편애' 논란으로까지 확대됐다.
김승현과의 충돌은 최근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이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던 김동욱의 스트레스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김동욱은 세간의 비난에 처음에는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깨끗하게 사과하고 잘못을 인정했다. 마음고생을 어느 정도 털어낸 덕인지 지난 모비스전에서 15점 6리바운드 6도움을 기록, 오랜만에 제 역할을 했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어지듯, 김동욱에게는 일련의 마음고생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어쨌든 오리온스의 중심은 김동욱이다. 추일승 감독은 여전히 김동욱에 대한 신뢰가 굳건하다. 시즌 초반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올리고 있는 오리온스의 반등을 위해서는 김동욱의 완전한 부활이 절실하다. 김동욱 역시 코트 안에서 실력으로나 매너로나 빛이 나는 것만이 진정한 속죄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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