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경제부총리의 불난 집 기름 붓기

김재현 기자

입력 2014.01.23 13:58  수정 2014.01.23 16:37

<기자의 눈>고객들이 정보 유출하라고 동의해준건가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고 종합방지 대책 당정협의’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무언가 논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최근 사상 최대규모의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가는 수장의 발언이 공분을 사고 있다.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하는 망언 수준이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는 지난 22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한다. 현명한 사람은 이를 계기로 이런 일이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기자의 질문에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발언을 했다.

또 고객들의 정보 제공 동의에 대해서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해줬지 않느냐"며 반문하면서 어리석은 국민들로 몰아세웠다.

한 나라의 경제를 짊어지고 앞장서야 하는 사람으로써 개인정보 유출로 피해를 본 국민들의 마음을 보듬어주지 못할 망정 개인정보 동의를 한 개인의 잘못으로 폄하해버리는 현 부총리의 발언으로 국민들은 한순간에 바보가 됐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새누리당 최고의원은 "불안에 떠는 국민들이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을 하다니 국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쏘아붙였다.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의원도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현실을 알고 하는 말인가"라며 "정보 제공 동의해 준 국민에게 책임이 있다니 하니 부총리 맞느냐"며 사과하라며 비판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경제부총리가 어리석은 사람이나 책임을 따진다고 적반하장이라고 하고 있다"며 "외눈박이 눈에는 두눈 가진 사림이 비정상으로 보인다더니 책임 모면하려는 외눈박이식이다"라고 맹비난했다.

금융은 신뢰산업이다. 자식이나 친지들에게도 맡기지 않는 돈과 신용을 맡겼으니 금융기관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개인의 이름과 주민번호, 생년월일, 자택 전화번호, 직장주소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부터 카드번호, 유효기간, 신용등급, 연소득, 신용한도 금액, 결제 은행계좌 등 광범위한 정보가 새어나가면서 금융권 내 안전지대가 사라졌다.

신용과 신뢰가 무너진다면 금융 메커니즘은 올스톱된다.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외치면서 이를 뒷받침할 창조금융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에서 믿음을 잃은 금융산업이 이를 토대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데일리안 경제부 김재현 기자
이미 200여만명에 달하는 국민들이 불안감에 휩싸이며 카드를 재발급받거나 해지하고 있는 시점에서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의 관리 부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개인정보관리의 큰 그림을 다시 살펴야 함은 마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책임을 져야할 정부가 모든 책임을 국민이나 금융회사에 떠넘기며 모면하려는 발상은 용납될 수 없다.

현 부총리의 말처럼 "정보제공에 동의를 한 어리석은 사람이 책임을 따진다"는 말을 곱씹어 보자. 과연 현 부총리는 카드를 만들거가 계좌를 만들때 동의하는 개인정보 동의서를 전부 읽고 확인하며 사인했는지 묻고 싶다.

깨알같은 글씨에 빽빽하게 설명된 고객동의서에 어느 제휴사에 어떤 형태의 내 정보를 공유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는가.

또한 동양사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생계와 노후를 위해 자신의 여윳돈을 투자해놓고 심지어 자필서명까지 한 마당에 어리석은 사람은 무슨 일이 터지면 책임을 따지고 걱정만 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다수 고객들은 왜 내 정보가 다른 곳에 사용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아직 금융권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다.

수년간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대출사기 등 반복되는 개인정보를 악용하는 신출귀몰한 범죄자들의 전자금융사기에 생계를 위협받고 심지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국민들이 많다. 현 부총리의 발언으로 이들의 고통을 어리석음으로 치부하는 것은 엄청난 혼란과 국민 불신을 키울 수 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천명하면서 "비정상적을 정상적으로" 고치겠다고 역설했다. 이에 달리 현 부총리는 '비정상이 정상을 어리석다'고 몰아세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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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s89115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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