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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에볼라에...당신은 프레퍼족입니까?


입력 2014.08.24 10:09 수정 2014.08.24 10:11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김헌식의 문화 꼬기>불확실성에 대한 능동적 주체적 의지의 표현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ICM) 행사장에 에볼라 바이러스 유입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열감지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연합뉴스

'에볼라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바이러스 살아남기'라는 책이 주목을 받았다. 이 책은 공전의 히트 출판물인 ‘살아남기’ 시리즈 가운데 하나이다. 이 시리즈는 미국, 일본, 대만,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국, 베트남 등에 수출 지난해 기준 2400만부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2014년 세월호 참사가 터지면서 '생존 지침서', '위기탈출 생존교과서', '재난이 닥쳤을 때 필요한 단 한 권의 책', '거의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 '세상의 종말에서 살아남는 법'과 같은 책들의 판매가 크게 늘어났다. 이른바 생존법 서적의 판매고가 대폭증가했던 것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지진, 쓰나미 등 재난에 대처하는 교육용 서적들의 판매량이 부쩍 늘어났다. ‘지진에서 살아남기‘, ‘쓰나미, 그 거대한 재앙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등이 대표적이었다. '방사능에서 살아남기'가 일본 아마존의 아동학습만화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사히 신문사 출판국 홈페이지에는 살아남기 시리즈 전용 홈페이지를 제작했는데 이는 일본 열도에 분 출판한류의 한 사례였다. 그 현상의 중심에는 재난이나 위기상황에서 살아 남으려는 대비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런 책들을 사는 사람들은 프레퍼(Prepper)족이라고 할수 있다.

최근 화제가 된 프레퍼족들은 재난을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여기에서 재난은 지진이나 화산폭발, 태풍, 허리케인, 쓰나미 같은 자연적인 재해는 물론 테러나 대형 사고, 질병 확산 등을 포함한다. 넓게는 경제위기에 대비하는 사람들을 포함하기도 한다. 자연 환경의 변화에 대비하는 프레퍼족들도 있다. 환경오염 이렇게 프레퍼족들이 늘어나는 것은 자기 스스로 생존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레퍼족이 언급되는 것은 국가나 관련 기관에 의존하기 보다는 스스로 생존을 모색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여기에는 신뢰보다는 불신의 심리가 내재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지적이다. 영화 '괴물', '연가시', '감기' 등은 모두 재난 상황을 다루고 있는데 모두 정부와 관련 기관의 모순과 무력함을 담아내고 있다. 그만큼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 했다. 정부 조직의 경우에는 유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황에 즉각적이고 능동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한계가 있다.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론을 통해 통제불가능한 위험이 상존하는 현대 사회의 특징을 말한 바 있다. 과거에는 국가나 사회조직이 통제해서 극복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런 위험사회론에는 방사능 누출, 도시 화재, 테러, 질병 확산, 인터넷 마비, 전력 대란과 같은 것이 포함된다.

기술은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복잡화 되었고, 여러 나라가 모두 근접하게 연결되는 세계화가 진행된 결과이다. 따라서 한 곳에서 발생한, 사고나 질병이 그 특정지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 여러곳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하나의 국가나 정부가 가공할만한 재난에 대해서 온전히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불신은 꼭 믿지 못하는 차원이 아니라 상황 자체에 대한 현실적인 진단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렇게 복잡성, 통제불가능성, 불확실성의 위험과 재난이 증가하고 있다고해서 손을 놓고만은 있을 수 없다. 그러한 의지들이 집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프레퍼족이 가능한 것은 단지 개인들이나 특정 집단의 산물을 뛰어넘는다. 집단 지성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프레퍼족은 이전에 생존주의자들이 주로 물리적 특정 공간에서 활동한 것과 달리 인터넷 공간을 기반으로 한다. 생존에 관한 정보들이 인터넷 공간을 매개로 만들어지고 공유 실천된다. 개개인들이 직접 만들거나 체험한 내용들이 인터넷에서 소통되고, 다시 그것은 현실에서 실행되면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개개인들이 자신의 생존을 스스로 모색하는 것이 프레퍼족이라지만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님을 알게 된다. 많은 시민들이 스스로 힘을 모아 자신들과 다른 이들의 생존도 같이 모색하고 있는 것이 프레퍼족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오래 전에 검증되고 통용된 방법부터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내용까지 학교나 가정, 국가에서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자발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때로 너무 일상적이고 사소하거나 지나친 염려증으로 보이기도 한다. 또한 이런 프레퍼족들이 모든 재난이나 위험상황을 대비하고 극복할 수 있는 최고의 방안을 마련해주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의 힘으로 생존을 할 수 없을만큼 현대 사회의 재난은 무지막지하다. 하지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의지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의지가 모여 결국 국가의 의지이며, 세계의 의지다. 더 좋은 세상을 바라는 집단적 의지의 발현이기도 하다.

도시화의 진전은 거대 시스템안에 개인을 의존하게 만든다. 의존하면 할수록 주체성은 흔들리고 불안은 증가한다. 자신 스스로 안전을 온전히 통제할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시화가 진전되면 될수록, 시스템 속에 종속되면 될수록 인간은 프레퍼족처럼 스스로 자신의 생존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본주의 고도화에 따른 불확실성의 증가는 이를 더욱 늘어나게 만들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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