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전 사외이사가 바라본 우리금융 민영화
5조원 이상 정부지분 매각규모 고려,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 모색 필요
'소유구조 분산' 현실적인 대안, 장기적 비전 제시 가능 투자자 찾기
지난 해 6월 정부가 14개 자회사를 우리은행, 지방은행, 증권 등 3개 계열로 나누어 분리매각하는 내용의 우리금융지주(이하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방안을 발표한 이래, 지난 11일 우리금융 이사회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의 NH농협금융지주 매각을 승인함으로써 우리은행 증권계열의 민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되었다.
지난 달까지 우리금융의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우리금융 민영화의 중심에 놓였던 필자로서는 그 민영화의 진행과정을 남다르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증권계열 패키지 매각의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서 우리투자증권 및 우리금융저축은행 매각에 대해 몇몇 사외이사 이외에 일부 국회의원 등에서 헐값매각 시비 및 배임의 시비가 제기되었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장시간 숙고 끝에 그 시비의 소지를 제거한다는 취지에서 '매각조건 개선과 차순위 우선협상'를 명시하는 조건을 부여했다.
또 경남·광주은행 등 지방은행계열의 인적분할 매각으로 우리금융이 법인세와 증권거래세 등으로 6500여억원의 세금을 부담하게 되는 문제가 지방은행 민영화 추진에 최대 걸림돌이 됐다.
이에 정부는 의원입법으로 이 세금을 면제하는 내용의 조례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을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고자 하였고, 여야 모두 그 당위성을 공감하여 이를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하였다.
그런데 민주당의 국정원 댓글 사건을 빌미로 한 장외투쟁 장기화로 정기국회 일정에 차질이 있었고, 연말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경남은행의 우선협상자로 BS금융지주가 선정되자 경남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이 '경남지역으로의 환원'을 내세워 조세소위원회의 조특법 통과를 저지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서는 이 문제가 해결되는 듯하였으나 난데없이 민주당 측에서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트위터 내용을 구실로 안 사장의 사퇴 등을 요구하면서 소관 기획재정위원회가 파행됐다.
이에 그 입법은 다시 무산됐고, 결국 지방은행 민영화는 우선협상자가 지정된 상황인데도 그 민영화의 당위성을 외면한 국회의원들의 지역이기주의 및 정치쟁점으로 인하여 더 나아가지 못하고 표류중이다.
상법상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또한 사외이사제도는 대주주와 관련 없는 외부 인사를 이사회에 참가시켜 경영에 대한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것으로서 금융지주회사법에서는 사외이사의 선임에 관하여 특별규정을 두어 그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과정에서 1명의 회장 이외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우리금융 이사회는 심도있는 논의 끝에 우리금융을 위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충실의무를 다한다는 관점에서 증권계열 매각에 있어 조건을 부여하였던 이외에도 지방은행 매각에 있어 세금면제에 관한 예기치 못한 입법의 불발에 대한 방안으로 이사회의 권한인 분할철회조건을 종전의 '경남·광주은행의 분할이 중단되고 조특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에서 '경남·광주은행의 분할이 중단되거나 조특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로 수정하면서, 그 분할철회를 위해서는 정부당국과 사전협의하도록 결의하였다.
이는 우리금융의 성공적인 민영화를 위해 반드시 조특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정부 당국이 추진하는 민영화에 계속해 협력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당시 일부 정부인사와 언론에서는 "이사들이 책임을 피하는 데에만 급급하고 있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정부의 민영화추진에 제동을 걸었다"는 등으로 비난하였다.
정치권에서는 필자가 페이스북에 이 문제와 아울러 입법을 저지한 국회의원들의 민사책임을 거론한 일도 함께 싸잡아 "일개 금융지주사의 이사회가 정치권에 도전한다"는 식의 왜곡된 시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법적 근거는 2008년 개정된 금융지주회사법 부칙 제6조에서 정한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 해당 금융지주회사의 빠른 민영화,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의 3대 원칙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0년 이후 3차례에 걸친 일괄매각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이후 이번에 정부가 추진하는 민영화방안은 올해 말까지 자회사를 분리 매각하는 내용의 민영화 완료를 목표로 하여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와 빠른 민영화'의 2가지 매각원칙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이 방안에 대해 정치권에서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에 따라 최고가격 경쟁 입찰을 할 경우에는 국민적 감정이 좋지 않은 론스타 등 미국계 사모펀드가 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지방은행 매각도 민영화의 본질과 무관한 정치적인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고, 현재까지 우리은행 계열의 매각에 관한 어떠한 단계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은행 계열을 골자로 하여 지금까지의 민영화 성과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한 바람직한 민영화 방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2001년 3월 우리금융의 설립 시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어 일부 상환된 금액을 제외하고도 우리금융에 대한 정부 측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은 57%에 이르고 있다. 이에 감사원의 감사, 예금보험공사의 MOU 정기점검 등으로 상급기관의 감사가 거의 일상화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시중은행 본연의 효율적인 경영이나 경쟁력 제고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조특법 개정 차질로 법인세 등이 회계상으로 반영됨에 따라 지난해 우리금융은 5377억원의 당기순손실로 적자전환된 지경에 이르게 되었음은 물론이고 민영화 차질에 의한 공적자금 회수의 지연에 따른 비용발생은 오로지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우리금융 민영화의 완수는 우리금융 관계자는 물론이고 국가경제적 차원에서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정치권이 이와 같은 사실을 망각하지 아니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조특법을 처리하여 지방은행의 민영화를 마무리되도록 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우리은행의 민영화는 민영화 3원칙을 훼손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조기민영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기업가치 회복에 중점을 두고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이에 관하여 지난 달 26일 한국금융연구원의 정책토론회에서 논의된 바와 같이 '조기 민영화'를 최우선에 두고 정부 측 예금보험공사의 경영권지분 매각에 적용되는 관계법인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바에 따라 그동안 민영화의 가장 큰 실패요인으로 지적된 일반경쟁입찰 방식이 아니라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내용에 공감하는 바이다.
여기에 어떠한 형태의 소유구조로 우리은행을 민영화할 것인지도 매우 중요한 부분일 것인데, 최근 주요 글로벌은행의 소유구조는 특정 대주주의 전횡을 막고 상호 견제와 균형이 가능한 '과점주주나 분산소유' 형태로 구성되는 추세에 있고, 5조원이 넘는 우리은행의 정부지분 매각규모를 고려한다면 소유구조의 분산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아닐 수 없다.
우리은행의 민영화는 실질적으로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추진되고, 115년 소중한 역사와 유무형의 자산을 계승하고 방대한 고객 기반과 더불어 기업금융 및 구조조정의 노하우가 사장(死藏)되지 아니하도록 금융산업에 대한 사명감과 우리은행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투자자를 찾는 방향의 민영화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는 우리금융 구성원들 이외에도 필자 등 우리금융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염원으로서, 관치금융이라는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현실적인 최적의 방향이고, 민영화의 완수로써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초석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글/이헌 우리금융 전 사외이사(시민과함께하는 변호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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