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날갯짓’ 김승현, 다음 시즌 기약해도 될까
김상식 대행 신뢰 속에 출전시간 늘리며 맹활약
팀 2연승 견인, ‘건강한 김승현’ 가치 증명
2011년 12월 2일은 김승현(36)이 삼성 유니폼을 처음으로 입은 날이다.
친정팀 오리온스와의 갈등으로 임의탈퇴 당한 신분이었던 김승현은 극적인 합의로 현장에 복귀하는데 성공했고 이후 곧바로 김동욱과 트레이드돼 삼성에 입단했다.
김승현의 복귀에 대한 팬들의 환영과 기대는 컸다. 전주 KCC의 프랜차이즈 스타였으나 말년 삼성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명예롭게 은퇴한 이상민처럼 김승현도 화려하게 부활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전망이 많았다.
그로부터 2년여가 흘렀다. 김승현은 삼성 유니폼을 입고 올해도 벌써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하지만 김승현의 활약이나 현재 삼성의 현 주소도 트레이드 당시의 기대치와는 거리가 있다.
삼성은 김승현이 입단한 첫해 리그 꼴찌에 그쳤고, 지난 시즌에는 6강에 진출했지만 김승현의 공헌도는 크지 않았다. 올 시즌에도 김승현의 부상과 부진이 거듭됐고, 팀 성적의 침체로 김동광 감독이 시즌을 마치지 못하고 자진사퇴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김승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의 주장으로 선임됐다. 하지만 김동광 전 감독은 김승현을 예상보다 중용하지 않았다. 특유의 예리한 패스감각은 아직 녹슬지 않았지만 수비를 중시하는 김동광 감독은 김승현의 수비능력에 만족하지 못했다.
김승현은 최근 김상식 감독대행 체제에서 조금씩 출전시간을 늘려가고 있다. 벤치의 신뢰 속에 활약도 좋아지는 분위기다.
15일 동부전에서는 8득점 8어시스트로 팀 승리에 공헌했고, 16일 KCC전에서는 14점 3도움 3가로채기를 기록했다. 공격만 한 게 아니라 수비에서도 몸을 날리는 등 적극적인 허슬플레이를 보여줬다. 삼성은 김승현의 활약에 힘입어 2연승을 기록했다.
어느덧 시즌 막바지이기는 하지만 김승현의 부활은 큰 의미를 지닌다. 김승현은 올 시즌 중반까지도 이렇다 할 팀 공헌도를 보여주지 못하며 "이제는 정말 한물 간 것이 아니냐"는 팬들의 혹평을 감수했다.
김승현을 괴롭혔던 허리부상과 경기 외적인 논란들은 2000년대 초반 한국농구를 지배했던 천재 가드에게서 참 많은 것을 빼앗아갔다. 더 이상 김승현은 혼자 힘으로 경기를 장악하는 지배력도 40분 내내 풀타임으로 코트를 넘나들 체력도 없다.
하지만 세월이 주는 원숙한 경기 시야와 예리한 패스감각은 여전히 녹슬지 않았다. '건강한 김승현'이라면 아직도 1~2년 더 현역으로 코트를 누빌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게 최근 김승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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