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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못키우는 카드사, 규제의 역설은 진행중


입력 2014.07.14 11:48 수정 2014.07.14 11:52        윤정선 기자

금융당국, 금융규제 완화 타 금융권역과 달리 카드업만 열외

카드사 "수익다변화 필요" VS 금융당국 "시기적으로 이르다"

금융당국이 금융규제 개혁안을 발표해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카드사만 대상에서 빠진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유독 카드사만 부수업무 규제를 포지티브(열거주의)에서 네거티브(포괄주의)로 전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데일리안

금융당국이 금융규제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금융회사의 자율성을 높이겠다고 했지만 카드사만 대상에서 빠진 모습이다. 금융당국이 유독 카드사만 부수업무 규제를 포지티브(열거주의)에서 네거티브(포괄주의)로 전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타 금융권역의 규제 완화와 달리 카드업계만 유독 찬밥신세를 면할 수 없다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입장은 완고하다. 카드사가 민감한 결제정보를 다루는 만큼 사업 확장에도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당분간 소비자 불편을 일으키는 규제를 빼고는 카드사에 대한 규제 완화는 없다는 방침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규제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배우자 소득의 일정비율을 전업주부의 가처분 소득으로 인정하는 것과 같은 신용카드 발급요건을 합리화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을 갖춰도 보수적인 카드 발급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불편을 겪었던 소비자의 어려움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카드사도 지금보다 더 많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회원유치 활동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드사는 이 같은 규제 개선책에도 금융당국이 정작 손봐야 할 규제는 손보지 않았다며 미지근한 반응이다.

특히 가맹점수수료 인하나 대출금리 모범규준과 같은 금융당국의 조치로 수익악화를 호소한 카드사는 부수업무 규제 방식을 현행 포지티브가 아닌 네거티브로 전환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대형 카드사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더라도 부수업무 허용방식을 네거티브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난해 전체 가맹점 중 80%에 이르는 영세가맹점 수수료를 인하했다. 카드사는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고객에 대한 혜택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드사는 수익 일부를 소비자에게 포인트같은 혜택으로 나눠준다"며 "카드사 수익악화가 소비자 피해와 밀접한 이유"라고 했다.

실제 가맹점수수료가 조정됐을 때 카드사는 수익악화를 이유로 회원에 대한 부가서비스를 대폭 축소했다. 영세가맹점을 위한 정부의 조치가 애먼 소비자에게 피해가 전가되는 '규제의 역설'을 드러낸 꼴이다.

결국, 카드사의 네거티브 전환 주장은 카드사가 전통적인 결제업무에만 머무르는 게 아닌 '수익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한다.

포지티브는 '할 수 있는 사업'만 나열하는 것을 일컫는다. 반면 네거티브는 '할 수 없는 사업'만 나열해 그 외에는 기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네거티브가 포지티브보다 규제 강도가 약하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네거티브 전환 주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규제일변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카드사의 목소리를 반영해 일부 사업에서는 '열외'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사는 이도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은 카드사가 △전자결제대행(PG) △정보활용 자문서비스(빅데이터) △디자인·상표권 활용 △교육업 등과 관련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추가로 허용했다. 과거 카드사는 △통신판매 △여행알선 △보험대리 세 가지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카드사 어느 한 곳도 새로 허용된 부수업무에서 별다른 성과를 걷어드리지 못하고 있다. 일부 카드사는 신규 사업을 접기도 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지난해 카드사가 부수업무로 임직원이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교육사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한 카드사가 시작했다가 지금은 흐지부지된 상황"이라며 "정부가 '어떤 사업을 해라'라고 하는 게 아닌 '어떤 사업이든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감독규정에 할 수 있는 사업을 제한하는 것은 성장을 제한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카드업계가 포화상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규제를 포지티브가 아닌 네거티브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카드업계에선 이런 규제로는 카드사가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있다"며 "규제가 카드사 적자 성장이나 부실 원인으로 이어지기 전 금융당국의 발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도별 카드슈랑스 판매액(금융감독원 자료 재구성) ⓒ데일리안

카드사 부수업무 중에는 보험사 계약을 맺고 상품을 판매하는 '카드슈랑스'가 전체 부수업무 수익 비중에서 가장 크다. 이도 연초 카드 3사 고객정보 유출로 사업이 많이 위축된 실정이다. 결과적으로 정부의 규제일변도로 카드사는 수익다변화를 꿈조차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방향은 네거티브가 맞지만, 아직 이르다'는 견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카드사에 대한 규제를 네거티브로 풀면 시장질서가 어지러워질 수 있다"며 "또한 카드사가 금융권에서 가장 민감한 정보에 속하는 '결제정보'를 갖고 사업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어 "금융권 규제 방향은 카드사를 포함해 네거티브가 맞다"면서도 "하지만 금융사마다 특징에 맞춰 시기를 두고 규제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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