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펑펑 쓰고도 불균형 ‘편식 부작용’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4.09.04 10:11  수정 2014.09.04 15:10

공격적이고 화려한 선수 일색..공수 불균형

소시에다드전 2-4 충격적 역전패 원인

레알 마드리드는 지난 1일 레알 소시에다드에 2-4로 역전패했다. ⓒ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축구는 11명이 하는 스포츠다.

골을 넣을 공격수나 팬들의 주목을 받는 스타도 필요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팀을 위해 헌신하는 조연들이 없으면 팀은 지탱할 수 없다.

지구상 최고의 축구클럽 중 하나로 꼽히는 레알 마드리드는 팀원부터 성적까지 항상 최고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상과 일류에 대한 집착이 지금의 레알을 만든 것도 사실이지만 빗나간 일등주의는 잘못된 부작용도 남겼다.

조금이라도 전성기가 지날 조짐을 보이는 스타 선수들, 팀을 위해 궂은일을 아끼지 않았던 팀 플레이어들이 개편 때마다 토사구팽의 희생양이 되기 일쑤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레알은 안첼로티 감독 체제에서 최근 몇 년간 가장 안정된 공수 균형을 찾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레알 수뇌부는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토니 크로스,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을 영입하는 공격적인 선수단 보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팀 내 입지가 좁아진 몇몇 선수들이 구단의 과도한 이적료 지출과 스쿼드 팽창을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의반 타의반 팀을 떠나야 했다. 그중에는 지난해 레알의 UCL 우승에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오랫동안 이타적인 플레이로 공헌해왔던 앙헬 디 마리아(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사비 알론소(바이에른 뮌헨) 등도 포함됐다.

이들은 공격적이고 화려한 선수들 일색인 레알에서 희생적인 플레이로 공수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안첼로티 감독과 동료들의 신임도 두터웠다. 레알의 에이스 호날두는 끝까지 둘의 잔류를 설득하기도 했다.

하지만 레알은 처음부터 이들을 잡을 생각이 없었다. 형식적으로 재계약 제의를 하기는 했지만 지난 수년간의 공헌도나 새로 영입된 선수들의 몸값과 비교해도 홀대에 가까웠다. 레알에 대한 애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팀 내 입지가 급격히 좁아진 상황에서 전력보강에 다급한 맨유, 파리 생제르망, 뮌헨 등 또 다른 클럽에서 막대한 제의를 해오자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레알은 과거 클로드 마켈렐레, 페르난도 이에로 등 팀공헌도에 비해 스포트라이트가 적었던 선수들을 과소평가하다가 이들이 떠나고 난 후 한동안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레알에 우승트로피를 안겨다준 파비오 카펠로, 비센테 델 보스케 등 전 감독들도 구단의 운영정책과 갈등을 빚다가 버림받았다.

반면 레알에서 버림받았던 아르연 로번, 베슬리 스네이더르 등은 훗날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레알의 앞을 가로막는 부메랑이 되기도 했다.

올 시즌 레알의 선수구성은 겉보기에 화려하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불균형의 극치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선수들은 많지만, 수비력을 갖추고 공수조율에 능한 미드필더가 부족하다.

지난 1일 2-4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한 레알 소시에다드전에서 디 마리아와 알론소의 공백은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름값과 화려함에만 집착한 레알의 ‘선수 편식’이 불러온 부작용이다.

레알은 올 시즌 선수보강에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했다. 하지만 돈은 돈대로 쓰고도 정작 레알의 전력이 오히려 지난 시즌만도 못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간판스타인 호날두 마저 구단의 이적 정책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며 페레스 회장을 비롯한 구단 수뇌부에 직격탄을 날렸다.

레알의 부진이 계속될 경우, 자칫하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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