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갈라쇼 ‘이매진’으로 전한 판정논란 입장

더 이상 분쟁 잠재우고픈 사랑과 평화 메시지 전달

"지금이 좋다, 판정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

김연아는 더 이상 판정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 게티이미지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소치올림픽 갈라쇼에 출연해 자신의 현역 마지막 연기를 멋지게 펼쳤다.

김연아는 23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올림픽’ 피겨 스케이팅 갈라쇼에 출연해 올 시즌 갈라 프로그램인 '이매진(Imagine)'을 선보였다.

이날 2부에 모습을 드러낸 김연아는 에이브릴 라빈의 ‘이매진’ 선율에 몸을 실었다. 여왕의 무대는 예술성을 특히 강조한 디테일이 돋보였고, 특유의 표정연기와 어우러져 보는 이들에게 무한한 감동을 선사했다.

김연아만의 감성이 모두 담긴 손 연기를 시작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피겨 여왕은 첫 점프인 더블 악셀을 성공시킨 뒤 트리플 살코 점프를 건너뛰었지만 이후 스핀으로 우아함을 크게 부각시켰다.

이번 갈라쇼의 곡은 비틀스 멤버 존 레논이 지난 1971년 베트남 전쟁 당시 반전의 메시지를 담아 발표한 명곡으로 전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했다. 김연아가 갈라쇼에서 사용한 곡은 에이브릴 라빈이 부른 리메이크 버전이다.

마치 지금의 논란을 예상이라도 한 것일까. 김연아가 연기한 ‘이매진’은 마치 최근 불거진 피겨 판정논란에 대한 여왕의 입장과 대답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김연아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판정 논란이 크게 불거지고 있지만 이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시상식에서는 소트니코바에게 아낌없는 박수에 이은 포옹으로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기도 했다. 비록 몇 차례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이는 은메달에 대한 아쉬움이 아닌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데서 비롯된 허탈감이 분명했다.

실제로 김연아는 갈라쇼가 끝난 뒤 ‘이매진’을 선곡한 이유에 대해 “처음 갈라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다. ‘이매진’은 안무가가 5~6년 전에 제의한 곡인데 이번에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매진’ 곡이 담고 있는 의미는 사랑과 평화다. 그동안 김연아는 전 세계 피겨팬들로부터 너무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를 모를 리 없는 김연아다. 또한 피겨 불모지에서 탄생한 최고의 선수라는 이유로 늘 편견과 맞서 싸워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매진’은 모든 논란을 이제 뒤로 하고 손을 맞잡자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판정논란에 대해서도 김연아는 “경기 끝난 뒤 판정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잘 끝났다는 것에 대해 만족스럽다”며 “항의한다고 결과가 바뀔 것 같지 않다. 억울함이나 속상함도 전혀 없다. 좋은 기분을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시상식 후 눈물에 대해서도 “억울함이나 속상함 때문이 아니다. 이 말은 정말로 믿어도 된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맺혀온 것이 한 번에 터져서 흘린 눈물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김연아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지 빼앗긴 금메달을 되찾고자 함이 아니다. 이 부분을 김연아 역시 재차 강조하고 있다. 현역 마지막 무대의 갈라쇼에서 ‘이매진’을 선택한 피겨 여왕의 뜻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