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에 막힌 경제 '양보합시다'
<칼럼>유가족 여야 합의 불복하는 것 우려스러운 일
사회 원로들이 중재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내가 임금의 자리에 맞는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 돌아볼 때가 많다. 궁중에서 나고 자라 민생의 어려움을 다 알지 못한다. 내가 미처 살피지 못해 잘못한 것이 있을 때에는 언제든 기탄없이 말하라. 거울을 대하듯 나를 돌아보고 고칠 것이다."
세종대왕은 인재를 양성하고 적재적소에 기용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서도 엄격했으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 이런 솔직하고 인간적인 지도자를 가진 국민은 얼마나 행복할까!
선박과 바다 관련 사건을 많이 다루었기 때문에 세월호 사고에 대해 남다른 안타까움과 연민의 정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자식을 잃은 세월호 유가족의 애끓는 아픔과 분노를 깊이 이해하고 마음을 같이 한다고 자부한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어서 세월호 이전의 대한민국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확실히 다를 것이며, 비록 큰 아픔을 겪었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 모두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허나 네 달이 훌쩍 지난 지금, 국민의 마음은 허탈하기만 하다.
우선 책임의 우선순위 문제다. 세월호 사고는 탐욕스런 선주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화물을 과적하고 선박구조를 멋대로 변경해서 일어났다. 승객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선장과 선원은 승객을 내버려두고 탈출했으며, 감독기관과 해경이 선박안전 점검을 소홀히 하고 승객 구조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 이것이 세월호 사고의 주요 원인이다.
그런데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에 의해 변질되어 정치적 책임 추궁이 문제의 본질인 것처럼 왜곡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려는 초기의 정신이 약화된 것 같아 아쉽다.
세월호 특별법에는 세 가지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진상 규명을 해야 하고, 피해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며, 대부분 차명으로 되어 있는 유병언 일가의 재산을 환수해 국고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진상 규명에만 모든 관심을 기울인 결과, 피해자 보상과 유병언 재산 환수는 별로 진척이 없는 것이 안타깝다.
원만한 해결을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에 따라 여야가 어렵게 합의안을 도출했고 뜻있는 이들은 안도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유가족의 반대로 합의가 파기되고 다시 원점에 서게 되어 당혹스럽다.
심정적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동정하지만, 여야 합의 내용에 불복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것이 아닌가 한다. 여야 합의안은 상당히 합리적이다. 조사위원회는 17명인데 여당 5명, 야당 5명, 대법원장 2명, 변협 2명, 피해자 단체가 3명을 추천한다. 피해자 단체에 동정적인 인사가 절반이 넘는다.
조사위원회와 별도로 특별검사를 임명하는데, 특검후보추천위원회는 여당 2명, 야당 2명, 변협 1명, 법원 1명, 법무부 1명 총 7명으로 구성된다. 피해자 단체에 호의적인 인사가 적어도 3명 이상으로 보이는데, 여당 추천후보는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 결국 여당과 야당·유가족 간에 절묘한 균형이 이루어진 것이다.
합의안에 의하면 특별검사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게 되는데 이미 10여 차례 특별검사가 임명되어 활동한 경험이 있으므로, 강직하고 공정한 특별검사가 임명된다면 사고의 진상 규명이 국민이 납득할 수준으로 될 것이다. 진상 규명을 해야 한다는 유가족의 절규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한편 피해자가 직접 피해구제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큰 사고가 있을 때마다 기존의 제도 외에 특별한 해결방법을 새로 만들면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70% 양보했는데 하늘이 무너져 내리지 않았다”는 인상적인 말을 한 김무성 대표가 다시 한 번 통 큰 양보를 하기 바란다.
야당도 시대착오적 장외투쟁이나 무조건 반대의 관성을 버리고 진지하게 협의에 응하기 바란다. 유가족도 국민의 대표인 여야를 신뢰하고 좀 더 유연한 자세를 취하면 다시금 국민의 격려를 받을 것이다.
9월 중순까지는 세월호 특별법이 여야와 유가족의 원만한 합의로 타결되기를 고대한다. 존경받는 사회 원로들이 유가족에 대한 측은지심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중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국민은 마음을 비워 양보하고 내려놓는 사람의 편이다.
글/김현 법무법인 세창 대표변호사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