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도 180억대 매출채권 사기 당해…금융당국 집중조사
금감원 "1월 9일 디지텍시스템스 경영진 교체…연관성 집중 조사 중"
3000억 대의 대출사기 사건으로 금융권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한국씨티은행도 180억 원 규모의 사기대출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현지법인에 납품하는 업체인 디지텍시스템스는 선적서 등을 위조하는 방식으로 정상거래 내역에 허위 매출채권을 끼워 넣어 씨티은행에 180억 원의 대출을 받아 챙겼다.
금감원에 따르면 디지텍시스템은 실제 삼성전자 중국 현지 법인과 정상적인 거래를 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디지텍시스템 단일 업체로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특수목적법인(SPC)에 대출을 해줬던 'KTENS 사건'과는 수법은 다르다.
특히 KTENS 사건과 같이 대기업 내부의 공모자가 없었기 때문에 사기대출이라는 것을 은행 자체적으로 인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에 대한 디지텍시스템스의 매출채권을 씨티은행이 매입하면서 디지텍시스템스에 대출이 시행됐는데, 지난해 12월 31일 삼성전자가 180억 규모의 매출채권에 대해 결제를 하지 않아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사기대출이라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씨티은행은 삼성전자 측에 결제를 요구했지만 삼성전자는 "180억 규모의 물품을 받은 바 없다"고 결제를 거부한 것이다.
씨티은행은 디지텍시스템스가 삼성전자와의 정상 거래 내역에 180억 원 규모의 허위 거래를 끼워 넣은 것을 걸러내지 못했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11월 대출을 시행한 후, 12월 31일 삼성전자가 매출채권에 대해 결제를 거부하자 뒤늦게 사기대출이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씨티은행 측은 사기대출이라는 사실을 1월 10일께 인지했을 것"이라면서 "디지텍시스템스의 경영진이 지난달 9일 바뀌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또 삼성이라는 대기업 간판을 믿고 대출 심사 절차를 철저히 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고객 정보 유출 사태도 씨티은행에서 터졌는데 금융권에 대한 지탄이 심화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