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도 거절당한 신용카드 발급 기준 바뀌나?
이르면 하반기부터 '월 가처분소득 50만원' 조항 삭제될 전망
가계부채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와
카드사 "발급기준 '완화' 아닌 제도적 취약점 '보완'"
#LA다저스 특급 투수 류현진 선수는 과거 국내 한 카드사로부터 신용카드 발급을 거절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당시 카드사는 한화이글스에서 LA다저스로 이적을 준비하던 류현진 선수가 직장이 없다는 이유로 신규 카드 발급을 거절했다. 구체적인 카드발급 거절 이유는 류현진 선수의 실소득이 일시적으로 '0'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신용카드 발급기준이 완화될 전망이다. 특히 '월 가처분소득 50만원 이상'이라는 조항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2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카드업계는 금융위원회와 숨은규제 찾기 간담회에서 신용카드 발급기준을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카드 발급기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민원이 많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지난 25일 테스크포스(TF)가 구성됐고 '신용카드 발급한도 및 이용한도 부여에 관한 모범규준'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따라서 이르면 하반기 모범규준에 지금보다 완화된 신용카드 발급기준이 명시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 2012년 12월30일부터 시행된 신용카드 발급 관련 모범규준을 보면 카드 발급을 위한 최소기준으로 월 가처분소득 50만원 이상이라는 조건이 있다. 가처분소득은 소득에서 빚을 뺀 금액이다. 이는 마구잡이식 카드발급을 막고 가계부채를 줄이려는 방책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모범규준을 만들 당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했다"며 "가처분소득이 적으면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도록 강화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가처분소득을 중심으로 심사가 이뤄져 정상적으로 카드를 이용하는 사람도 갱신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생겼다"고 말했다.
모범규준 시행 이후 가처분소득이 정확하지 않아 카드발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불평이 쏟아졌다. 특히 가처분소득에는 임대소득이나 연금소득 등이 포함돼 있지 않다. 수십억원의 건물을 갖고 있어도 실소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카드발급을 거절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 자신의 재산이나 소득증빙서류를 카드사에 제출하면 발급이 가능하다. 과거 류현진 선수도 재산을 증빙했다면 어렵지 않게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직된 카드 발급기준으로 불필요한 불편을 겪어야 하는 셈이다.
또 밀린 채무 없이 신용카드를 잘 사용했더라도 갱신 과정에서 가처분소득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절되는 사례도 있었다. 제도 시행 이후 전체 신용카드 수가 감소한 것도 이를 반증하기도 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가 휴면카드를 줄이면서 전체 신용카드 수가 줄어든 것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여기에는 가처분소득 50만원이라는 조건 때문에 갱신을 거절된 사례도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모범규준 개정 작업은 신용카드 발급기준을 완화한다는 것보다 잘 쓰던 사람도 갱신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적 취약점을 고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 작업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도 돈 많은 사람은 어떤 방법에서든 증빙을 통해 신용카드를 발급받는다"며 "가처분소득 50만원이라는 최소 조건을 풀면 가계부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모범규준을 만들었을 때와 비교하면 오히려 지금 가계부채가 더 늘어난 상황"이라며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볼 수 있는 가처분소득을 규제로 본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개정 작업은 가처분소득에만 의존하는 발급기준을 다변화하자는 것"이라며 "카드사의 건전성 위해서도 상환능력이 없거나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카드를 발급하지 않는 제도적 보완책이 함께 논의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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