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먼은 6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이벤트 센터에서 열린 UFC 175 ‘Weidman vs. Machida’에서 난적으로 꼽히던 ‘드래곤’ 료토 마치다(36·브라질)에게 5라운드 만장일치 판정승을 따냈다.
신체 조건과 나이 등을 감안할 때 와이드먼의 우세가 점쳐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치다의 노련미와 기술 완성도 등도 만만치 않아 반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마치다는 와이드먼과 거리가 벌어지면 미들킥, 좁혀지면 정권 카운터를 날리는 등 와이드먼을 상대로 철저히 계산된 플레이를 펼쳤다. 철저히 준비한 만큼, 순간적으로 찾아오는 기회만 잘 잡는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와이드먼 역시 자신이 준비해온 전략을 잘 수행했다는 점이다.
대다수 선수들이 마치다의 변칙 파이팅에 조급해하며 서두르지만, 와이드먼은 천천히 압박을 거듭하며 리듬을 잃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 예상을 깨고 묵직한 킥을 내며 마치다가 들어오게 한 후 펀치 대결을 펼친다든가 2라운드에 긴팔로 연속적인 전진펀치를 내며 카운터 타이밍을 빼앗은 게 대표적인 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와이드먼의 엄청난 완력과 맷집이었다. 이날의 와이드먼은 흡사 영화 ‘13일의 금요일’ 시리즈의 살인마 ‘제이슨 부히스’ 같았다. 영화 속 제이슨은 엄청난 공격을 당하고도 끄떡없이 전진을 거듭하며 주인공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빠뜨린다.
와이드먼이 딱 그렇다. 침착하다 못해 냉정하고 잔혹한 이미지의 그는 경기 중 동양 무술로 무장한 무도인 마치다의 카운터를 여러 차례 허용했다. 다른 선수들 같으면 큰 위기에 빠지거나 페이스를 잃어버릴 만한 위력이었다.
그러나 와이드먼은 무표정하게 카운터를 허용한 후 오히려 묵직한 펀치를 휘두르며 마치다를 당황스럽게 했다. 엄청난 맷집과 완력이 역카운터를 만들어내고 테이크다운 타이밍-평정심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인간 마치다가 영화 속 주인공이었다면 와이드먼은 말 그대로 호러 캐릭터였다.
전 챔피언 앤더슨 실바에 이어 마치다까지 와이드먼에게 패한 만큼 현 체급에는 더 이상 그를 위협할 대항마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 라이트헤비급 존 존스가 그렇듯 워낙 신체 조건과 파워가 압도적인 만큼 당분간 와이드먼의 독주가 계속될 전망이다.
굳이 대항마 한 명을 꼽으라면 ‘슈가’ 라샤드 에반스(32·미국)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라이트헤비급에서 뛰고 있는 에반스는 동 체급 내에서 작은편(180cm)에 속하는 만큼 미들급으로 감량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실제로 여러 차례 미들급 전향설도 나왔다. 다만 라이트헤비급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어 그 시기가 계속 미뤄지고 있을 뿐이다.
부상으로 잠정휴업인 에반스의 복귀는 빨라도 올 가을쯤에 가능할 전망인데, 만약 미들급으로 체급을 내린다면 충분히 와이드먼의 좋은 상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격형 아웃 파이터인 실바와 마치다는 와이드먼의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때문에 와이드먼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그와 대등한 위력의 레슬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에반스가 바로 그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에반스는 와이드먼보다 체격은 작지만 레슬링 실력은 만만치 않다. ‘대천사’ 필 데이비스, ‘빅마우스’ 차엘 소넨 등 강력한 레슬러들과의 레슬링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강력한 그래플러다.
물론 와이드먼에게는 레슬링 뿐 아니라 신체 조건을 앞세운 스탠딩 화력이 있다. 하지만 에반스 역시 꾸준히 타격 실력을 향상시킨 끝에 현재는 스탠딩에서도 대단한 기량을 발휘 중이다. 흑인특유의 탄력에 스피드 또한 발군인 만큼 타격-그래플링에서 빠르게 공수 전환을 이어간다면 와이드먼의 허를 찌를 요소는 충분하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