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비 면제' 정부·카드사 줄다리기…"고객 피해 나몰라라"
피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연회비 면제? "사실상 불가능"
사상 최악 카드 정보 유출 사태에 금융당국과 카드사가 '연회비 면제'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카드사는 기본 연회비 면제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고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에 응분한 보상책을 내놓으라며 카드사를 압박하고 있다.
23일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드 기본 연회비를 피해 회원에게 면제해주는 방안이 보상책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3개 카드사(△롯데카드 △국민카드 △농협카드) 확정된 사항이 아니며 현실적으로도 어렵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특히 3개 카드사 모두 연회비 면제 얘기가 흘러나온 '주체'에 대해 의문점을 드러냈다.
카드사 관계자는 "연회비 면제 얘기가 어떻게 나왔는지 우리도 잘 모르겠다"면서 "이미 재발급으로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연회비까지 안 받는다는 건 쉽게 결정될 사항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연회비 면제와 관련 당국의 압박이 있다"면서 "보상책이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관계 당국에서 이런 얘기를 흘린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 3개 카드사 모두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피해 규모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시점에서 '연회비 면제'와 같이 어떤 식으로 책임을 지겠다고 정확히 밝힐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지난 22일(오후 6시 기준)까지 3개 카드사 카드 재발급 신청 건수는 총 164만9000여건이다. 재발급 비용과 우편 비용을 합해 대략 5000원으로 잡으면 이미 80억원이 넘는 비용을 카드사가 부담하게 됐다. 일일 재발급 신청 건수는 지난 19일부터 감소 없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24시간 인력 운용과 콜센터, 홈페이지 증설 등 당장 계산할 수 있는 비용만 더해도 피해 규모가 수백억원이라는 게 업계 입장이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대외적으로 연회비 면제가 '고려 대상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지금 피해규모를 봤을 때 연회비 면제라는 보상책을 3개 카드사가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상책과 관련해서 우리가 카드사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면서도 "하지만 도의적 책임을 충분히 지고 있는 지는 우리가 검토할 수는 있다"고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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