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직원 죽음마저 정치쟁점화?

이강미 기자

입력 2014.05.20 15:31  수정 2014.05.20 22:17

<이강미의 재계산책> 금속노조 서비스지회, 경총과의 단체협상 '이유같지 않은 이유'로 돌연 무효 주장

조합원 생계 위협하는 무기한투쟁 대신 하루빨리 단체교섭 속개해야

데일리안 산업부 이강미 부장
전국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이하 금속노조 서비스지회)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부산양산센터 염호석씨(34) 사건을 빌미로 파업장기화에 따른 조합원들의 생계는 외면한채 본질에서 벗어난 명분없는 무기한 투쟁에 나서 이에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권과 시민단체들까지 가세해 이를 정치쟁점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속노조 서비스지회는 지난 1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염호석 분회장(부산양산센터)의 사망이 ‘삼성과 경총의 책임’이라면서 19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으로 몰려와 분양소를 차린뒤 850여명의 노조원들과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앞서 금속노조 서비스지회 노조원들은 지난 12~14일에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시위농성을 벌였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고 최종범씨 사망때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무리한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본질은 외면한채 고인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 금속노조 서비스지회는 지난해 10월 생활고 등 가정문제로 인해 삼성TSP분회 조합원 고 최종범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었다. 당시 사측과 유가족의 면담 자체를 차단하고, 장례절차 일체를 위임받아 장례까지 지연시켰다. 또한 자신들의 무리한 요구사항 관철을 위해 장기투쟁을 하고, 단체교섭 및 노사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는 등 극단적인 행동으로 사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인의 자살동기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는데도 불구, 자살원인이 삼성에 있다면서 조합원들을 선동하고 나섰다.

염씨의 정확한 자살동기는 경찰조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금속노조 서비스지회가 공개한 '삼성서비스지회 여러분께'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염씨 유서에는 "저 하나로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라고 돼 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이 오롯이 삼성 때문이라고 단정짓기엔 섣부른 감이 없지 않다. 앞서 가출신고를 받고 실종조사를 벌이던 양산경찰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염씨의 실종신고를 접수한뒤 수색을 위해 휴대폰 위치추적과 가출동기 등을 알아보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탐문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염씨가 생활고와 개인적인 채무관계 때문에 힘들어했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한다. 따라서 염씨의 자살동기를 무조건 삼성탓으로 돌리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삼성과 경찰이 염 씨의 시신을 빼돌렸다는 주장도 그렇다. 일부 매체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당초 염호석 씨 유가족은 서울병원에 안치된 시신을 부산으로 옮겨 가족장을 치르길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시신운구를 반대하면서 저지하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있던 조합원들을 연행한 것이다. 염씨 유가족은 이후 시신을 무사히 부산으로 옮겨와 20일 장례식을 치렀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부산양산센터 '염호석씨의 자살이 삼성의 책임'이라며 무기한 투쟁을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3월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조합원들과 시민단체의 삼성규탄 집회. ⓒ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이번 사건을 빌미로 그동안 진행해오던 경총과의 단체교섭마저 외면하면서 극한상황으로 내몰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비스지회 노조원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장기 파업으로 인해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협력업체들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협력업체들이 경영난으로 잇따라 폐업을 하겠는가.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협력사들은 삼성전자서비스와 가전제품 수리를 전담하는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다. 따라서 이들은 삼성전자는 물론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직원이 아닌 협력업체 직원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금속노조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에 대해 월급제 도입, 정규직화 등의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투쟁의 타깃을 직접 고용관계가 아닌 '삼성'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이 요구한 임금안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으로서는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고졸 초임(1호봉)의 경우, 기본급은 연간 3691만원(월 307만원)이고, 여기에 기본급의 400%를 매 분기별로 지급하는 상여금이 연간 1230만원, 각종 제수당(품위유지비, 식대 등) 193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웃도는 임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대해 재계는 물론 일반 직장인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협력업체들은 적게는 30명에서 80명의 직원을 거느린 작은 중소기업에 불과하다. 이들이 수용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강행하는 것이야말로, 또다른 숨은 의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품게 만든다.

경총은 지난해부터 협력업체의 위임을 받아 금속노조 서비스지회와 단체협상을 진행중이다. 개별 중소업체들이 금속노조와 일일이 교섭을 진행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경총은 그동안 노조 요구안 126개 쟁점 중 73개 사항에 대해 잠정합의를 도출해 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와별개로 삼성전자서비스는 지난해 9월과 12월 두차례에 걸쳐 협력사 외근 수리기사들의 업무용 차량지원과 유류비 정산방식을 실비로 전환하도록 지원하는 등 협력사 직원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었다.

그런데 돌연, 금속노조 서비스지회가 지난 4월 말 폐업 및 임금과 관련한 사측의 입장 미제시를 이유로 기존 합의사항을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교섭결렬과 함께 투쟁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더군다나 이번 염씨의 자살사건을 빌미로 조합원들을 거친 투쟁의 거리로 내몰고 있다.

경총은 “노조가 분회장 사망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투쟁을 지속할 경우 교섭타결 시점은 지연될 수 밖에 없고, 노사갈등 장기화로 결국 직원들에게까지 막대한 피해가 초래될 것"이라며 "노조는 명분없는 투쟁을 즉각 중단하고 성실히 교섭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쟁이 문제해결의 열쇠는 아니다. 서비스지회는 하루빨리 명분없는 투쟁을 즉각 증단하고 성실히 교섭에 임해야 한다. 더욱이 또다시 선거시즌을 앞두고 이를 정치쟁점화해서는 안된다.

장기투쟁을 통해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는 서비스를 제때받지 못하는 일반 소비자다. 그리고 그로인해 경영난을 겪을 수 밖에 없는 협력업체와 그에 속한 직원들과 노조원들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금속노조 서비스지회는 무엇이 삼성과 협력업체, 노조원들이 다함께 상생하는 길인지를 다시한번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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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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