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서울시장 후보 정몽준, 친박 균열 신호탄?
3198표 71.1% 압승...친박계 당내 장악력 위기설 대두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정몽준 예비후보가 선출됐다. 특히 ‘박심(朴心)’을 등에 업은 것으로 알려졌던 김황식 예비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린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친박계의 당내 장악력에 대한 위기설이 대두되고 있다.
정 후보는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국민참여선거인단 현장 투표(80%)와 사전여론조사(20%)를 합산한 결과 3198표(71.1%)를 얻으며 본선행 티켓을 획득했다.
경선상대인 김 후보는 958표(21.3%), 이혜훈 후보는 342표(7.6%)에 그치며 고배를 마셨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막내아들의 발언으로 한차례 위기를 겪었던 정 후보는 이날 후보 수락연설에서 다시 한번 유감의 뜻을 표했다.
그는 막내아들을 언급하며 잠시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는 목소리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제 아들의 철없는 짓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제 막내아들 녀석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치열한 경선을 벌였던 경쟁 상대들을 향해서는 “우리 세 사람은 경선과정의 모든 일을 뒤로 하고 새모습으로 화합하고 단합하겠다”면서 “김 후보의 경륜과 이 후보의 정책을 합해 서울시를 반드시 탈환하겠다”고 선언했다.
정 후보는 본선 경쟁상대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해서는 “무능하고 위험한 세력에게 시장직을 계속 맡길 수는 없다”며 “정몽준이 서울시민과 함께 막아냈겠다. 서울을 살리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지키겠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특히 “박 시장의 경력은 대부분 시민단체인데, 이는 남이 하는 일을 감시하고 잔소리하는 것”이라며 “잔소리 하는 일은 잘하는데 본인이 큰 결정을 안 해봐서 서울시에서 사업이 안 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차기대권 도전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는 “서울시장 임기 4년 동안 열심히, 재미있게 일을 해서 서울시민들과 함께 임기를 마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광역단체장 경선에서 드러난 비박계 약진, 친박계 당내 장악력 균열 신호탄?
이날 정 후보의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친박계의 당내 조직 장악력에 균열이 시작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후보자 가운데 비박계가 12곳을 차지한 반면 친박계는 5곳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비박 진영에서는 정몽준(서울), 남경필(경기), 권영진(대구), 김기현(울산), 홍준표(경남), 윤진식(충북), 최흥집(강원), 원희룡(제주) 후보가 선출됐다.
친박계에서는 서병수(부산), 유정복(인천), 박성효(대전), 정진석(충남), 김관용(경북) 후보가 선출됐으며, 나머지 유한식(세종), 이정재(광주), 이중효(전남), 박철곤(전북)은 무계파로 분류된다.
서울시장 경선의 경우 당초 당내에서는 친박계의 지원을 받고 있는 김 후보가 조직력을 바탕으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점쳐졌다.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가 앞선다고 해도, 사실상 80%의 비중을 차지하는 현장투표에서는 김 후보가 우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경선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김 후보는 당원 조직력이 필요한 현장 투표에서 724표에 그쳤다. 반면 정 후보는 2657표를 얻으며 4배 이상의 득표율을 보였다. 친박계의 지원설 속에서도 오히려 정 후보가 조직력 싸움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것이다.
이와 관련,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전반적으로 친박계의 당내 입지가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비박계 후보들이 본선에서 승리하면 더더욱 비박계 입지는 강화되고 친박계는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정 후보가 승리한 것은 친박계가 현장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고, 친박계가 붕괴직전이라는 것”이라면서 “만약 정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6월 지방선거를 정점으로 친박계는 추락하고 비박계는 날개를 달 것”이라고 예견했다.
특히 비박계가 지방선거에서 약진할 경우 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에도 다소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와 당이 정책조율에 이견을 보일 경우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현재보다 축소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박 평론가는 “7·14 전당대회에서 비박계의 전면적인 대공세가 이뤄질 것이며, 그럴 경우 박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흔들릴 수 있다”면서 “김 후보의 패배는 박 대통령에게 큰 상처가 될 것이고, 앞으로 지방선거 운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비박계가 본선에서도 이기면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나쁠게 없지만 당과 청와대 간 정책조율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릴 때 이를 조율할 수 있는 대통령의 의지를 관철시킬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며 “도움이 되도 힘들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소장은 다만 “(비박계의 경선 약진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정권심판론은 크게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힘이 크게 작용할 수도 없지만, 반대로 대통령을 공격하는 효과도 크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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