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왕' 사라진 새누리당, 여기저기서 불협화음
60%대 박 대통령 지지율에 기댄 '박심 마케팅'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과 경선 과정을 두고 끊임없이 잡음을 생산하고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대신 선택한 상향식 공천은 여성우선추천지역 등을 두고 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가 갈등을 빚었고, 광역단체장 출마자들의 때 아닌 ‘박심(朴心) 논란’은 감정싸움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지방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구심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간 주요 선거 때마다 당을 이끌었던 ‘선거의 여왕’이 없는 상태로 치르는 첫 전국구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갈피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부재가 뼈아프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뚜렷한 전략 없는 새누리당, 결과적으로 실체 없는 ‘박심 기대기’
새누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우선으로 내세우는 것은 50~60%대를 유지하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다. 이를 기반으로 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 국정운영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유권자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전략을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도 지난 2월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지방선거나 보궐선거는 4가지 요소가 중요한데 우선 대통령 지지율이 좋아야 한다. 4년전 (지방선거때)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30% 나왔는데 지금 박 대통령은 5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방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반영하듯 박 대통령이 ‘선거 중립’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내에서는 박심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서병수 의원과 박민식 의원이 가장 먼저 박심 논란으로 충돌했으며,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김황식 전 총리는 출마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순간부터 박심 논란에 휩싸여야만 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렇다 할 전략을 내세우지 못한 새누리당이 거의 유일하게 내세운 ‘중진차출론’마저 사실상 박심에 기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마를 고심했던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 남경필 의원 등이 결국 출마를 선택하고, 원희룡 전 의원의 제주지사 출마를 결심하게 만든 100% 여론조사 방식 선택도 결국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은 ‘박근혜 없는 박근혜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3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지면 박근혜정부가 타격을 받게 된다’는 생각에 지나치게 무리를 했다”며 “지도부 리더십이 흔들리고 집권당으로서 아젠다 개발이 부족했는데, 결국은 ‘박근혜’라는 구심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당내 한 관계자도 “확실히 과거 수차례의 선거에서 구심점 역할을 했던 박 대통령의 부재가 이번 선거에서 크게 다가오고 있다”며 “현 지도부가 과거 박 대통령만큼 중심을 잡고 당을 이끌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 툭, 저기 툭...공천과 경선 룰 두고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잡음
기초단체장 공천과정에서도 당내에서 끊임없이 잡음이 불거지고 있다. 중앙당 공천위와 당 지도부가 여성우선추천지역을 두고 충돌했으며,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왔다.
이 같은 비판은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을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최근 당의 원칙 없는 경선 운영을 비판하며 나흘간 일정을 취소했다. 경북지사 선거에서는 권오을 전 의원과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김관용 경북지사 아들의 비리를 이유로 경선 일정 연기를 당 지도부에 요청했다.
서울 강남구청장 후보 경선은 컷오프에서 탈락한 일부 후보들이 공천위원장인 김종훈 의원의 중립성 위반을 지적하며 중앙당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경기 안산에서는 8명의 예비후보 가운데 상당수가 도당 공천위의 컷오프 기준을 지적하며 공천 과정에 제동이 걸렸다.
경기 용인과 경북 구미 등지에서는 이미 지역 국회의원이 특정 후보의 공천을 약속했다는 내천설이 제기됐으며, 경북 포항에서는 특정 후보 밀어주기 논란이 제기됐다가 여성우선추천지역 선정이 철회되기도 했다.
과거 19대 총선 당시 선관위 디도스 공격,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 비리와 민간인 불법사찰 등 악재가 한꺼번에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결속을 다진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몽준 의원은 지난 2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경선 시작 전에 친박 지원설, 박심이라는 단어가 언론에 많이 등장했는데, 이런 사태가 난 것은 우리 당이 중심을 못 잡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최근에도 “당이 구심점이 없어 당 구실을 못하는 것 아닌가. 중심을 잡아라”고 황 대표에게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교수는 “새누리당이 초반에는 중진차출론으로 화려하게 출발하는 것 같았지만 좋은 후보에 집착하다보니 오히려 고무줄 경선룰이 돼 버렸다”며 “결국 후보들이 경선룰을 요구하는 상황이 되면서 지도부가 흔들리고, 경선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팽팽한 긴장감이 사라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가상준 단국대 교수는 “상향식 공천을 하면서 여러 가지를 혼합하다보니 후보들은 유불리를 따져야 되고, 거기에 따른 불만이 생기게 된다. 일정한 룰이 정해진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혼란이 오는 것”이라며 “‘박근혜’라는 구심점이 사라진 데 따른 혼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권의 역할 부재로 인해 자연스레 박 대통령이 부상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선거는 프레임 싸움이고, 프레임은 야당에서 들고 나오는 것”이라며 “지금은 야당이 아무런 프레임을 들고 나오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레 인물구도가 되는 것이고, 결국 박 대통령이 떠오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어 “선거가 프레임 구도가 아니라 인물 구도로 가면 결국 후보의 지지율에 정당 지지율이 수렴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당연히 새정치민주연합이 손해”라고 분석했다.
가 교수도 “(새누리당이) 현재 이슈에 대해서 관망하는 쪽인 것 같다”며 “새정치민주연합 측에서 ‘무상버스’ 등을 제시했지만, 국민들도 더 이상 ‘무상시리즈’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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