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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 통감한다는 카드사 CEO들 "카드 위·변조 피해보상만…"


입력 2014.01.20 12:39 수정 2014.01.20 13:38        윤정선 기자

문자서비스만 약속하고, 구체적인 피해보상 방안은 없어

최근 카드사 회원정보 유출과 관련 카드 3사(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 최고경영자(CEO)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책임을 통감한다며 피해 현황과 재발 방지책 등을 알렸다. ⓒ데일리안

최근 카드사 회원정보 유출과 관련 3개 카드사 사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자리에선 카드사별 피해 현황과 대응책 등이 다뤄졌지만 이미 알려진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했으며고 재차 사과하는 모습만 반복했다.

이에 일각에선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한 '쇼'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3개 카드사 사장(국민카드 심재오 사장, 롯데카드 박상훈 사장, 농협카드 손경익 분사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당 카드사별 3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 자리에서 위·변조 카드 피해 전액보상, 무료 문자서비스 제공 외 별다른 피해 방지 대책은 없었다.

특히 새어나간 개인정보로 인해 간접적인 스미싱·보이스피싱 등의 전자금융사기에 대한 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이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고객들의 금전적 피해를 최우선으로 보상하겠다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앞으로 제2, 제3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자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 유출된 회원정보가 카드 위·변조 사고 발생 가능성이 적다며 회피하는 모습에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지 못한 임시방편적인 처방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17일부터 3개 카드사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정보 유출내역을 안내하고 있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최고 19개까지 정보유출이 확인되자 카드 회원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특히 일부 카드사에선 결제에 필요한 카드번호와 유효기간까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카드 재발급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농협카드는 지난 주말까지 3만건이 넘는 회원이 카드 재발급 신청을 했고 400여명의 회원이 탈회 의사를 보였다.

지난 8일 검찰 발표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 A씨는 지난 2012년 5월부터 3개 카드사를 돌며 회원정보를 자신의 이동식저장디스크(USB)에 빼돌렸다. 일부 카드사의 회원정보는 건당 50원 정도에 가격으로 불법 대출모집인에 팔려나간 정황도 포착됐다.

당시 검찰은 원본과 복사본 모두 압수해 추가 확산은 없던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유출된 정보가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소득, 결제은행계좌 등 민감한 금융정보를 담고 있어 금융소비자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유출된 정보에는 비밀번호와 CVC(카드 유효성 검사 코드) 등이 포함되지 않아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피해회원의 불안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결국,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금융소비자 경보'를 발령해 피해회원 보호에 나섰다. 특히 불안심리를 이용한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등에 범죄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피해회원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다.

각 카드사 CEO도 월 300원정도 가격에 제공되는 결제 통보 문자서비스를 일정 기간 무료로 제공한다고 알렸다.

카드 3사(△롯데카드 박상훈 사장 △농협카드 손경익 분사장 △국민카드 심재오 사장) CEO 사진(각 카드사 제공)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은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카드 승인내역을 지금부터 즉시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과 손경익 농협카드 분사장 역시 문자통보서비스를 일정기간 무료로 제공한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이들 카드사 모두 정보유출로 인한 카드 위·변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카드사가 전액 보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서비스는 불법거래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기능이 없어 오히려 피해회원의 화만 키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전액 보상의 기준으로 밝힌 '카드 위·변조'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게 업계와 당국의 공통된 인식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비밀번호와 CVC 등 중요정보가 노출되지 않아 카드 위·변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면서 "다만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등의 금융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심재오 국민카드 사장은 "카드 위·변조 피해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위·변조 피해가 확인되면 정해진 보상기간에 상관없이 카드사가 전적으로 책임질 계획"이라고 알렸다.

다른 두 카드사 사장 모두 이번 정보유출로 카드 위·변조 사고가 발생하면 전액 보상한다고 입을 맞췄다.

금융당국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카드 위·변조 사고에만 '전액보상'이라는 단어를 붙여 피해회원을 우롱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유출로 인한 피해자의 심리적, 정신적 피해를 모두 간과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각 카드사 사장 모두 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 같은 대답으로 일관했다.

손경익 농협카드 분사장은 "이번 사태를 수습하고 거취를 고민하는 게 순서라고 생각한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만들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질 것"이라고 강변했다.

국민카드와 롯데카드 사장도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거취와 관련 시간을 갖고 입장을 내놓겠다고 답했다.

한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이번 카드사 정보유출과 관련 CEO를 포함한 업무관련자에게 행정제재 최고수준으로 엄정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법상 허용 가능한 최고 수준의 제재는 기관은 '영업정지', CEO는 '해임권고'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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