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박 대통령, 공대개혁 토론 중 이번에도 "잠깐만요..."


입력 2014.04.10 17:27 수정 2014.04.10 17:39        김지영 기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토론 길어져 끊으려 하자 발언권 신청

지난달 규제개혁회의서도 토론 중 끼어들어 현안 점검, 관료 질타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8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민간분야 전문가들과 함께한 토론 자리에서 또 다시 사회자의 말을 끊었다. 박 대통령의 적극적인 토론 참여에 참석자들은 “너무 인상적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기술출자기업 관련 토론 말미에 “잠깐만요”를 외치며 의견을 개진했다. 첫 세션인 공과대학 혁신 토론과 두 번째 세션인 기술출자기업 토론 시간이 지체돼 사회자가 토론 내용을 정리하려 하자 박 대통령이 미처 못 다한 말들을 쏟아낸 것이다.

박 대통령은 “기술출자기업은 특성상 우수 기술인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미래창조과학부가 중소벤처기업과 이공계인력을 연결해주는 온라인 이공계취업중계센터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아는데, 이것을 활성화했으면 하고 기술출자기업의 수요에 맞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해야 하겠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초기에 기업들이 아까 말대로 부담이 많아서 (기술 출자가) 엄두가 안 난다는 말을 했는데, 더 특화된 지원이랄까 배려, 이런 것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어서지도 못하고, 좋은 기술을 가지고 주저앉으면 안 되니까 그런 연구도 좀 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은 초기단계 기업의 정부사업 참여조건 완화, 이공계취업중계센터 활성화, 기술출자기업과 공동프로젝트를 수행 시 학점 인정 확대, 투 트랙(실용연구+기초연구) 공대교육 시스템 등 구체적인 정책들을 제안하며 “미리미리 잘 챙겨서 가능한 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첫 세션인 공대 혁신 토론 말미에도 박 대통령은 유감없이 ‘끼어들기’ 실력을 발휘했다. 공대개혁 토론이 끝나고 사회자가 “더 말할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박 대통령은 당당하게 발언을 신청했다.

박 대통령은 “옛날에 내가 테니스를 열심히 쳤었는데, 게임을 잘하는 사람이 있었다. 별로 기본을 연습도 안 하고, 톡 치고, 발리도 이렇게 하고 (해서) 게임은 이기는데, 뭐라고들 평을 하냐면 ‘게임을 이길 수는 있다, 그것만 요령으로 하면. 그런데 절대로 깊이 발전할 수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공학도가 나중에 점점 더 깊이 발전할 수 있는 바탕은 역시 기본기가 탄탄해야 된다(는 점이라)고 여러분이 말했는데, (나 역시 기본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기초 소양이 있고 체계적인 전공 이수를 해야만 훌륭한 인재로 커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가슴 속에 열정이 있어야 한다”는 박성동 자문위원(셰트렉아이 대표)의 발언을 언급하며 “나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람 마음속에 열정이 있어야지, 전문지식만 가지고 성공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마음을 되새기는 사회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가 모두 끝난 뒤 박 자문위원은 “박 대통령이 첫 번째 답변이 끝나고 “제가 좀 길었죠?”라고 할 때 모든 참석자가 빵 터졌고, 두 번째 답변 후 “또 길어졌어요”라고 할 때 한 번 더 빵 터졌다”며 “적절한 비유와 유머, 소탈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도 토론 중 수시로 의견을 개진하고, 질문을 던져 참석자들을 당황케 한 전례가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민간 참석자의 질문에 대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의 답변 중 끼어들어 규제개혁 실태를 점검하고, 정부의 답변 태도를 질타했다. 덕분에 장장 7시간에 걸친 토론에서도 참석 관료들은 끝까지 진땀을 빼며 긴장을 유지했다는 후문이다.

SCI 논문 위주 평가시스템 대신 실용적 성과 평가, 동료평가제 도입 등 제시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공과대학 혁신방안이 가장 큰 비중으로 다뤄졌다. 윤창번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비서관은 회의가 끝난 뒤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회의에서 논의된 정책들을 소개했다.

공대 혁신방안은 지난 1월 14일 민관 합동으로 ‘공과대학혁신위원회’가 발족하면서 산업계와 학계, 정부 관계자들 간 다양한 논의를 거쳐 마련됐다. 윤 수석에 따르면 우리나라 4년제 공대 졸업생은 약 6만9000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 수준이나, 인재양성과 기술역량은 미흡한 실정이다.

윤 수석은 공대가 제 역할을 못하고, 산업수요와 멀어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 SCI(과학논문 인용색인) 논문 위주의 평가시스템을 꼽았다. 산업현장과 괴리된 논문 평가시스템 때문에 학생들은 엔지니어링(공학)이 아닌 사이언스(자연과학)만 배우고, 이 때문에 전공역량은 떨어지고 학점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다.

윤 수석은 최근 공대 교수들과 오찬 자리에서 나눴던 대화를 소개하며 “학생들은 근본적으로 재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공대에) 왔는데, 교수들은 산수를 하고 있다”며 “교수들은 재정사업을 재정받기 위해 SCI 논문을 많이 발표해야 하고, 따라서 학교는 사이언스 교육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공대혁신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공대 재정사업평가 시 SCI 논문실적뿐 아니라 산학협력, 특허, 기술이전 실적 등 실용적 성과를 균형 있게 고려하고, 정량적으로 평가하기 곤란한 도전성, 창의성 평가를 위해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Peer Review(동료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위원회는 4년제 학사 과정을 3년으로 줄여 학생들이 충분한 전공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3+2 학·석사 통합과정’을 제시했다. 더불어 논문 대신 전공지식을 활용한 작품 설계·제작으로 졸업요건을 평가하는 ‘캡스톤디자인’을 토입해 현장실습과 인턴제 등 현장친화형 교육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윤 수석은 “앞으로 자문회의는 오늘 논의된 안건들이 정부부처를 통해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마련되고 추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상황을 점검하고 지원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지영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